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유성기업 관련 글을 보다가, 더는 미루지 말고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 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린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그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음으로 깨지는 겁니다. 맨날 우리만 죽고, 맨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다.

아무리 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를,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를 살아서 내려오게 하자

   
  ▲그림=이창우

지난 2003년 위와 같은 김주익 열사 추도사를 울부짓으며 읊어 우리 사회 모두를 울렸던 사람. 벗 김주익을 생각하며, 그후 지난 8년 동안 방에 불을 때지 않고 살았다는 그.

화진여객 버스 안내양으로 시작해서 21살에 한진중공업에 최초의 여성용접공으로 들어 간 후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하고, 부산 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다 보니 어느새 머리 희끗한 쉰 두 살’의 해고노동자가 되어 있더라는 그.

그가 다시 폭력적인 정리해고에 맞서 2011년 1월 6일 새벽에 8년 전 지금과 똑같이 동료들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김주익이 올랐다 목을 매단 한 서린 85호 크레인에 오른지 벌써 140여일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그는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85호 크레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번민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자신만은 "주익 씨가 못해 봤던 일,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했던, 내 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85호 크레인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더 이상 눈물이 아니라, 더 이상 한과 애끓는 슬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의 자리가 되도록 "아직도 85호 크레인 주위를 맴돌고 있을 주익 씨의 영혼을 안고 반드시 살아서 내려가겠다"고 합니다.

 

쥐새끼 버글거리던 '생활관'

용접슬러그에 얼굴이 움푹 패이고, 눈알에 용접불똥 맞아도 아프다 소리도 못했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나는 깡보리밥에 쥐똥이 섞여 나오던 도시락을 주면 공업용수에 말아 먹어야 하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한 달 잔업 128시간에 토요일 일요일도 없고 매일 저녁 8시까지 일하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용접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을 테이프로 덕치덕치 부쳐 넝마처럼 기워 입고, 한 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가며, 쥐새끼가 버글거리던 생활관에서 쥐새끼들마냥 뒹굴며 살아야 하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한여름 감전사고로 혈관이 다 터져 죽어도, 비오는 날 족장에서 미끄러져 라면발 같은 뇌수가 산산이 흩어져 죽어도, 바다에 빠져 퉁퉁 불어 죽어도 산재가 뭔지도 몰랐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한 해에도 수십 명의 노동자가 골반압착으로, 두부협착으로, 추락사고, 감전사고로 죽어가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친 동료들 문병 다니고 죽은 동료들 문상 다니는 시간이 잔업 다음으로 많았던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그 공장은 몇 년 전 필리핀 수빅에 수조원에 달하는 공장을 지을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구조조정 뿐이었습니다. 2010년에만 비정규직 포함 3000여명이 잘렸고, 300명이 강제휴직을 당했고, 울산공장이 폐쇄됐습니다.

경영이 위기에 처했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2011년 올해 270여명을 다시 희망퇴직으로 정리하고, 나머지 170여명을 정리해고 통보한 다음날, 대를 이은 조남호 사주 일가와 주주들은 174억원의 고배당을 챙겨갔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정리해고는 비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절망만이 아닙니다.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벌써 15명째 목숨을 잃었습니다. IMF 이후 이렇게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 잘려나간 우리 이웃들이 수백만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삶의 벼랑으로 몰려 900만 비정규직 시대가 되었습니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재능교육 비정규직들은 그런 이 시대의 절망에 맞서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극악한 불의에 맞서고 있습니다.

김진숙과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싸우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 시대 전체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엔 우리들만 다닌 게 아니라고 합니다. ‘평생을 새벽밥하며 남편 출근하는 동안에도 한시도 맘놓지 못했던 아내들도 다녔고, 아빠 돌아올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다 아빠 얼굴 그리며 잠들던 우리 아이들도 다녔고, 노심초사 아들내미 사위 걱정에 한시도 편할 날 없던 우리 부모님들도’ 다녔던 공장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수십 년 간 ‘일요일 날에도 특근 나가던’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냐고, 우리가 어떻게 경영을 어렵게 했냐고 합니다. ‘지 마누라, 지 새끼 옆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저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냐고 합니다. 

 

징역 일당 4520원, 손배 일당 100만원

사람들이 염려하지 않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크레인 위에서도 오히려 ‘공기 좋고, 전망 직이고, 젤 좋은 게 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다 알루 보입니다. 방이 좀 작아서 그렇지 발코니도 널찍해요. 봄이 오면 텃밭을 가꿔서 가을에 걷어 먹을 생각’이라고 눙을 치는 그.

‘아직 수맥 찾는 법을 몰라’, ‘양치질은 짝수 날만’ 하고, ‘세수는 윤석범 동지 장가 가는 날은 꼭 한다’라고 하는 그. 징역 살 땐 하루에 4,520원밖에 안쳐주더니, 오늘부터는 하루 손배 100만원짜리 인간이 되었다고, 이제야 제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고 신나 하는 그.

129일을 버티던 김주익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김주익을 죽인 건, 어쩌면 나였다고 쓰는 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처럼 모두가 개별화되어 서럽게 죽지는 말자고 하는 그. ‘산 자와 죽은 자는 저들이 갈라놓은 이간질일 뿐’이라는 그. ‘우린 어제도 하나였고, 오늘도 하나’라고, ‘우리 단결이라는 방탄조끼’를 입고 끝까지 단결해서 꼭 승리하자고 하는 그. 

이 피맺힌 절규가 끝날 수 있도록, 이제 우리 모두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동지들이 많이 모인 날은 삶 쪽으로, 동지들이 안 모이는 날은 죽음 쪽으로 위태롭게 기우뚱거리며’ 있었을 김주익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김진숙.

