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동물과 한국인

2011.06.26 15:38

방드라디 조회 수:1787

방드라디는 개가 반려 동물이기 때문에 먹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좋은 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는 개인적 취향의 근거로써는 적합합니다. 거북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북이를 먹지 않고, 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사자를 먹지 않습니다.(가끔 먹히기는 합니다.)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먹진 않습니다. 하지만 반려 동물이라서 먹지 않는다는 말은 공적인 주장에 사용되는 근거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드라디는 개가 생명이기 때문에 죽이면 안된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은 한국 사회에서 무척 보편적인 감정입니다.그러니 동물 농장 PD가 밥을 먹고 사는 것이겠고, 무슨 무슨 동물 학대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듀게에서도 학대한 사람을 개패듯이 비난하는 거죠. 그깟 귀여운 병아리 좀 죽였다고 말입니다.

 

근데 병아리가 삐약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 입니다. 귀여운게 강한거죠.

 

어쨌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이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공리입니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해서 대한 민국 정부는 동물 보호법이란 것을 만들었죠. 그리고 그럼으로써 한국 사회는 엄청난 모순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음 동영상은 이천 구제역 생처분 동영상입니다. 방드라디는 안보기를 권유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CGWWKp99rTM&feature=related

 

자! 저 동영상에서 보여준 건 동물 보호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겁니다. 물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 법 안에 담겨진 논리의 모순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그건 인간은 동물을 먹지만, 생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거죠.

 

이는 무척 중요한 딜레마죠. 물론 대다수의 한국인 노비들은 바빠서 신경도 안쓰는 딜레마이긴 합니다.

 

 

 

방드라디가 기억하기로 영국의 재미있는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는 이탈리아 기행에선가 자기가 먹는 동물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것이 교육적일 수 있다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경험은 용기가 필요한 행위이죠. 아쉽게도 방드라디는 아직 생선을 제외하고는 동물을 도축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600g에 사만원을 내면 불판에 구울 수 있는 무언가가 와서 그걸 맛있게 구워먹을 뿐입니다.

 

600g에 사만원 짜리 고기는 정말 꿀 맛입니다. 기름과 육즙의 그 복잡 미묘한 맛이라뇨. 고기는 참 맛있습니다. 방드라디가 이런 고기를 먹을 때마다 동물을 잡아야 한다면 고기를 먹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할 것 같기는 합니다.

 

인간이 동물의 생명을 존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위선이고 가식이기는 합니다만 그 위선과 가식 때문에 고기를 덜 먹게 되고 그 때문에 죽여야 하는 생명이 줄어든다면 그 위선과 가식이 의미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 한국인이 노비인데도 불구하고 헌법 같은 게 있다고 그럼으로써 심리적 위안과 더불어서 가끔 노비에 걸맞지 않게 민란을 일으키고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큰 소리로 당당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소 돼지 닭 오리는 합법화 된지 오래 되어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소 돼지 닭 오리 사육 현장이 개판이라서 방드라디 맘 같아서는 싹 불법화 시켜버리고 싶지만 방드라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기간에 한국인의 식습관이 바뀔 것 같지는 않기에 그냥 둘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동물의 생명이 중요하다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소 돼지 닭 오리 고기를 불법화하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개고기는 다릅니다. 지금 그냥 지금 있는 제도를 지키기만 하면 되죠. 정책 논리요? 정책 논리야 쉽습니다.

 

생명은 소중하고,

 환경 문제, 식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라의 산업 중 축산업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국가의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또 더 친 환경적으로 하는 축산업을 해야죠. 그러는 걸로 기본적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하죠.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개고기 합법화를 안하는 걸로 하고, 고기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서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소 돼지 도축장 방문해서 자기들이 먹는 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지 경험하는 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 시켜야 합니다.

또한 마치 국가가 담배피는 사람들 때려 잡았듯이 육식하는 사람들을 때려잡으면 될겁니다. 뭐 고혈압/비만이 건강의 주적이기도 하니까요. 겸사겸사해서요.

 

 

 

 

물론 한국인들이 이렇게 할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구제역 이후로 50마리 이하의 농가에게는 허가제를 적용했더라고요.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애를 낳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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