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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노바디]의 예고편을 보면서 영화가 어떨지 예상이 금세 되었는데, 비록 그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영화는 꽤 재미있는 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까지 뻔하긴 하지만,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 액션과 코미디를 거침없이 해대는 걸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주연인 밥 오덴커크의 성실한 연기도 볼만하지요. 여전히 많이 익숙하긴 하지만, 깔끔하고 노련하게 재미를 뽑아내니 괜히 툴툴거릴 필요는 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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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

 리 다니엘스의 신작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는 제목에서 보다시피 유명한 미국 흑인 블루스 가수 빌리 할리데이의 전기영화입니다. 할리데이의 그 파란만장한 생애와 경력은 이미 1972년에 다이애나 로스 주연의 [Lady Sings the Blues]로 만들어졌는데, 어느 정도 평균 할리우드 전기물 수준이었던 그 영화에 비하면 본 영화는 여러 면에서 많이 모자란 편입니다. 로스처럼 오스카 후보에 오른 앤드라 데이야 열심히 연기하지만, 정작 이야기와 캐릭터가 허술하니 영화는 단조롭고 심심한 고생담 그 이상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Lady Sings the Blues]를 대신 추천하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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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비밀의 정원]의 주인공 정원의 일상은 평범하고 평탄하기 그지없지만,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전화가 그녀에게 걸려옵니다. 오래전에 그녀를 성폭행한 작자가 드디어 잡혔으니 안도감이 들 것 같지만, 잊고 싶은 그 아픈 과거가 다시 그녀 인생에 들어오면서 그녀의 심정은 복잡해져만 가는 가운데 그녀의 남편을 비롯한 여러 주위 사람들도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지요. 영화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굴리면서 감정을 쌓아가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결말에서 보이는 희망과 긍정엔 조용한 감동이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의외로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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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ffie]

 남아공 영화 [Moffie]는 André Carl van der Merwe의 자전적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남아공 육군 훈련 캠프를 주 배경으로 영화는 십대 백인 게이 주인공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는 처음엔 꽤 흥미롭긴 하지만 그 시절에 대한 사회적/인종적 관점이 거의 부재한 탓에 간간이 얄팍한 인상이 드는 편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소재를 좀 더 깊숙이 파고들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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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아이다]

 얼마 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보스니아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1995년 7월 보스니아의 한 도시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아이다를 비롯해서 영화엔 허구적 요소들이 상당하긴 하지만, 주인공과 많은 다른 현지인들의 가면 갈수록 절박한 상황은 정말 살 떨리게 다가오고, 그러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 기회를 막는 부조리한 정치적 상황에 억장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가 현재 1순위인 [어나더 라운드] 대신 다음 주에 상 탔으면 좋겠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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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Them All Talk]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Let Them All Talk]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꽤 잘 나가던 작가인 주인공 앨리스 휴즈는 영국에서 공로상 받게 되었는데, 사정상 비행기 대신 대서양 횡단 유람선을 타게 된 그녀는 자신의 두 옛날 친구들과 조카 한 명을 초대합니다. 영화 대부분은 배 안에서 이들이 이리저리 시간 보내는 모습에 중점을 두는데, 메릴 스트립, 캔디스 버겐, 그리고 다이앤 위스트야 늘 그래왔듯이 든든하기 그지없고 그 주변에서 적절히 자리 잡은 루카스 헤지와 제마 첸도 좋은 조연 연기를 선사합니다. 여느 소더버그 최근 전작들처럼 매끈하고 날렵한 가운데 쏠쏠한 재미가 있으니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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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영국 호러 영화 [The Power]의 주 배경은 1974년 초 런던의 한 오래된 병원입니다. 간호사 주인공 밸은 근무 첫날부터 찍혀서 야간근무를 하게 되는데, 그 당시 노조 파업 문제로 밤마다 단전되는 탓에 병원 내부는 당연히 캄캄해지고, 어릴 때 트라우마로 어둠을 무서워하게 된 우리의 여주인공은 무척 초조해질 수 없습니다. 전반부 동안 잘 쌓은 긴장감에 비해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실망스럽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호러 영화이니 심심풀이로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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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일 죽는다]

 에이미 세이메츠의 [그녀는 내일 죽는다]는 한 믿기지 않는 설정을 죽 밀고 가는데, 저는 그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갑자기 어떤 괴상한 공포에 빠지게 된 주인공과 그 공포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전염된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을 진지하게 그려가는 동안 영화는 여러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가는데, 그러다가 결말에 다다르다 보면 여러 생각을 곰곰이 해보게 됩니다. 단순하지만 의외로 속이 깊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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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마테오 가로네의 신작 [피노키오]는 그의 다른 판타지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만큼이나 독특한 인상을 남기지만 2% 부족한 인상을 남깁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그 동화 이야기를 꽤 충실히 따라가면서 원작의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면에 상당한 중점을 두는데, 그 결과가 딱히 성공적이지 않거든요. 물론 기술적으로 매우 인상적이니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자체는 다시 볼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1/2)


P.S.

 제페토로 나온 로베르토 베니니도 오래전에 피노키오 영화를 만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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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ho Sold His Skin]

 최근 오스카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The Man Who Sold His Skin]은 두 다른 요소들을 접목하려고 합니다. 처음엔 시리아 난민 주인공의 멜로드라마틱한 상황에 중점을 두다가 나중에 그가 한 유럽 예술가와의 거래를 통해 예술작품 취급받게 되는 상황을 두고 풍자를 하려고 하는데, 그 결과물은 유감스럽게도 불균일한 가운데 후반부에 가서 많이 덜컹거리지요. 시도는 좋았지만, 여전히 후보들 중에서 가장 아래인 작품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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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갓, 예스]

 얼마 전에 국내에서 다운로드 직행한 [예스, 갓, 예스]를 봤는데, 생각보다 꽤 얌전한 섹스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여고생 주인공을 둘러싼 보수 기독교 환경을 갖고 상당한 코미디를 하긴 하지만 막 놀려대지는 않는 편이고, 그녀가 겪는 고난과 그에 따른 성장을 보다 보면 살짝 흐뭇해집니다. 끝에 가서도 많이 달라진 건 없지만, 첫걸음을 떼었으니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전진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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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언어]

 필리핀 트렌스젠더 감독 이사벨 산도발의 영화 [사랑의 언어]는 소박한 트랜스젠더 이민자 드라마입니다. 처음엔 그저 덤덤하게 산도발 본인이 연기하는 주인공의 일상을 묘사할 따름이지만, 이를 보는 동안 트럼프 시대에 위협받는 주인공의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에 공감하게 되고, 그러기 때문에 그녀의 우연한 로맨스에는 상당한 여운이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비교적 편히 볼 수 있지만, 트랜스젠더 인권 침해가 미국에서 여전히 문제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도 변해야 할 게 참 많지요. (***)


P.S. 영화에서 중요 조연들 중 한 명으로 나온 린 코헨은 영화가 작년에 미국에서 개봉되기 몇 달 전에 사망했지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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