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양반이 국정원에 다녀왔습니다. 코렁탕(?) 같은 건 아니고 오히려 포상행사 비스무레한 것....

후기를 어디 게시판에 올렸길래 허락을 득하여 퍼옵니다. (멀쩡한 인간이 저기 갈 일은 잘 없을테니..)


이하 전재.




  일전에 포스팅한바 있는 예의 행사에 오늘 참가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원(국정원

  111콜센터) 초청행사' 말입니다. 상기의 제목은 오늘 도착한 현장에서 본 명칭입니다.


  이번이 도합 3번째 행사라고 하더군요. 이전 행사관련이야기는 D모 사이트의 자랑갤..

  이라던가에 나와있습니다. 이 행사는 111콜센터에 신고한 사람들중 일부를 초청해서

  이뤄지는 행사입니다. 오늘 90여명 가량이 참가했고, 그중 20~30명은 지방에서 올라온

  분들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아참, 가능한한 행사관련자나 참가자들의 실명과

  같은 정보는 모두 OOO처리를 할 겁니다.


  행사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830 서울역에서 셔틀버스탑승(양재역에서도 셔틀버스 픽업이 이뤄졌지만, 전 거기

  타지 않아서 시간을 모릅니다)


  1000 되기 좀 전에 서초구 국가정보원에 도착, 간단한 소지품 검사 및 일부 보안사항

  적용(일례로 MP3나 USB를 우선 맡아둔다거나, 휴대폰카메라를 물리적으로 일시 불능

  조치를 하거나)


  1000 - 1100 안보강연 및 질답 : 강사 OOOO 대표 이OO(일부 의견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무려 선배시기에 차마 내색할 수가 없었습니다. 으악 고대! 끄악 법대..)


  한때 한총련 등에서 활동하다가 전향하게 된 분입니다. 강연내용은 '종북단체들이란

  이런이런 것들이다. 때려잡자!' 다만 그 내용(대한민국 학생운동사)에 대해서 대략 

  알고 있었던 데다가 학생운동을 하신 것 치고는 어째 눌변에 가까우셔서 개인적으로

  그리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강의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1100 - 1115 안보영상 감상 :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예상하시다시피 최근 벌어진 사건들의 희생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윗동네야 예나

  지금이나 싫어합니다만, 전 거기 더해서 그딴 장비를 쓰게 만든 상황에도 화가 나서..

  (이하생략)

  

  1115 - 1210 안보브리핑 및 질답 : 안보담당관 OOO. 해당 브리핑 제목은 "북한의 

  대남위협 전망"으로, 3급비밀이었습니다.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고, 

  3급비밀이 어떤 물건인지는 대강 압니다만 그래도 비밀이니만큼 내용언급은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현직 국정원 직원(안보담당관!)과의 질답시간은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거기 더해

  담당관께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열혈의 혼'을 지닌 분이셔서

  더욱 불타올랐습니다.


  질답 와중에 발언기회를 얻어 발언을 하면서 사건3연방 '흑금성, 인도네시아 사건, 

  장 자크 보좌관 사건'을 꺼냈습니다만, 애초에 그냥 툭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 건

  극히 예외적인 실수셨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말입니다.


  1210 - 1400 오찬 : 장소를 옮겨 오찬을 가졌습니다. 메뉴는 중식코스. 상당히 양이

  많아서(대체 언제 끝나는거니..) 나중에 남겼습니다. 제 식사량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찬테이블마다 국정원 직원 한분이 함께 자리해서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간 이야기의 일부를 적습니다.


  "어디 가서 서초동 회사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시나요?"

  "국정원 직원이라고 추정할 만한 말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그냥 공무원이라고 하죠."


  "자제분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알고 있나요?"

  "그냥 공무원으로만 압니다."


