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에 런닝타임은 2시간 2분. 장르는 호러의 탈을 쓴 블랙코미디 정도 되겠습니다. 스포일러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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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 사기 버전 포스터.)



 - 임신한 전업주부 아내와 치매가 격하게 온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교통순경 엄태웅씨. 그나마도 순경 우습게 보는 진상들 때문에 짜증나고 피곤하던 와중에 희망 배속지 조사에 '아무 데나'라고 적어낸 죄로 완전 시골 깡촌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주위에서 위로해준답시고 '가서 경운기 단속이나 하고 하루 종일 낚시나 하면서 월급 받을 건데 좀 좋아?' 라고 해주는 말도 지긋지긋하구요. 뭐 그렇다고 이 일 그만두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니 짜증 팍팍 내면서 그 시골 마을로 내려갔는데... 하필 그때 그 마을엔 거대 식인 멧돼지가 날뛰길 시작한 직후였죠.

 당연히 군대를 불러야할 건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밥줄인 주말 농장 시즌이 막 시작했다는 이유로 이장과 파출서장이 마음을 모아 조용히 덮기를 주문하고. 마을 차원에서 해결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불러온 프로 사냥꾼들까지 깔끔하게 실패합니다. 결국 남은 건 우리 엄순경님과 이 사건 때문에 파견 나온 그나마 멀쩡한 형사 하나, 그리고 전현직 사냥꾼 둘과 여성 캐릭터 티오를 받고 그냥 끼어든 동물학도 정유미. 다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이 정체불명의 맷돼지 사냥에 나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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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정직한 포스터.)



 - 위와 같이 정리해 놓으면 좀 말이 되는 스토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뼈대만 놓고 보면 말이 되는 스토리이고 나름 무난하게 괜찮은 스토리이긴 해요. 왜냐면 '죠스'의 기둥 줄거리를 파렴치할 정도로 그대로 복붙해서 만든 이야기니까요. 처음엔 걍 레퍼런스 삼은 정도로 생각하고 봤는데 끝까지 가니 이건 뭐 정말. ㅋㅋ 


 하지만 보다보면 죠스를 베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왜냐면 줄거리가 별로 의미가 없는 영화여서요. 식인 멧돼지가 나와서 설치고, 그걸 잡겠다고 몸부림치는 얘기인 건 맞는데, 보다보면 늘 묘하게 기둥 줄거리보단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개별적인 개그씬쪽으로 중심이 가버립니다.


 근데 뭐 애초에 감독이 신정원이잖습니까. 당연히 이런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고, 이 영화에 대해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했다면 원래 하던대로 열심히 한 신정원이 아니라 이 양반에게 순 제작비 66억 + 알파를 쥐어준 제작, 투자자들이 지는 게 맞았을 거라고 봅니다. 아니 아무리 이전작 흥행이 좋았기로서니 그 '이전작' 같은 걸 만든 감독에게 한국형 블럭버스터급 제작비를 쥐어주며 액션 영화를 찍으라고 하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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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제작비' 66억짜리 블럭버스터 액션 영화의 한 장면!!)



 - 암튼 그래서 괴수 액션 쪽은 구립니다. 심각할 정도로 많이 구려요. 2009년작인데 이 멧돼지 등장 장면만 놓고 보면 세기말, 뉴밀레니엄 시즌에 나왔던 한국형 SF 대작!!! 이라고 홍보하다 망해서 충무로의 흑역사이자 한국 영화의 괴작 계보에 등재된 작품들 보는 기분이 들죠. 멧돼지 cg도 상당히 구린 편이지만 그냥 연출이 아주 별로입니다. 뭔가 '그럴싸하게 긴장감 조성하는 법' 같은 걸 찾아보기만 열심히 찾아본 후 그걸 그냥 게으르게 '카메라로 찍어는 드릴게' 수준으로 촬영해서 붙여 놓은 느낌. 볼 거리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창의성이나 개성도 1도 없어요.

 아마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이 재평가를 받게될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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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쳐물에서 이토록 허접한 시체 발견 장면이라니...)



 - 그러니 결국 처음부터 '이건 괴작 개그 영화다!!!' 라고 기대치를 설정해서 신정원식 개그에 방점을 찍고 봐야할 영화입니다. 그리고... 웃겨요. ㅋㅋㅋ 네 웃깁니다. 그래서 전 만족했죠.


