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홍상수의 영화를 보았는데요. 놀랍지만 꽤나 유쾌했어요. 하하하 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 전작들에선 불쾌한 기억도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홍상수표 영화보기에 익숙해지나봐요. 물론 조금씩의 변주를 통해 이야기가 밝고? 가벼워지는 것도 한몫하겠죠. 그러면서도 어쩌면 한결같이 남자와 여자, 현실과 욕망에 관한 적나라한 관찰에 매진하는지 그 끈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요. 연애와 결혼의 관문을 통과한 저로서는 이제서야 이 이야기들을 피식 웃으며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조금은 환상이 없어지고 현실과 대면할 여유가 생겼달까.. 요.
암튼 영화가 더 맘에 들었던 건 배경이었던 파리때문일지도 몰라요. 딱 한번 가보았던 곳이고 앞으로 다시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먼 곳이지만 언제나 마음에 남아있을 도시. 파리의 메트로입구, 오르셰의 쿠르베.. 그리고 세계의 기원, 미술관 꼭대기 까페테리아에서 보았던 샤크레쾨르의 하얀지붕, 센강과 다리들. 고스란히 영화에 등장하는 파리를 보며 오래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기뻤어요. 물론 제게는 그럴듯한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는 없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