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나 다른 웹을 보아도, 

김영하= 구닥다리 낭만주의자(개인적 예술세계에 갇힘, 세계가 변하는 것 따윈 관심없음, 자기만족이면 그만, 때문에 제자가 죽고나서 더 괴로움)    
VS
소조=  현실참여적 예술론을 표방(한 예로, 작가들의 길드를 만들자고 말함, 구체적 방법으로는 몇만부 이상의 인쇄에 대해서는 작가 기금을 만드는 방식)

이런 구도로 논쟁을 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보기엔) 그런 구도로 몰고간 것은, 소조님의 의도적인 오독(김영하 작가의 글에 대한 오독)에서 부터 비롯됐다고 봅니다.

김영하님이 낭만주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소설가가 작품을 쓰게 해주는 내부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이고
예술적 낭만지상주의에 대한 찬양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소조님은 '낭만'이라는 단어를 김영하님이 사용하자, 다소 악의적으로 제멋대로 오독하고 

구닥다리 낭민주의 예술지상주의 vs 현실주의자(또는 현실변혁주의자) 구도로 몰고 갑니다.

소조님은 논쟁에 참여한 세번째 글(클릭)에 단 댓글에서,
자신이 의도적으로 김영하님의 글을 오독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적인 오독이라고 말합니다.

김영하님은 애초에 그저 예술가 내부에 존재하는 창작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으로 그것은 '낭만주의적'인 것이다, 라고 말한 것 뿐이지만,

소조님은 전혀 다른 해석으로 김영하님의 예술적 가치관과 그의 예술적 지향점을  낡은 예술지상주의 혹은 철지난 낭만주의 라고 공격합니다.

 한편, 김영하님은 '당분간'이란 수식어를 써가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당분간 오직 우리 자신뿐” 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소조님은 다시 한번 '당분간'이라는 수식어를 슬쩍 무시하고는, 그의 주장(세계가 먼저 바꾸지 않으면, 개인이 변할 수 없다)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김영하님이 반박한 것처럼,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김영하님이 세계가 변하는 것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는 자폐적인 낭만주의적 예술가가 아니라는 점은
그가(블로그에) 올린 <예술가의 궁핍. 그렇다면 어떻게?> 라는 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혜택이 많은 작가 길드와 또 유럽식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한계를 언급 한 뒤
아래와 같은 자신의 의견을 밝힙니다.


예술가를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사회 전체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최저생계선을 확보함으로써 예술가가 자기 나름대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사회 전체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최근의 무상급식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밥을 주자는 정도도 첩첩산중의 정치적 쟁투를 거쳐야하는데, 국민 전체 혹은 예술가 집단 전체의 복지를 향상시키자는 제안이 얼마나 험한 정치적 난관을 돌파해야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길은 결국 이쪽에 있을 것이다.


김영하님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는 소조님이 말하는 예술가 길드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에도 길드가 이미 있다고 말하고 현실적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조님이 말하는 작가길드의 형태를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나 웬만큼 팔리는 작가들의 자발적인 기부에 의해 지탱되는(현실적으로 돈이 남는 사람들은 꽤나 팔리는 작가들 밖에 없으므로)

작가 길드를 언급하며, '세계를 바꿀 참여적 예술'을 강조하는  소조님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정치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래는 소조님의 글 예술가는 누가 지키는가: 최고은씨에 바친다 의 일부입니다.



저는 예술가에게 있어 생계문제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돈을 많이 버는 예술가만 진짜 예술가라는 말도, 예술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계해결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예술가라면, 자신들의 경제적 생존구조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즉 사회나 국가에 대해 징징댈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말이 예술가 지원이지 사실상 구걸에 가깝습니다.
솔네니친은 "작가란 하나의 정부다"라고 말했는데, 정부가 다른 정부에게 손 벌리는 것은 그야말로 수치입니다. 평균적으로 작가나 예술가의 수입은 일반직장인의 그것에 크게 못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예술가적 자존심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자존심까지 내팽개치면서 예술을 하겠다는 것은 예술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사실상 같습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은 애당초 예술과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소조님의 글을 보면, 

아무래도 소조님이 말하는 세계의 변혁이란 그저 예술가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이지,
그 이상(김영하가 말하는 모든 국민이 굶어죽지 않을 수 있는 복지국가로의 도약)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조님에게는 국가에게 손을 벌리는 복지국가는 사회나 국가에에 징징대는 자존심을 버리는 '수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x 999, 저도 소조님의 글을 오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제 경우는 의도적인 오독이 아니라, 소조님의 글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니
의도적인 오독보다야 오해의 소지가 적으리라고 봅니다.


(소조님의 의도된 오독 등에 의하면) 자기안에 갇힌 자폐적인 예술지상주의자에 낭만주의자인 김영하님이, 어렵지만 결국은 가야할 세상의 변혁을 이야기하는 반면,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몇번 도전해 보다가 안되면, 때려치라고 말하는 동시에, 문학은 세상의 변혁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소조님은 오히려, 
그 냉혹한 현실을 강조한 나머지, 그 냉혹한 현실은 바꾸지 않는다고 , 그냥 그 냉혹한 현실에서 예술가들끼리 길드나 만들어서 상부상조하라고,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국가를 앞당기는데 일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의 변혁을 앞당기는 것은 
결국 징징대는 것이다, 그러니 냉혹한 현실 안에서 그저 추운 바람을 펭귄처럼 뭉쳐서 막아내라는 식으로)
작은 범위의 세상의 변혁을 이야기합니다.
소조님은 "작가는 하나의 정부다"라는 것은, 그래서 '구걸'이나 '지원'이 수치라는 것은
결국, 냉혹한 (복지국가의 반대선상에 위치한) 지금의 경제 체제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소조님의 글에서 배울 것이 없지는 않겠지만,
의도적인 오독으로 논쟁을 이상한 반향으로 끌고가는 점이나
(진중권님은 소조님의 글이 엉터리라고 까지 말하지만, 저는 적어도 소조님이 말하고자 하는 것중 일부는 귀담에 들을만 하다고 봅니다.)
스스로는 의도된 오독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불찰로 트위터리안들의 비의도적 오독(그가 여성차별자라는 오독)을 불러일으켜 궁지에 몰자,
죽은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끌어들여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점(김영하님이 이 부분때문에 공격을 받고있지요)을 보면,
논쟁의 상대로는 뭐랄까, 논의를 산으로 끌고가는 분처럼 보입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산으로 끌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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