 근데 그 '웃김'도 그렇게 단순하게 '웃긴다!!!'라고 칭찬해주기가 애매합니다. 일단 타율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에요. 뭐 클라이맥스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2분에 한 번씩은 개그가 튀어나오는 영화인데 그 중 상당수는 놀랍도록 썰렁합니다. 무슨 80년대 유머일번지 스타일의 드립 같은 게 수도 없이 튀어나오니까요. 근데 그 와중에 하나씩 얻어 걸리는 유머들은 또 강도가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그 유머들 중 상당수는 그렇게 편한 웃음이 아닙니다. 늘 노골적으로 인간성에 대한 회의를 깔아 놓고 이야기를 짜는 양반답게 이 영화 속 등장 인물들 중에 그렇게 결백하고 착한 사람은 거의 없고, 아예 악당이거나 그냥 진상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 정도면 평범하게 착한 축이지만 동시에 평범하게 구린 면도 있는... 그런 식이구요. 이 영화의 성공적인 유머들은 대체로 이 인간들의 찌질한 면을 비꼬고 조롱하는 쪽이에요. 그리고 이게 '한국 영화식 리얼리즘'과 결합이 되면 웃기긴 웃기는데 뒷맛이 그리 상큼하진 않죠.


 하지만 어쨌거나 막판에 66억 제작비 커버를 위한 속죄의 의무방어 액션이 길게 이어질 땐 그런 유머라도 그리워지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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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라서 말은 못 하겠지만 정말 신정원스러우면서 이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 이 여기 조금 후에 나오죠) 



 - 엄태웅, 박혁권, 윤제문, 장항선, 정유미 등 유명도 하고 실력도 되는 배우들이 우루루 몰려나옵니다만. 뭐... 딱히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으니 특별히 칭찬하거나 따지고 들 부분을 찾긴 어렵구요. 그래도 이렇게 괴상하고 톤이 오락가락하는 영화인데도 특별히 위화감 드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살려낸 것만 해도 훌륭한 거겠죠.

 완성된 영화를 본 후 배우들의 솔직한 소감도 참 궁금합니다. 내용상으로도 고생할 게 많은 영화인 데다가 해외 올로케로 찍었다니 되게 힘들었을 텐데. 촬영장 분위기도 궁금하구요.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마가 뜨는' 느낌의 개그씬들 연기하면서 다들 어떤 기분이었을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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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혁권을 좋아합니다. 배우로서 평가 같은 건 전혀 모르겠고 그냥 이 표정 때문에 좋아합니다.)



 - 뭐 더 얘기할 게 없네요. ㅋㅋ

 액션과 코미디 중에서 액션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허접하고, 건질 건 코미디 뿐인 영화입니다.

 근데 그나마 그 코미디도 굉장히 불균질적이고 타율도 애매하지만 빵빵 터지는 한 방들이 중간중간 도사리고 있어서 기대에 보답은 해줘요.

 아마도 이 영화에 가장 맞을 분들은 그냥 신정원의 영화들이 애시당초 너무 좋았던, 뭐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마음에 들었던 분들이겠죠.

 염세적이고 인간혐오적이면서 뻔뻔스럽게 유치한 저질 개그가 난무하는 가운데 가끔씩 대박이 터져주는 뭐 그런 영화들이요. ㅋㅋ

 기대치 조절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본인 성향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하는 그런 경우 같아요. 전 다행히도 잘 맞았네요.




 +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이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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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에 농땡이와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시골 순경 역이었죠. 이 분의 개그씬들이 타율이 높아서 좋더라구요.

 특히 그 에일리언2 패러디 장면은 진짜... ㅋㅋㅋㅋㅋ



 ++ 12년이란 참말로 긴 세월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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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극중 의상을 입고 나온 거긴 한데, 그래도 뭔가 격하게 촌스럽지 않습니까. ㅋㅋ 최소 20년은 흘렀다고 해야 납득이 갈...;



 +++ 이 영화가 망했지만 그래도 고작(?) 3년만에 '점쟁이들'을 내놓았었죠. 근데 그것도 망해서 그 다음 작품인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이 패턴대로 가면 다음 영화는 2030년대에나 나올 기세인데,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라고 적고 있지만 사실 전 '점쟁이들'도 안 봤습니다. ㅋㅋ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한국 영화이니 iptv에 있겠죠. 조만간 챙겨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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