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11.06.02 01:32

유니스 조회 수:1114

+동안미녀를 틀어놓고 진지하게 말했어요. "나이를 속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제가 활동하는 나와바리에서는 앙팡테리블이 추앙받고 최소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성격과 엄청난 동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에요

엊그제 큰 일을 하나 따냈는데, 비슷한 경력 혹은 저보다 훨씬 베테랑이신 분들 중에 제가 뽑힌 이유로 나이를 들더군요.

 

신나고 설레는 반면,

십년 후의 제 모습이 쫙 그려지면서 압박이 몰려왔어요 더 큰 판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난 그냥 얕은 물에서 할짝거리는 이 정도 판이 좋은데..밀려나겠지.

 

그냥 매년 이년씩 나이를 깎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낭에 모자에 운동화에 365일을 피크닉 모드로 돌아다니는데다 체구도 작은 편이다보니

지금도 제 나이보다 다섯살쯤은 어리게 본...다기 보다 그렇게 말씀해주시거든요(동안 칭찬은 이제 에티켓 모드라 믿을 수는 없음)

 

일로 만난 분과 만나고 좀 돼서 제 나이 말하면 "흐악!!'"히이이이이익""정말요?" 이런 반응 인제 슬퍼요 안 좋아요 전혀. 나이 속이면 범죄?

 

 

+설레지 않는 나날들이 흘러가는데.

좋은 점은 돈이 차곡차곡 쌓여요 버는게 적다보니 차곡차곡은 아니고 그냥 차곡 정도.

 

전에는 누구 만나기 전에 괜히 옷도 사고 향수도 사고 머리띠도 답답타고 내던지면서도 괜히 사고 설렘모드니까 돈써도 아까운줄도 모르고 그랬던 날들이 분명 있긴 했었던 것 같은데,

한 십년전 같네요. 이제는 어린 시절보다 두 배는 더 익사이팅하고 그랜드슬램한 사건들이 벌어져도 트위터 한 번 올리고 멘션 대래래랙 받고 땡.

역치가 너무 높아졌어요.

일이 잘 되는 것도 좋아요. 화급하고 황망하고 그런 술 땡기는 기분들은 설레는 어떤 사건들 뒤로 이삼주씩 이어지곤 해서

친구 불러 낮술도 땡기고 그러면 담날 또 망한 하루가 생기고 그랬는데

 

사람 때문에 애닲던 밤이 있었던가. 내가 누군가에게 구애자였던 기억이 있던가. 그때는 심장이 콕콕 찌르는 게 이런 거구나, 실제적인 감각이 느껴져 신기해하곤 했는데.

출근하는 버스에서 이제 십분 후면 또 그와 마주보고 일을 해야하겠지.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지옥이 펼쳐질까 하던 때가 있었는데.

회의 중에 그의 입술 밖에 보이지 않아 멍한 채로 있으면 어젯밤 나와 이유도 없고 합당치도 않은 키스를 나눈 그가 나를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때가 있었는데.

뒤돌아 앉은 그의 등을 보며 손에 쥔 종이칼로 딱 한 번만 찔러보고 싶다고 메모장에 쓰던 미친 시절도 있었는데.

 

 

몇년 후 상추에 쌈장 싸 먹고 배불러 잠 안와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을 줄이야. 존 레논의 <러브>를 틀어놔도 울지 않을 줄이야. 인생이 이렇게 심심할 줄이야.

 "전에는 욕망 때문에 술을 마셨는데 이제는 술을 마셔야 욕망이 생겨"

 

 

 

+남자의 쇄골이 좋습니다. (미스 리플리에서 박유천의 쇄골만 보이더군요 그러나 그 위에 동그란 얼굴은 별로다) 좀 길다 싶은 마른 목도 좋습니다. 너무 넓은 어깨는 싫어요. 지나치게 근사해서 안 애틋해요. 손목뼈도 좋아요. 섬세한 손가락도 좋죠.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적다 보니 왠지 힘이 납니다. 그래, 아직 괜찮군. 누군가의 섹시함만큼 상대를 열심히 살게 하는 포인트는 없는 듯 싶습니다.

 

+라디오 스타를 봤는데 정모는 기타 칠 때 어떻게 해야 멋져 보이는 줄을 아는군요 그러나 너무 내려서 치면 민망 포인트. 오센치만 올려줘요

 

+아무 것도 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수다를. 창을 여는 게 중요하군요. 내일은 목요일. 일주일 치의 최고의 사랑 중 반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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