  뭐, 이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참가자들중에 특이한 개인이력을 지닌 분들의 소감을 듣기도 하고, 한 분이

  대표로 기념품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념품을 대표로 받은 분이 바로 예의 현역 레이싱

  모델님이 되겠습니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런 프로포션을 가진

  살아움직이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잘 아는 후배중 누군가가 참 좋아할

  것 같더군요.(먼산)


  1400 - 1510 안보강연 및 질답 : 강사 OOO(탈북자 출신) 정말 흥미로운 강연이었는데,

  강연주제는 "내가 본 대한민국과 북한의 실상"


  고난의 대행군 기간에 300만이 아사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그 외에

  실제 윗동네에 거주했던 사람의 생생한 목격담이 여러모로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윗동네에서는 지도자와 그 주변인물에 대한 '위대성 교양' 과목을 교육시킵니다.


  교육내용의 예를 들자면, "김정일이 6살이던 때,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1+1은 얼마지?

  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에 대해 다른 아이들이 다 2라고 하는데 김정일은 2이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진흙덩이 한개와 한개를 합치면 큰 하나가

  된다고 말입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아닙니까?..이 무슨 짝퉁 에디슨.


  윗동네에서는 농기계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 덕에 인력과 소를 이용해 경작을 하는데

  매해 5월에는 봄전투, 10월에는 가을걷이전투라고 해서 학교를 쉬고 학생들을 거기

  전부 동원해서 농사일을 시킨다고 합니다.


  소를 이용해서 경작을 하는 만큼 소가 중요해지는데, 그래서 윗동네에서 소고기를

  먹으면 사형입니다. 실제로 강연자의 친구 아버지가 그렇게 사형당했다고 하더군요.


  전기공급은 하루에 한두시간. 그것도 60~70볼트.. 가정마다 변압기를 두고 승압해서

  써먹어야하고 변압기가 없는 가정이라면 30~40볼트. 왜 전구가 빛을 내질 못하니..


  그리고 남자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낄 충격과 공포가 남아있었으니 그건 바로 윗동네의

  군복무입니다. 도중에 13년을 찍었다가 도로 돌아온 윗동네의 복무기간은 위엄 넘치는

  10년입니다. 윗동네 군복무의 특징을 몇가지 나열하자면..


  휴가, 외출 없음 : 으악,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야!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600명 중에 1년에 1.2명만이 표창휴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무슨 인세의 지옥..


  만성적 배고픔 : 입대 이후 기본상태가 영양실조로 바뀌고 그 상태에서 서리하는 법을

  획득해서 살아남거나, 획득 못하고 죽거나.. 


  1510 - 1640 안보전시관 견학, 북한인권사진전 관람, 권총시뮬레이션사격

  안보전시관은 지난 4월에 리모델링을 거쳤습니다. 크진 않지만, 노획장비를 기본으로

  전시물을 꾸민 게 이색적입니다. 일례로 삼호주얼리호 사건 당시에 노획한 RPG-7..


  북한인권사진전을 보고 적은 제 소감 한마디는 바로 이겁니다. "KILL THE KING!"


  권총시뮬레이션 사격은 실제 직원들의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비를 체험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CO2를 이용 실총의 80% 정도의 반동을 재현하고, 실총(글록19)의

  총열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코일유닛-레이저발사-을 달았습니다. 즉 실총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니고 80%의 반동까지 느낄 수 있는 장비입니다.


  1640 - 1710 기프트 샵 이용, 마무리 정리 및 기념품 수령

  기프트 샵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부진정절대시계 등을 구입하기 위해선데, 나중에

  들은 바로는 물품이 동이 났다고.. 그래봐야 외부업체가 입점해 있는 거라서 딱히

  판매금액이 국고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더군요. 나가는 길에 아까 맡긴 물건을 돌려받고

  기념품(절대시계+절대티머니)을 받았습니다. 이건 따로 사진과 함께 곧 포스팅할

  겁니다.


  1710 귀가. 흥미진진하지만 한편으론 꽤 기력이.. 나이가..


  한마디로 축약하면 꽤나 바람직한 행사입니다. 혹시나 초청을 받게 될 일이 있으시면

  거기 응해서 참가하시면 좋을 겁니다.


