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53분. 장르는 코믹 스릴러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는 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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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누미 라파스 맞습니다. ㅋㅋ 근데 사실상 주인공은 남편 역을 맡으신 분이에요.)



 - 방송국 연출자로 일하는 남자의 일상이 나옵니다. 주말에 아내랑 같이 아빠에게 물려받은 별장으로 여행을 간대요. 근데 아내가 평소와 다르게 뭐 위험한 활동을 하겠다고 해서 걱정된다... 이런 얘길 막 하고 다니구요. 그러다 장을 보는데 쌩뚱맞게도 톱에다 망치에다 이런 공구를 잔뜩 사요. 그러고 이제 드디어 아내를 만나 여행을 떠납니다만. 차 안에서 둘이 뻘하게 주고받는 대화들을 보니 대충 감이 옵니다. 단 둘이 여행 가서 아내를 죽이고 은폐할 계획이네요. 

 하지만 그 남편은 그냥 딱 봐도 사람이 참 모자라고 소심하구요. 상대적으로 아내는 화끈한 성격에 강단도 있어 보이고. 또 애초에 장르가 코미디니까요. 일이 남편 계획대로 잘 될 리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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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을 짐작하기 쉬운 표정들이 인상적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시작해서는...)



 - 가벼운 코미디를 하나 더 보려고 찾다가 고른 영화였습니다. 누미 라파스도 나오고 시놉시스도 나름 괜찮아 보이길래 골랐죠.

 간단히 말해 노르웨이산 '마누라 죽이기' 같은 건데요. 음. 이런 비유는 별 의미 없네요. 아내 죽이려는 남편이 소재인 영화는 이미 역사가 깊고 또 장르가 코미디인 것도 마찬가지겠구요. 그냥 이 영화의 핵심에 대해서 최대한 간단히 말하자면 이 세 가지입니다.


 1. 북유럽 스타일의 좀 퍽퍽한 코미디구요.

 2. 반전과 반전이 줄을 서서 이어지는 이야기구요

 3. 아주 폭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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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이렇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 기본적으로는 북유럽풍의 뚱한 코미디에요. 왜 이쪽 나라들 코미디 보면 대체로 그렇잖아요. 수염 덥수룩한 사람들 우루루 나와서 하나 같이 뚱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면서 무슨 일이 생겨도 뚱한 표정. 그러면서 대화 중이나 긴박한 순간에 쌩뚱맞게 마가 뜬 후 기대와 다른 상황이 벌어지면서 '뭐야 이거 ㅋㅋ' 하고 웃게 만드는, 그런 류의 코미디이고 그런 쪽으로 괜찮습니다. 

 특히 남편 배우가 되게 좋아요. 이 양반이 안 그래도 캐릭터가 무기력, 무능력 캐릭터라 시종일관 모든 상황에서 좀 억울하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선 두 박자 정도 늦게 반응하거든요. 근데 그 표정도 좋고 늦은 반응도 좋고 다 좋습니다. 복장 터지게 웃긴달까. ㅋㅋ 루미 라파스도 잘 하지만 보다보면 결국 유머의 핵심은 남편이고, 루미 라파스의 똘똘한 캐릭터는 남편의 멍청함과 웃김을 강화해주는 보조 역할 정도라는 느낌이었네요. 

 어쨌든 웃기긴 웃겨요. 다만 이런 류의 개그 특성상 호흡이 좀 느려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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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남편 역 배우의 연기가 되게 좋아요. 이 표정을 보십셔. ㅋㅋㅋㅋ)



 - 스토리 전개는 나름 작가가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요. 다만 그 신경을 쓴 방향이라는 게 단단한 드라마 보다는 관객들 놀래키고 안 지루하게 만들려는 노력 쪽이었던 듯. 서로 죽이려고 난리를 치는 부부 이야기인데도 희한할 정도로 이 남편과 아내의 속사정이나 심리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의 갈등은 대사 몇 마디로 처리되고 이어서 발생하는 격렬한 사건들 속에서 그냥 증발해버려요. 그러니 '일상 공감류'의 재미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113분이면 코미디 치고는 좀 긴 런닝타임인데.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채우는 건 계속되는 반전입니다. 전혀 예상 못한 타이밍에 쌩뚱맞은 상황이 벌어지고, "며칠 전" 이란 자막과 함께 플래시백 들어가서 사정 설명해주고, 다시 전개되고... 그러다가 갑자기 또!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데요. 확실히 예측하기 힘든 쪽으로 툭툭 방향을 틀면서 막장의 막장으로 흘러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지루한 영화는 전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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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신데. 최근에 제가 나름 재밌게 본 '마몬' 이란 드라마에서도 뵌 분이라 매우 반가웠던.)



