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오지 며칠 안 됐죠. 에피소드 여덟개에 편당 대체로 50분이 안 되구요. 스포일러는 없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단독 주인공!! 장하다 제나 오르테가!!!!)



 - 자기 동생을 괴롭히는 학교 양아치들을 풀장에 무언가 아주 위험한 것(...)을 풀어서 응징하는 웬즈데이의 단호한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금수저 파워로 형사 처벌은 어찌저찌 면했지만 이젠 더 이상 받아줄 평범한 학교가 남아나질 않아서 최후의 선택으로 엄마의 모교인 '네버모어' 고등학교로 끌려가요. 이곳은 드라마 속 세계관으로 세상에서 '평범이(Normie)'들에게 차별 당하는 '별종(Outcast)'들을 모아 교육 시키는 기숙 학교이구요. 그래서 학생들도 하나 같이 정상이 없네요. 성격이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늑대 인간에 세이렌에 고르곤 등등. 스펙상 웬즈데이가 가장 정상인

 처음에는 이 학교에서도 얼른 탈출하든가 쫓겨나든가 할 계획이었던 웬즈데이는, 그러다 이 학교에 뭔가 기괴하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게다가 그 사건의 중심에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일단 그 사건부터 파헤쳐 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난 잘났으니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티저 예고편의 장면이죠. 예전 영화 버전의 양대 스타답게 드라마 버전의 주연 & 사이드킥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 옛날 옛적 영화 '아담스 패밀리'는 언제나 제게 뇌가 꼬이는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감독이 배리 소넨필드인 거 알고 원작은 따로 있는 것도 알아요. 근데 자꾸만 이게 팀 버튼이랑 연관이 있는 것처럼 생각이 된단 말이죠. ㅋㅋㅋ 확인차 검색을 해 보니 그 영화의 감독이 팀 버튼이 될 뻔 했던 적이 있었다는 건 알겠지만 암튼 관련이 없습니다. 근데 제겐 그게 오히려 어색해요. 그만큼 팀 버튼의 기존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작품이라서 그랬겠죠. 심지어 이 '웬즈데이' 드라마 관련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제 머릿 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음? 옛날에 했던 거 다시 하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팀 버튼다운 게 뭔데!!!!?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거? 라는 느낌.)



 - 일단 그 영화 버전과 이 드라마 버전은 그냥 같은 원작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영화판의 웬즈데이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보니 서로 연결되는 관계인 게 당연해야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가족 관계만 들여다봐도 영화판과는 다른 부분들이 막 보이죠. 영화에선 퍽슬리가 오빠였는데 여기에선 남동생이고, 영화 2편에서 생기는 셋째 아이도 여긴 존재하지 않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도 다 조금씩 다르구요.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보시기 전에 기대치 적절히 설정하시라고 적어 봤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호그와트 라이벌 학교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금수저의 특권으로 혼자 커스텀 교복 입고 다니는 수요일양의 패기가!!!)



 -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래서 뭘 기대하고 보면 되느냐는 것이겠죠.

 이미 쏘맥님 글과 댓글들에서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이건 의외로 평범하고 멀쩡한 하이틴 성장물입니다. 물론 환타지가, 그것도 다크한 환타지에 연쇄 살인 같은 강한 양념까지 들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래요. 우리의 웬즈데이는 사실상 그냥 말 참 싸가지 없게 하고 사회성 떨어지는 고스 취향 고딩이구요. 세상에 철벽 치고 혼자만 잘났다고 살아 보려던 이 청소년이 '네버모어'에서 만나게되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성도 익히고 눈치도 좀 챙기게 되는 뭐 그런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레알. 진짜로요. ㅋㅋㅋ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영화 버전의 웬즈데이는 분명히 매력 쩔었지만 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가 기승전결이 있는 진지한 드라마를 만든다? 그건 또 답이 안 나오죠. 그게 100분짜리 영화 속 조역으로 툭툭 튀어 나와 양념 역할을 하니 괜찮았던 거지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맡기긴 좀 무리에요. 옴니버스식 호러/블랙 코미디. 혹은 시트콤으로 만든다면 모를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원조...는 사실 아니지만 암튼 '그' 웬즈데이님의 현재 vs 과거. 참고로 이제 31년 전입니다. ㄷㄷㄷ)



 - 그래서 영화판의 웬즈데이는 빠르게 잊어주고, 대충 '이건 팀 버튼 버전의 호그와트 스토리다' 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 쪽으로는 괜찮습니다... 만. 음.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 쪽으로도 막 아주 훌륭하다고 말하긴 껄쩍지근한 부분들이 자꾸 밟힙니다.


