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6 20:27
탈북자 소재인 것 말고는 정보가 하나도 없이 본 영화인데 주인공이 감독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촌스러운 머리모양과 허술한 옷차림도 일조를 했지만 억양이며 너무 그럴듯해서 혹시 탈북자를 캐스팅한 것 아닐까 생각할만큼 현실감있는 연기였거든요.
영화는 예상했던대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남한사회의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는 탈북자들의 삶도 그렇고, 갈수록 폭력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주인공 승철이 언제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력에 당할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해보니 중간에 정말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어요! 승철에게 커터칼을 들이민 이인조, 이인조에게 짱돌을 휘두른 승철, 경철을 뒤쫓는 삼인조, 심지어 승철과 시비를 붙는 노래방 손님도 아무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거요. 영화속에 유일하게 나오는 살인은 승철의 고백으로 언급될 뿐이죠.
2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은 좀 넘치는 듯 하지만 결말은 맘에 듭니다. 전 사실 결말이 당연히 승철/경철의 죽음이 될 줄 알았어요. 경철을 놓친 삼인조나 아니면 배반당한 경철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뜬금없어 보이던 롱테이크가 백구의 시체로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예상외로 잘 어울리는 결말입니다.
참, 전 교회가 숙영을 스토킹하는 배경인줄만 알았는데 꽤 기독교적인 내용도 있네요. 기독교인인데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숙영의 죄책감이 승철에 대한 유대감으로 이어질 줄이야. 회개와 구원을 술술 이야기하던 목사님은 배우가 아니라 진짜 목사님이고 . . .
2011.04.17 00:24
2011.04.17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