  참고로 

  카메라 캠코더 금지, 폰카에는 일시적으로 물리적 보안조치..

  O렁탕이야기를 알긴 하시더라구요 그분들....




그리고 절대시계 사진들.... (두둥)




  왠지 위엄넘치는 종이가방에 기념품을 담아서 줍니다. 브랜드 충성도 1위 NIS!



  종이가방의 내용물입니다. 홍보책자, 절대티머니, 절대시계



  진정절대시계입니다.



  선명하게 빛나는 문자판의 NIS



  무려 원적외선 건강시계입니다.



  국가정보원장이라는 각인이 선명합니다. 절대시계의 가치가 창출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안보전시관 기프트샵에서 구매가능한 물건입니다. 절대시계라 불리는 시계들은
  여러 모델이 있으며 이건 그 중에 '와일드' 모델의 포장입니다.



  33,000원! 돈을 주고 산 시점에서 부진정절대시계가 됩니다.



  이렇게 생긴 물건입니다.



  NIS 로고는 반짝반짝 하기도 하지!



  평범 무난한 검정가죽시계띠.



  그래도 절대시계 패밀리답게 뒷면에 국가정보원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진정절대시계와 부진정절대시계!





  하지만 진정절대시계는 국가정보원장 각인이고 부진정절대시계는 국가정보원 각인일
  뿐이지!



  절대티머니도 함께 받았습니다. 증정용의 위엄. 일련번호까지 딸려있습니다.


  
  뒷면 모습.

  절대티머니에는 소정액(40,000원)이 충전되어 있습니다. 교통비로 쓰거나, 편의점이나
  유통점에서 결제할 때 쓰거나 하라는 겁니다. 이것은 좋은 것입니다.



  덧. 진정절대시계는 어머니를 드리면 될테고, 부진정절대시계는 제가 쓰거나 아버지께
  바치면 되겠다 싶습니다. 

  덧.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덧2.


버지니아 랭리에 위치한 CIA(미중앙정보국) 건물 한켠에는 기념벽이 있습니다.  

  

  기념벽에 달린 83개의 별은 작전중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에도 이와 비슷한 기념벽이 하나 서있습니다. 그 벽에는 2011년
  현재 44개의 별이 달려있습니다. 무명의 헌신답게 단지 검은 별일뿐, 각각의
  별들에 딸린 사연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기념벽 우측의 창문 너머에는 저 별들의 주인공들이 묻혀있는 묘지가 보입니다. 촬영
  금지라서 올려드릴 사진이 없어 아쉽군요.

  알려진 것이 하나 없는 44개의 검은 별 중 1개의 별만은 언론에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그 별에 얽힌 이야기를 잠시 하고자 합니다.

  지난 1996년 10월 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최덕근 영사(향년 44세)가 
  피살되었습니다. 링크1은 해당사건을 보도하는 MBC뉴스동영상입니다. 파릇파릇한
  엄기영 앵커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1996/2010631_6172.html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정식외교관이 피살당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외무부 소속으로
  소개되었지만 최덕근 영사는 안기부에서 파견되어 북한 마약에 대한 첩보활동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최덕근 영사의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재부검 결과에서 북한 무장간첩이
  소지하고 있던 것과 비슷한 독극물이 검출된 바 있습니다. 첩보활동 중 북한에 의해
  제거당하신 겁니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북한 공작원이 직접 했거나, 결탁 중인 마피아 조직원에게 교사한
  거라는 추측이 나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년뒤 러시아당국에서는 단순강도
  사건으로 공시하는 선에서 그치고 맙니다.

  링크2는 최근까지의 진행상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결국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입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10180103


  국가정보원은 그 특성상 성공한 작전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대신 실패한 작전(흑금성,
  인도네시아, 장 자크 루소 보좌관)이 공개되어 언론에 두드려맞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안녕을 위해 순국하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순국영령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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