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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10.0)

 

 

 

 

 

푸핫! 이거 이제 보니까 표지에 두루마리 휴지가 있네요? ㅋㅋㅋ. 감상평에선 이모티콘이나 이런 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이 웃음이 참 적절하단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

 

두루마리 휴지가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은유 혹은 직설적이기까지한, 그 의미라고 해야하나. 그것. 알고 계신가요? 인터넷에 어떤 젊은 남정네가 올린 자신의 방 사진이라던가, 혹은 어느 리얼리스틱한 웹툰에서 등장하는 젊은 자취생 남정네의 방 구석 배경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는, 그 두루마리 휴지의 의미! 그걸 깨닫는 순간, 그 의미에 관해 아는 사람이라면, 그 장면에서 시치미 뚝 떼듯 조용히, 그러나 당당하게 서있는 두루마리 휴지의 모습에 보통은 괜시리 피식 웃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박현욱의 ≪동정 없는 세상≫은 그런 느낌의 피식, 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죠. 하지만 피식, 보다 재밌고, 피식, 보다 진지해요.

 

주인공은 수능을 막 끝마쳤지만 진학 고민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있고, 고민이라곤 그저 여자친구와 한 번 '해보는' 것밖에 없는, 깜찍한 친구에요. 표지 뒤꼭지의 말처럼 다짜고짜 "한번 하자"란 주인공의 말 한 마디로 시작해서, 또 다시 주인공의 "한번 하자"로 끝나죠. 그렇지만 이 두 마디의 똑같은 말은, 똑같을 수가 없죠. 소설은 바로 그 달라짐의 과정을 무척이나 재밌고 상큼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이야기해내고 있어요.

 

물론 작중에서 주인공에게 삼촌이 조언을 던져주는 장면에서의 살풋하게 노골적인 '계몽적' 어조라던가, 읽을 때는 워낙 재밌으니까 신경도 못 쓰고 넘어가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구성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 뒤편에서 느껴지는 허술함이 없잖아 있긴 해요. 그것 때문에 10점은 못 준 거고...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동안 누군가나, 청소년들에게 흔히 추천해주고 했던 ≪데미안≫보단 이걸 추천한다거나, 말해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이건 팔딱팔딱하니까요. 소위 고전들은 절대 그럴 수가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오늘과 내일들이 가치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죠. 팔딱팔딱한 거 말예요. 그리고 너희도, 당신도, 여러분도 팔딱팔딱하다고 믿으니까, 낄낄 웃으면서 ≪데미안≫보다 이걸 추천해줘볼 수 있는 것이겠고... 성장물 하니까 또 떠오른 ≪위저드 베이커리≫는 엉거주춤해서 좀 그렇네요.

 

어쨌든 간에... 음. 그런데 거슬린다고 적어놓은 삼촌의 그 말들이랑, 이걸 추천하는 거랑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도 문득 들고... 그리고 다시 문장의 화살표를 저 자신을 향해서 돌려본다면... 아직 지나지 못한 것과, 이미 지나온 것에 관해서, 생각을 하게끔 하네요. 그 1번과, 그리고 1년. 그래서 건져낸 단어는, 인간 연습, 이 아닌가 싶어요. 저에겐.

 

 

 

p.s

깜찍하다고 적고 보니... 고작 2살 차이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고. ㅜㅜ.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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