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나왔구요. 에피소드는 열 개인데 고르게 편당 45분 정도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만 한 시간 이런 거 없음! 중요한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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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다리고기다리셨던 분들이 많았... 지만 사실 한국에선 그렇게 화제는 안 되는 듯 싶네요. 뭐 애초에 원작도 그랬죠. ㅋㅋ)



 - 그러니까 영적인, 신화적 존재들이 실재하며 인간들 아웅다웅 사는 사바 세계를 관리한다는 설정입니다. 그 존재들 중엔 '영원 일족'이란 게 있고. 우리의 주인공은 '꿈'을 관장하는 존재인 모피어스. 근데 이 양반의 영역인 꿈의 왕국에서 인간 세계로 탈주한 놈들이 있어서 그 놈 잡으러 갔다가, 하필 그 때 개인 사정으로 '죽음'을 소환해 보려던 얼치기 마법사의 마법에 걸려들어 100년간 봉인 당해 버려요. 그리고 본인의 힘을 나타내는 아이템 삼종도 빼앗기지요. 

 결국 어쩌다 찾아 온 운빨 + 하찮은 인간 한 명의 가벼운 호의 덕에 탈출은 하지만 그동안 자신의 왕국은 황폐화되어 버렸고. 그걸 재건하기 위해선 인간들에게 빼앗긴 아이템 삼종 셋을 되찾아야 합니다. 과연 우리 모피어스찡의 씐나는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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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적인 존재라면서 시작부터 스타일 구겨서 기분이 안 좋으신 우리 샌드맨!!!)



 - 일단 자백부터 하고 시작하자면 원작은 딱 1권 하나만 읽었습니다. "간지 나고 느낌 좋긴 한데 뭔 소린진 모르겠군? 끝까지 읽고 다시 읽으면 이해가 되려나?" 라는 게 소감이었구요. ㅋㅋㅋ 그 외의 닐 게이먼 작품들은 다 드라마로만 봤어요. '멋진 징조들'이랑 '아메리칸 갓'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있어서 말이죠. 좀 더 가볍고 동화풍이었던 '멋진 징조들'은 재밌게 봤고, 엄청 진지하고 우중충했던 '아메리칸 갓'은 간신히 봤습니다... 만 완결이 아니었죠. 이젠 완결이 됐으려나 모르겠는데. 뭐 암튼. 간단히 말하자면 요 '샌드맨'은 아마존 프라임에 있는 두 작품들의 가운데 쯤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겉은 상당히 진지하고 우중충한데 보다보면 담긴 내용은 대단히 나이브하고 동화풍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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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게 풀려났지만 돌아와 보니 부하들이 자기보다 더 똑똑한 척 해서 역시 기분이 안 좋은 샌드맨!!!)



 - 어차피 아는 것도 없으니 대충 천진난만하게 막 질러 보자면, 결국 '철 없던 우리 꿈군이 철 들었어요'로 귀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왕궁에 처박혀서 자기만 잘났고 자기만 힘들고 자기만 중요하며 인간 따윈 귀찮고 어리석기만한 개미떼들... 이라고 생각하던 모피어스가 아이템 찾느라, 왕궁 재건하느라 반 강제로 인간 세상을 싸돌아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이것저것 삶의 교훈을 얻고 변화하는 거죠. 그래서 초중반까진 계속 똥 씹은 무표정으로 우중충하게 돌아다니던 과묵 똥폼 모피어스가 마지막 회쯤 가면 제법 온화한 미소도 보여주고 그러는... 건데.

 내용이 그렇다 보니 전에 듀게에 올라왔던 글에 많이 달렸던 의견대로 주인공이 참 재미가 없긴 합니다. ㅋㅋㅋ 근데 전 그건 괜찮았어요.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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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대낮에 보니 굳은 표정이 더 어색하고 안 멋져 보이는 샌드맨!!!)



