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3 17:20
라이트하우스
폭풍우가 치고 있어요. 등대 밖의 풍경은 거의 이런 상황입니다. 흐리거나 비, 아니면 흐리거나 폭우입니다.
로버트 패틴슨과 윌럼 데포가 쌩고생하는 영화를 뽀송하고 푹신한 자리에 앉아 맛있는 주전부리를 드시며 보고 싶으신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특히 패틴슨은 영화의 반 이상을 젖어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두 사람 고생은 별 감동 없었는데 폭풍우 치는 걸 현실에서든 영화든 보는 거 좋아해서 잘 봤습니다. 중간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장면에선 극장에서 봤으면 좋았을 걸, 했어요.
흑백이고 시종일관 배우 둘이 끌고가는데 첫 장면부터 음악으로 긴장시키고 초장부터 두 사람이 서로를 불호하며 긴장 관계에 돌입하므로 지루함은 없었습니다. 영화의 상징이나 의미는 궂이 궂이 찿고 싶지는 않았어요. 등대의 생김새나 그 라이트가 위치한 꼭대기에서 하는 짓을 보면 아마도 남성 리비도나 뭐 그런 것과 관계 있는 거 같아요. 연기는 많이들 얘기하듯 패틴슨은 데포와 겨루어 밀리지 않고 둘다 무시무시합니다. '1890년대 무인도 등대를 배경으로 폭우, 바다, 미쳐가는 2인극을 흑백 화면으로 보았다'입니다.
더 위치
아무리 기도하면 뭐 합니까. 1도 도움이 안 되는데요. 영화 속 세상(농장)은 기도빨이 전혀 듣지 않는 마녀들 나와바리(영향력이나 세력이 미치는 공간이나 영역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적혀 있어요)입니다.
라이트하우스와 같은 감독 영화고 평이 좋길래 시도했어요. 원래 호러는 좋아하지 않는데 사실 어떤 장르든 잘 만든 영화라면 가리진 않습니다. '잘 만든'이 어떻게 만든 걸 말하느냐를 따지고 들어간다면 복잡한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저는 이 영화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헛다리 부모와 고생 바가지 가정을 떠나서 홀딱 벗고 공중에 뜰 때 주인공이 느꼈을 해방감이 저에게도 전달되더라고요. 거기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소리만 없으면 보기 좋은 그림이 많이 나옵니다.(기도 내용을 듣게 되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 산지 얼마 안 된 애들을 죄인 취급하면서 맨날 뭘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다그치는 게 기도 내용이에요.)
많이들 좋아하시는 안야 테일러조이가 참 예쁩니다. 퀸즈 갬빗에선 안 그래도 예쁜데 너무 꾸민 예쁨이 느껴져서 좀 그랬는데(뭐가..) 이 영화에선 그냥, 엄청 예쁘네요.
베터 콜 사울
1시즌 8화 보고 있습니다. 후기는 안 쓸 것 같은데 재미 있습니다. 전직 형사 분과 사이좋게 엮이겠네요. 둘 다 마음에 들려고 합니다.
2021.06.13 17:24
2021.06.13 17:27
라이트하우스 보고 나니 위치도 궁금해져서 보았습니다. 시대극 호러? 그런 것에 능한 것 같아요. 고증이 꼼꼼합니다.
2021.06.13 17:55
라이트 하우스 전에도 듀게에서 추천받은 적 있는데 같은 감독이었군요! 갑자기 볼 마음이 2배로. ㅋㅋㅋ
그렇죠. 안야 테일러 조이는 그저 아름다우십니다. 하하. 영화도 참 잘 만들었죠. 말씀대로 결말이 참, 이게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 뭐라 말을 못 하겠는데 암튼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있어요.
2021.06.13 18:00
더 위치 보셨군요. 후기도 쓰셨나요?
2021.06.13 18:25
갑자기 저도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안 적은 것 같네요. ㅋㅋ
아마 제가 23아이덴티티를 보고 안야 테일러 조이에 꽂혀서(...) 찾아 본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2016~2017년쯤에 봤을 텐데 관련 글을 적은 게 없네요.
뭐라고 그 영화에 대해서 주절주절한 기억은 나지만 아마 다른 분들 글에서 댓글로 얘기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렇게 집요하게 영화, 드라마, 게임들 소감 하나하나 다 적어 올리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됩니다. 길어야 1년 남짓 정도인 것 같네요. 하하;
2021.06.13 18:30
그 집요함을 계속 유지하시길 비나이다.
2021.06.13 18:18
2021.06.13 18:29
저는 플래툰에서 처음 본 기억입니다. 세월 많이 흘렀죠.
2021.06.13 19:51
2021.06.13 21:06
인터넷 연결 자체는 잘 되는데 그런 건가요?
저도 베터 콜 사울은 시작은 오래 전에 했는데 쉬엄쉬엄 보다 이제 8편 왔어요. 1시즌 8편까진 아직 엄청 극적 사건이 나오는 건 아니고 중요인물 주변 환경과 성격 설명 위주로 되어 있네요.
2021.06.13 21:36
2021.06.13 22:00
ㅋㅋ 그렇군요. 내용이 좀 무겁긴 합니다.
2021.06.14 01:18
둘 다 찜해둔 영화들입니다 ㅋㅋ 이렇게 글 올라온 걸 보니 보고 싶군요
2021.06.14 10:08
네 저는 둘 다 볼만했어요.
로버트 애거스 감독 것만 골라보셨네요. 일부러 그러신 건지 ㅎㅎ 차기작에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에 나왔던 배우들이 거의 다 캐스팅 된 것 같더라구요. 아리 애스터와 함께 기대되는 호러 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