 - 근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위에 적은 저런 것들은 인상이 흐릿해져 버리는 게, 예상 외로 영화가 대단히 폭력적입니다. 음... 그러니까 뭐 아예 본격적으로 고어를 메인으로 하는 호러 영화들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만. 보통의 관객들이 설정과 도입부를 보고 상상할 법한 수준의 폭력은 가볍게 즈려밟을 정도. 딱 예를 들어 말하자면 클라이맥스에선 사람이 내장을 흘리며 기어다니는 장면까지 나올 정도... 니까요. =ㅅ=


 아마 여기에서 격렬한 불호 관객들이 대량 양성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야 뭐 호러 영화 많이 보다 보니 어지간한 고어들은 그냥저냥 보고 넘기는 편인데,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고어 장면들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냥 만든 사람들이 고어를 좋아해서 열심히 만들어 넣었다는 의심이 든달까요. 그리고 그게 맞을 것 같아요. 막판에 주인공이 얼굴에서 줄줄 흘리는 피를 보고 확신했습니다. 뭔가 쓸 데 없이 디테일하게, 적절한 점성을 지니고 주욱 늘어지는데 도대체 왜 피의 디테일에 그렇게 집착을... ㅋㅋㅋㅋ


 그래서 보다보면 난감한 기분이 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분명 웃기는 장면이고 웃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거기에 강력한 고어가 첨부돼서 움찔하는 경우도 많구요. 또 어떤 장면들은 정말 순수하게 고어 연출을 하기 위해 캐릭터들을 날려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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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주인공이 아니어서 좀 아쉬움은 있지만 누미 라파스의 발연기 배우 연기도 나름 재밌었어요.)



 - 간단하게 결론을 내자면 이렇습니다.

 캐릭터와 드라마는 얄팍하지만 배우들도 좋고 이야기도 반전을 거듭하며 집중력을 끌어주고, 또 특유의 마가 뜨는 개그도 상당히 먹힙니다. 재밌는 영화에요. 그렇긴 합니다.

 다만 아니 뭘 굳이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당위성 약한 과한 폭력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져서 거부감을 심어주는 게 아쉬웠습니다.

 아마 한 15년 전쯤에 봤음 훨씬 재밌게 봤을 거에요. 그땐 제가 고어 같은 데 별로 거부감이 없었거든요. ㅋㅋㅋ 하지만 지금은 좀. 좋게 본 포인트의 상당 부분을 깎아 먹고 결과적으로 '음. 추천해주기 좀 그래' 라는 생각을 하게 됐군요.

 그러니까 영화 속 과한 폭력과 고어 장면들에 거부감 없는 분들이라면, 좀 뚱하고 무뚝뚝한 유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 특히 과한 폭력과 고어 싫어하는 분들은 피하시길. 전 '괜찮게 만들었고 꽤 재밌게 봤지만 좀 아쉽네요' 정도였습니다.




 + 영화는 노르웨이 영화지만 누미 라파스는 스웨덴 사람이죠. 이런 국적 차이가 극중 역할에도 반영이 됩니다. 노르웨이 남자인 주인공이 스웨덴 갔다가 꼬셔서 온 사연인 걸로. 그리고 극중 악당들이 스웨덴 여자라고 막 욕하는 게 나오길래 뭔 배경 사연이 있나... 하고 찾아보니 스웨덴이 주변 국가들과 사이는 괜찮지만 그 와중에 좀 얄미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나 보더라구요. 그 중에 가장 크고 잘 살아서 리더 역할을 하려 든다나 뭐라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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