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두 편의 복수극

2021.09.27 12:50

thoma 조회 수:533

어머니, 당신을 위해(Bad Day for the Cut, 2017)


55255e96363053251a0bce549cb011a50b406edb

일단 우리말 제목 다신 분 반성 부탁하고 싶네요.

평범한 아들이 비범한 어머니의 복수를 하는 과정에 과거의 진상을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복수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목격자로서의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자 할 수 없이 여정에 나서게 됩니다. 그 와중에 자기를 해치려 온 평범 이하의 어리버리 젊은이와 동행하게 되고요. 두 사람이 다 계획도 준비도 없는 상태로 마침 빨간 페인트로 막 단장해서 상당히 눈에 띄는 승합차를 타고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얘기입니다. 이 두 사람은 세상에 넘쳐나는 복수나 폭력 조직 나오는 영화도 잘 못 본 걸까요? 저같은 사람도 악당을 묶었으면 폰부터 뺏고 볼 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쓰니 코미디 영화 같지만 그렇진 않아요. 진행 과정에 시체들이 생기고 악당들도 영리하진 않아도 꽤 잔악한 놈들입니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시체들이 쌓이고 나름 잔인한 고문 장면도 있지만 끝까지 저 농부 아들분의 외모같은 푸근한 정서가 유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살벌하지 않고요. 영화의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음악, 영화의 색조, 장면 잇기 등이 긴장감을 주겠다는 의도가 없다는 느낌? 그래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은 그 지역에서 대를 잇는 정치적 비극은 있을 수 있겠으나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진짜 악당의 심사는 조금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다섯 살에 이별하는데(무슨 큰 정이?) 아버지 복수를 평생 이갈며 벼룬다는 게 좀 설득이 안 되더군요. 터키인가 어느 나라처럼 복수가 가업인 것도 아닌데요. 


할머니( Ajji, 2017)


533e10ea944d95c49402cefeac8c024b7f2689e2


이 영화는 일단 추천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위의 영화처럼 평범한 사람이 복수를 하는 내용인데 복수 자체보다 거기에 이르는 지난한 심적인 준비 과정이 영화의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인도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요.

제 경우 복수극을 보면서 내 현실이라면..생각했을 때 복수에 이입을 잘 못합니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잘 하는 말로 내 삶 잘 사는 게 복수라고 여기고 포기? 합리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이 영화의 상황에선 그 놈이라면 저도 얼마든지 실제로 복수할 것 같은 마음이 들더군요. 워낙 인간 말종이지만 그렇게 총체적으로 인간 말종의 모습을 안 보여 주더라도 손녀에게 한 짓만 생각해도 복수하고 싶어졌습니다. 

할머니가 다리를 절며 어둡고 끈적한 좁은 골목을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한 발 한 발 옮기는 모습이 손녀를 위한 마음을 다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실 속에서 평범한 할머니가 실제로 복수를 해야 한다면 저런 인내와 마음다지기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실행에 힘이 생기고 영화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인도 영화는 극장에서 본 '당갈' 외엔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인도가 국내 영화 수요가 엄청 많아 생산량이 많으니 좋은 영화도 많을 텐데 본 건 없네요. 이 나라 경우도 우리처럼 영화의 소재나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93
» 넷플릭스, 두 편의 복수극 [4] thoma 2021.09.27 533
117250 <축구> 오늘은 이 사람 생일입니다 [4] daviddain 2021.09.27 253
117249 오징어 게임 5편을 보고 사팍 2021.09.27 291
117248 Eiichi Yamamoto 1940-2021 R.I.P. [1] 조성용 2021.09.27 390
117247 왜 조용한가? [23] 사팍 2021.09.27 963
117246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잠깐 해보고 [4] catgotmy 2021.09.27 294
117245 게시판에 넘쳐나던 머저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3] 도야지 2021.09.27 1033
117244 소월을 감상함 [6] 어디로갈까 2021.09.27 423
117243 오징어 게임 4회를 보고... 사팍 2021.09.26 622
117242 오징어게임 다 보고 많이 울었어요. 안녕이젠 2021.09.26 746
117241 축구 중계 - 다가오는 더비 [6] daviddain 2021.09.26 222
117240 진중권의 정의 [3] 사팍 2021.09.26 645
117239 오징어 게임 3화를 보고 사팍 2021.09.26 367
117238 베팅 사회(세팅 사회?) [9] thoma 2021.09.26 431
117237 The Unholy Wife (1957) catgotmy 2021.09.26 218
117236 오징어 게임 2화를 보고(간단 줄거리 있음) 사팍 2021.09.26 340
117235 오징어 게임 배우들, 김주령, 정호연, 한국의 케이블TV계 시상식은 존재하는가? tom_of 2021.09.26 486
117234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들에 관해서...(스포일러) [23] S.S.S. 2021.09.26 851
117233 데스게임 혐오, 주디스 버틀러, 파일 보관법, MZ라는 환각 [5] 예상수 2021.09.26 498
117232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 오프닝 [16] Lunagazer 2021.09.26 6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