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모든 문제가 나열돼 있기 마련이고, 이해 안 가는 것들이라도 가능하면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문제 해결 요령 같은 것. 문제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요령 같은 것은 생겨나지 않지만 실력과 문제 푸는 요령은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령이 실력 없이 생겨나지는 않거든요. 실력이 있어도 문제 푸는 요령을 익혀야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접하느라 보스와 문제 하나를 풀면서 제가 너무  빨리 풀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겪었습니다. 내일은 오늘의 실망에서 깨달은 바에 따라 나아진다는 것은 압니다. 그것이 엉망으로 편집되지만 않는다면. 
오늘 제가 깨달은 건 단순무식하게 대응해야 살아남는 과정도 있다는 것이에요. 

저와 보름 째 논쟁하는 와중에 보스가 에어컨을 주문해 보냈습니다. 카톡에다 선풍기 종류 질문한 걸 보고 그런 것 같은데 이런 갑질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아직 아이 티가 확연한 20대 초반 청년 두 명이 설치하러 왔더군요. 요즘 청년들이 다 잘생겨 보이는 건 제가 나이들어간다는 의미겠지만 훈남들이더라고요. 예쁘고 대견해보여서 고맙다며 수고비 좀 줬어요. 거절 안 하고 꾸벅 인사하며 순하게 받더군요. 보스에겐 꼭 앙갚음할 거에요. 

보스가 저에게 생활 면에서 좀 발전해보라는데, 아니 그 단어를 그렇게 쓰다니요. 어떤 인간도 발전하지 않습니다. 오직 존재할 뿐이지. 변화와 발전도 구분 못 하니까 저와 격하게 논쟁 중인 거에요. 쓰지도 않을 에어컨이 작은 집 벽에 붙어 있는 꼴을 보자니 더위가 두배로 상승합니다. 근데 제가 주문한 선풍기가 좀전에 도착했어요.  최첨단 기계를 부적절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걸 모르고 인정 안 하는 사람들 답답합니다.

헤겔의 지적이 떠오르네요. "인간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배울 수 있다.  가르치려면 그가 아는 것에다 그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을 몽롱하게 섞어야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 남에게 새로운 걸 가르치려 마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2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46
116611 페미니즘에 대해 [8] catgotmy 2021.07.31 934
116610 GS 그손 사건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고문 [2] bubble 2021.07.31 955
116609 얼마 전 브라질에 내린 눈소식 [4] 예상수 2021.07.31 475
116608 [넷플릭스바낭] 천만 관객 영화! 국민 히트작!! '베테랑'을 이제사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1.07.31 635
116607 추파춥스 로고 만든 사람이 만든 영화+ 엔시블 님 쪽지 확인 바랍니다 [4] daviddain 2021.07.31 13818
116606 안산논란_박해받는 선민들 [22] 사팍 2021.07.31 1197
116605 [넷플릭스바낭] 쌩뚱맞게 바짝 달려 버린 일본 드라마 '카케구루이'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1.07.31 1040
116604 커피 이야기 [20] thoma 2021.07.31 719
116603 하늘이 내리는 게임 [6] Sonny 2021.07.30 563
116602 윤석열. 진영논리가 낳은 괴물. [2] ND 2021.07.30 792
» 넋두리 4 (보스가 에어컨을 보냄) [22] 어디로갈까 2021.07.30 695
116600 안산 선수가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군요. [12] Lunagazer 2021.07.30 1120
116599 퇴원하면 극장가서 보고싶은 영화 [6] 예상수 2021.07.30 380
116598 최근의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국영상물에 대한 감상. [9] 나보코프 2021.07.30 554
116597 윤석열 국힘 입당 [8] 칼리토 2021.07.30 843
116596 광고 하나 [2] daviddain 2021.07.30 271
116595 악당 중에 찐 악당 : 하이랜더의 The Kurgan [6] skelington 2021.07.30 446
116594 [올림픽바낭] 김연경 보고 계십니까 [17] 로이배티 2021.07.30 956
116593 제가 잃어버린 영화 - <피닉스> [6] Sonny 2021.07.30 561
116592 <블랙 위도우> 보고 왔습니다 [4] Sonny 2021.07.29 5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