 - 이게 결국 에피소드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매 에피소드마다 모피어스가 인간이든 영적 존재든 암튼 어떤 누군가 한 놈이랑 얽혀서 지지고 볶고 다투고 돕고 뭐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각 에피소드의 중요 등장 인물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형식이에요.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대체로 개성 있고 열정적이며 각자 나름의 재밌는 사연들이 있고, 모피어스는 그 옆에서 대조군(...)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매번 어쩔 수 없이 그 사연에 얽혀 들어가고,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뭐 하나씩 깨닫거나 배우고. 그러니 모피어스는 별 매력 없고 재미 없어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게 존재 목적에 가까운 캐릭터니까요. 이 양반이야 뭐 구성상 막판에야 정신 차리며 좀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관심 끊고. 각 에피소드별로 바뀌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만 즐기면 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충분히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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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여쁘고 멋진 콘스탄틴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있는데 주인공 따위 무매력이면 좀 어떻습니...)



 - 다들 첫 에피소드가 장벽이었다고 하시던데, 전 뭐 첫 에피소드도 괜찮았습니다. 찰스 댄스 아저씨의 악당 연기 좀 보다가. 대략적으로 세계관 떡밥 뿌려지는 거 보다 보니 그냥 끝난 느낌. 좀 싱겁긴 했지만 파일럿 에피소드 보는 셈치고 그냥 봤구요. 뒤로 이어지는 카인과 아벨 & 가고일, 콘스탄틴의 슬픈 연애질, 루시퍼와 한 판 대결, 미친 놈(...)에게 말려든 식당 사람들 이야기, '죽음'의 업무 구경, 100년에 한 번씩 만나는 불사자와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네 편 동안 이어지는 '소용돌이'와 코린트인 이야기까지 특별히 재미 없거나 늘어진다는 느낌 없이 다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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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런 류의 막장 환타지극을 좋아해서 재밌게 본 에피소드.)


 마지막 네 편을 제외하곤 계속 에피소드 하나 단위로 이야기가 바뀌고 등장 인물이 교체가 되니 지루할 틈도 없더라구요. 오히려 새 캐릭터가 맘에 들어서 이야기를 좀 늘렸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몇 번 했구요. 또 에피소드마다 장르나 형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안 질리고 계속 달리게 하는 데 큰 보탬이 됐습니다. 루비 이야기나 죽음 에피소드 같은 게 그랬죠.


 다만 또 너무 빠르게 넘어가다 보니 살짝 싱거운 기분이 들 때도 있었어요. 특히 지옥 간 에피소드는, 무려 루시퍼와 1:1로 맞짱을 뜨는데 이게 대체 뭐지? 하는 느낌이. ㅋㅋㅋ 하지만 뭐 보아하니 첫 시즌이라 앞으로 자주 나올 캐릭터들 하나씩 훑으며 소개해주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해해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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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좀 화끈한 전투라도 나오나 했더니... ㅋㅋㅋㅋㅋ)



 - 근데 '이거 제작비를 얼마나 들인 거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랄까. cg가 종종 꽤 허접합니다? ㅋㅋㅋ 처음 '꿈의 왕국'을 훑어 보여줄 땐 뭔가 어중간하게 돈 들인 게임 cg 같단 느낌이 좀 들었고. 그 외에도 대체로 특수 효과가 S급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어차피 다음 시즌 나올 텐데 그땐 돈을 더 받든 받은 돈을 더 아껴 쓰든 해서 살짝 개선할 필요는 있어 보였구요.

 또 기껏 우리 모피어스찡이 막판 가서 살짝 성장을 하셨는데. 다음 시즌 시작할 때 이거 다시 리셋 시켜 버리면 짜증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작가님들 제발 그러지 마시고 우리 꿈군이 깨방정 러블리 수다쟁이가 될 때까지 힘차게 전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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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노린 캐스팅의 존 카메론 미첼님. 확인해보니 원작에도 있는 캐릭터더군요.)



 - 이건 개인 취향이겠습니다만. 제가 원래 에피소드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마지막 네 편 보단 그 전 이야기들이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론 100년만의 만남 이야기(제가 원래 이런 소소하고 훈훈한 거 좋아합니다 ㅋㅋ)가 제일 좋았고. 그 다음은 '죽음'과 산책하는 이야기.(사실 이건 정말 아무 사건 없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는데 분위기가 좋아서!!) 콘스탄틴 스토리나 루비 광인 이야기도 재밌었어요. 제일 덜 재밌었던 건 지옥에서 루시퍼와 대결하는 에피소드였는데, 뭐 그 분은 다음 시즌에 메인 빌런으로 잔뜩 등장할 것 같으니 그 때를 기대하면 될 것 같구요. 마지막 '소용돌이' 에피소드도 뭐, '시리얼 컨벤션' 때문에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그 썰렁한 말장난을 이렇게 대규모로, 상상력 때려 박아서 만들어 내다니 닐 게이먼 이 아저씨 참...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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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얼'의 원조이자 아이돌 겸 이번 시즌 최종 빌런님. 사실 좀 뻔한 캐릭터지만 연기가 좋아서 재밌었습니다.)