그가 이겨서 내려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가 아직도 85호 크레인 주변을 떠돌고 있는 김주익의 영혼을 곱게 안고 내려 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절망과 분노가 안전한 평지 위로 내려 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운명이 조금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저항의 버스, 희망의 버스

이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절망에 지쳤습니다.
이제 우리는 너무나 외롭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죽을 수 없습니다.
벼랑에 서야 하는 것은 수천만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으며 오늘도 너무나 배가 부른 자본들이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겐 희망이 필요합니다.

김진숙과 이 땅 모든 해고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로 향하는
이 희망의 버스에 함께 해 주십시오.
이 버스는 절망의 시대를 가로질러 희망의 시대를 향해 가는 연대의 버스입니다.
이 버스는 우리가 빼앗겼던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실고 달려가는 사랑의 버스입니다.
이 버스는 우리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저항의 버스입니다.
지난 시대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가는 희망의 버스입니다.

 

                                                  * * *

 

희망의 버스 탑승 안내 

- 출발 일시 : 2011년 6월 11일 오후 6시 30분
- 출발 장소 : 서울시청광장 앞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앞 버스 출발
- 서울 출발자 일정 : 2011년 6월 11일 서울 출발 - 당일 밤 11시 부산 도착 - 촛불행진 - 한진중공업 도착 - 연대의 밤 및 텐트 노숙 - 6월 12일 연대의 자리 - 12일 오후 3시 서울 출발
- 서울 출발자 참가비 : 3만원

* 주체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마음이 닿는 모든 분들이 희망의 버스의 주인입니다.
* 타 지역에 계신 분들도 자발적 연대를 모아 희망의 버스를 출발시켜 주십시오. 시간 등은 자율적으로 조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서울 출발자(단체)들은 사전에 참여 의사를 확인해 주십시오. 사전에 참가비 입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런 연대의 버스 이야기를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고(메일, 홈페이지, 메일링, 아고라 등등), 함께 희망의 버스를 타실 분들을 모아주십시오.
* 해당 커뮤니티 별로 따로 함께 하실 분과 참가비 모아 일괄로 보내주시면 좋습니다.
* 연대의 마음을 전할 각종 물품들을 준비해 주시면 좋습니다.
* 11일 밤엔 크레인 아래에서 노숙할 계획입니다.(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숙소는 현장에 있습니다.) 텐트 등을 준비해 오시면 좋겠습니다.
* 인근 거제도 대우조선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강병재님이 80여 일째 지붕도, 벽도 없는 송전소 철탑에서 또 외롭게 싸우고 있습니다. 가능하신 분들은 이곳 역시 연대해주셨다 오면 좋겠습니다.

* 참가비 입금계좌 : 박래군(농협 351-0199-8560-53)

* 연락처 : 송경동(010-8278-3097)

* 현재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노나메기 재단(준)’ 등과 소금꽃 김진숙을 응원하는 한겨레신문 광고에 함께 해주셨던 분들, 쌍용자동차와 콜트콜텍 등의 해고노동자들, 촛불시민들, 그리고 다양한 분들이 마음을 모아 희망의 버스에 함께 오릅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출처 :

http://www.newjinbo.org/xe/?mid=bd_member_gossip&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D%9D%AC%EB%A7%9D&page=2&division=-1441694&last_division=-961102&document_srl=1428371

 

------------------------------------------------------------------------------------

 

몇주전, 포스팅을 보고 '가고 싶다'와 '저질체력'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운동을 안해보셨나봐요'라는 말을 들은 경력까지 있는 저에게, 밤샘이란 죽음과의 사투나 마찬가지거든요. 

지난 겨울, 영하 10도 넘에 내려가는 추위 속에서, 고공 35m 크레인85호에 오른 김진숙 동지의 결단을 잊은 채로요. 그 때는 키보드 치는 손가락이 시려운 것에 대한 불만을 말하기도 죄스러웠으나, 150일이 지나니 이제는 제가 불편하게 잘 수 없다는 이기적인 생각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유성기업 소식을 듣고 그렇게 이번달 작은 책 6월호를 읽으며, 또 아래 고정은임씨의 방송을 다시 들으니,

더는 망설이고 고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망설임과 고민을 그만하고,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저 버스에 탑승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시위에는 혼자 잘 다니지만, 멀리 혼자 갈 생각하니 조금 뻘줌하긴 합니다.

물론 함께 버스 타는 동지들이 곧 친구가 되고 동무가 되겠지만요.

그래도 혹시 듀게에서 이 포스팅을 읽거나 아님 다른 경로로 알고 계신분이 있어 함께 탑승하면 많이 좋을 것 같아서요 ㅎㅎ

혹시 혼자가기 뻘줌하신 분 같이가요. 리플 쪽지 대환영이욤!

즐겁게, 그리고 힘차게 함께 투쟁하다 와요!

 

(BGM-함께가자우리이길을. -음악 걸고 싶은데...하다하다 포기하고 그냥 글로 씁니다. 음악은 글로 들어도 좋잖아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에 손 맞잡고

 

가로 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해떨어져 어두운 길은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못가면 쉬었다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가로 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해떨어져 어두운 길은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못가면 쉬었다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부르면서 타이핑 했어요. 들리나요? 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2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new catgotmy 2024.04.25 11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1] new 상수 2024.04.25 82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new Sonny 2024.04.25 155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new daviddain 2024.04.25 52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new catgotmy 2024.04.25 109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233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4.25 128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21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71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76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7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update catgotmy 2024.04.24 154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295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38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02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3] update ND 2024.04.24 327
126050 오펜하이머를 보다가 catgotmy 2024.04.24 121
126049 프레임드 #774 [4] Lunagazer 2024.04.23 76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416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