 일단 캐릭터들이 참 많은데 거의 대부분 얄팍해요. 그리고 그와 함께 이 캐릭터들과의 관계나 갈등도 얄팍해집니다. 대표적으로 세이렌 퀸카 '비앙카'와 웬즈데이의 갈등 같은 게 그렇죠. 시즌 내내 대하드라마를 쓰게 될 듯이 격하게 꼬아 놓고 시작하는데 그게 보다보면 어느샌가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ㅋㅋ 자꾸만 튀어나와 위기 조성하는 평범이 빌런 청소년 캐릭터도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득도하여 사라지구요. 에피소드 여덟개로 풀어 놓자니 시간이 모자랐던 건지, 에피소드 여섯개로 할 얘길 늘리면서 이런 얄팍함이 추가된 건지.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암튼 뭐가 되게 쉽게 쉽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최종 빌런과의 대결이 펼쳐지는 클라이막스 즈음의 전개도 좀 그렇습니다. 옛날 팀 버튼 좋아하던 사람들이 기대함직한 뭔가 비틀리고 삐딱한, 아웃사이더 갬성 가득한 그런 느낌이 없어요. 나쁘지는 않은데, 되게 전형적이고 뻔하고 정상적(?)이어서 김이 좀 새더군요. 버튼 할배도 이제 환갑이 한참 지나셔서 갬성이 예전 같지는 않으신 듯 하기도 하고... 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보다보면 가끔은 제나 오르테가 버전 웬즈데이 옷갈아 입히기 놀이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 드레스나)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런 고양이 귀 같은 건 너무 격하게 노린 거 아니냐구요!!! ㅋㅋㅋ 에드거 앨런 포우 핑계로 고양이 코스프레라니!!)



 - 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일단 캐릭터들이 참 귀여워요. 그냥 귀여운 게 아니라 아주 그냥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제니 오르테가의 웬즈데이는 선배에게 독기로는 밀릴 지언정 예쁨과 귀여움으로는 정말... 쩝니다. ㅋㅋㅋㅋㅋ 거의 그냥 뚱한 느낌의 포커페이스로 조곤조곤 독설 날리는 연기가 대부분이라 배우가 좀 날로 먹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너무 격하게 잘 어울리고 또 귀여워요. 그래서 뻔하디 뻔한 마지막의 성장도 참 흐뭇하구요. 개인적으론 중간에 이 녀석이 딱 한 번 울먹거릴뻔 하는 장면에서 진짜 육성으로 '오구오구'라고 말할 뻔 했습니다. 보신 분들은 이 심정 아실 거에요(...)

 그리고 사실상의 파트너인 룸메이트 '이니드' 또한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늑대인간이란 설정 때문인지 뭔가 격하게 강아지상인 배우를 캐스팅해 놓고 내내 격하게 얼굴 근육을 많이 쓰는 귀여운 척 연기를 시켜놨는데, 그게 그냥 정말로 귀여워서 납득이 됩니다. ㅋㅋㅋ 그리고 위에서 계속 '얄팍하다'고 깠지만 적어도 이 둘의 관계는 뻔할 지언정 아주 보기 좋거든요. 아마 지금도 이미 수많은 능력자들이 이 둘 커플링하는 팬아트들을 쏟아내고 있을 듯.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좌측이 우리 이니드양인데요. 이 짤의 재밌는 점이라면 이게 두 짤을 이어 붙인 게 아니라는 거?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총천연색 인간 vs 흑백인간.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미술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팀 버튼 작품답게 미술적으로 보기 좋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전 특히 그 수수께끼의 괴물 디자인이 좋더라구요. 팀 버튼 작품 아닌 다른 데서 나왔으면 cg퀄 왜 이러냐, 디자인한 놈 월급 못 받았냐 이랬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주 좋아요. ㅋㅋㅋ 웬즈데이가 갈아 입는 의상들도 하나 같이 예뻐서 이쪽 취향의 덕후님들 열광하겠다 싶었고. 대니 엘프먼이 만든 음악들도 듣기 좋았어요. 솔직히 예고편에서 들려준 Paint It Black이 제겐 최고였지만, (본편에서도 나옵니다) 그것 말고도 팝음악 적절하게 인용하는 것이나 오리지널 스코어나 다 괜찮았습니다.


 이야기 측면에선 뭐... 이미 말 했듯이 뭔가 좀 헐렁하게 쉽게 풀려가는 부분이라든가, 팀 버튼에게 기대할만한 이야기치곤 많이 전형적, 왕도적이라든가. 이렇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귀여운 캐릭터들 가지고 후딱후딱 굴려나가기 때문에 보는 동안엔 술술 넘어가고 그랬어요. 그냥 다 큰 애들 나오는 동화구나... 라고 생각하고 볼 때 나쁘진 않았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리고 어쨌거나 우리 수요일양의 독설들은 가볍게 즐길만 하구요.)