 - 원작이 그래픽 노블이다 보니 새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원작에선 어떻게 생겼지?'가 궁금해서 계속 검색을 해가며 봤는데요. 확실히 캐릭터들을 되게 많이 손 보긴 했더라구요. 생김새나 성격 같은 것도 바꿨지만 역시 눈에 확 띄는 건 인종, 성별 체인지겠죠. 뭐 바뀐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원작 그래픽 노블의 열성팬들이라면 아쉽단 소리 나올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원래 팬이란 건 그런 거니까요.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검색을 좀 해 보니 이게 그냥 원작 판권 사다 맘대로 만든 게 아니라 닐 게이먼 본인이 주도적 위치로 참여해서 시종일관 손을 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더라구요. 심지어 배우 연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고 그랬답니다. 주인공을 맡은 톰 스터리지에게 '아니 그 배트맨 발성 좀 하지 말지'라고 그랬다고. ㅋㅋㅋ 

 그러니 맘에 안 드신다면 원작자를 욕하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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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배우들도 참 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 결론은요. 

 앞서 말했듯 원작은 한 권 밖에 안 읽어봐서 이런 얘긴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원작 대비 많이 쉽게,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데 주력한 각색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만화책 볼 때와는 다르게 그냥 다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쉬워진만큼 뭔가 원작 대비 '간지'라든가, '심오해 보임'이라든가 이런 느낌은 많이 약합니다.

 하지만 그런만큼 확실히 이야기 하나하나를 재밌게 만들어 놨어요. 원작 코믹북처럼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전설의 레전드가 되고 매니아들을 마구 거느릴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냥 '재밌게'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다크 환타지 오락물이었습니다.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또 그렇다고 해서 원작을 막 파괴하며 가볍게 팔랑팔랑 날아가는 정도는 아니니 이 정도면 괜찮은 각색 아니었나 싶네요. 잘 봤습니다.




 + 하지만 검색으로 이것저것 확인하다 보니 뭐냐 그... 잘 정리된 이야기처럼 보이는 에피소드들에도 미래의 불행에 대한 떡밥들이 숨어 있고 그렇더군요. ㅋㅋ 뿌린 떡밥들을 얼마나 회수할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평가는 엄청 높으니 오래 이어지는 시리즈가 될 것 같네요.



 ++ 콘스탄틴과 루시퍼가 이미 시리즈화 된 적이 있었던 관계로 배우 캐스팅에 대해 기대나 실망을 한 사람들도 꽤 있었을 텐데. 뭐 이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모습들을 보면 그냥 별개로 가는 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루시퍼 모닝스타는 뭐, 톰 엘리스가 여기 나왔다면 정말 어색했을 거에요. ㅋㅋ 보니깐 특히 루시퍼 팬들이 닐 게이먼에게 직접 문의도 많이 했고 닐 게이먼도 친절하게 답을 해줬더라구요. 드라마 버전 루시퍼는 샌드맨 속 루시퍼로부터 너무 멀리 가 버려서 넣기가 영 난감했다고. 그냥 '와! 멋진 루시퍼가 두 종류나 있네!'라고 생각하자고. 



 +++ 본문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모피어스 vs 루시퍼의 대결을 전 정말 웃으면서 봤습니다. 이거 딱 초딩 저학년 내지는 미취학 아동들 싸움이잖아요? 난 늑대다! 그럼 난 호랑이다! 그럼 난 뱀이다!! 뱀이 호랑이를 어떻게 이겨? 수풀에 숨어 있다가 샥 무는 거지!! 그럼 난 몽구스다!!! 그럼 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 루크 스카이워커님께서 목소리 출연하셨습니다. 아주 후반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그냥 단역에 개그 캐릭터에요. 이 양반은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출연하시는 게 정말 많으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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