 - 그러니까 결국 기대치 설정이 중요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안 그런 게 어딨겠습니까만. ㅋㅋ

 우리 팀 버튼 할배가 정말 오랜만에 본인 (옛날) 스타일 독하게 우려낸 작품 하나 내줬으면! 같은 맘으로 보시면 실망하시기 쉽습니다. 이전 영화판의 크리스티나 리치 버전 웬즈데이 캐릭터를 드라마 한 시즌 분량으로 배불리 구경하는 걸 기대해도 마찬가지겠구요.

 그러니까 그냥 호그와트에 팀 버튼 스킨을 씌우고 굴러가는 (다크한) 마법과 청춘, 모험물이구요. 살짝 얄팍하지만 시각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귀엽기 짝이 없는 캐릭터들 구경하다 보면 다 잊고 즐거워지는. 뭐 그런 이야깁니다. 거기에 역시나 팀 버튼스럽게 (취향이나 성향 면에서) 소수자들 화이팅을 외치는 메시지도 익숙하게 좋구요. 처음엔 살짝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 즐겁게 잘 봤습니다.

 



 + 시즌 2 떡밥을 노골적으로 흘리며 끝납니다. 그래도 뭐 요 시즌의 중심 이야기는 깔끔하게 마무리되니 괜찮아요. 여기서 더 나가서 뭔 얘길할까... 싶지만 우리 귀염뽀짝 웬즈데이와 이니드를 생각하면 그래!! 더 만들어 보시지!!! 라는 마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내놓아라! 시즌 2!!!!!)



 ++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우리 '아담스' 가족의 캐릭터가 평이해진 건 자연스러운 이치 같기도 합니다. 사실 영화판의 아담스 가족은 그냥 많이 독특한 소수 취향의 사람들... 이라기엔 다들 기본적으로 너무 중범죄자들이었잖아요. ㅋㅋ 그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서 기나긴 드라마 버전을 만들었다면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겠죠. 그렇다고 해서 웬즈데이 부모들이 별로 재미 없었다는 게 덜 아쉬워지진 않습니다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루이스 구즈만, 캐서린 제타 존스의 연기에 불만은 없었습니다만. 그냥 캐릭터들이 다 너무 착해서...)



 +++ 이야기 외적인 요소로 이야기 속 비밀의 진상을 눈치채게 되어 버리는 건 언제나 김 새는 일이죠. 흠. 기왕 그런 위험을 감수했다면 대신해서 마지막에 아주 화끈한 연출이라도 넣어줬음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1
126022 PSG 단장 소르본느 대학 강연에서 이강인 언급 new daviddain 2024.04.19 9
126021 링클레이터 히트맨, M 나이트 샤말란 트랩 예고편 new 상수 2024.04.19 78
126020 [왓챠바낭] 괴이한 북유럽 갬성 다크 코미디, '맨 앤 치킨' 잡담입니다 [1] update 로이배티 2024.04.18 147
126019 오늘 엘꼴도 심상치 않네요 [7] daviddain 2024.04.18 129
126018 프레임드 #769 [2] Lunagazer 2024.04.18 45
126017 [근조] 작가,언론인,사회활동가 홍세화 씨 [11] update 영화처럼 2024.04.18 458
126016 80년대 국민학생이 봤던 책 삽화 [8] update 김전일 2024.04.18 295
126015 나도 놀란이라는 조너선 놀란 파일럿 연출 아마존 시리즈 - 폴아웃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75
126014 체인소맨 작가의 룩백 극장 애니메이션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15
126013 [웨이브바낭] 소더버그 아저씨의 끝 없는 솜씨 자랑, '노 서든 무브' 잡담입니다 [5] update 로이배티 2024.04.18 235
126012 이제야 엘꼴스럽네요 [3] daviddain 2024.04.17 184
126011 프레임드 #768 [4] Lunagazer 2024.04.17 60
126010 킹콩과 고지라의 인연? 돌도끼 2024.04.17 134
126009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찍은 파리 바게트 광고 [1] daviddain 2024.04.17 198
126008 농알못도 몇 명 이름 들어봤을 파리 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 daviddain 2024.04.17 129
126007 아카페라 커피 [1] catgotmy 2024.04.17 131
12600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4.04.17 350
126005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 [4] 로이배티 2024.04.17 268
126004 마리끌레르 영화제 예매 결과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수 2024.04.16 138
126003 프레임드 #767 [4] Lunagazer 2024.04.16 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