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30 04:06
1. 배가 고픕니다. 근데 나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나가기 귀찮기 때문이죠....
냉장고를 열고 땅콩버터를 가져와 숟가락으로 퍼먹기 시작합니다.
맛있네요. 무의미하게 살찌는 기분이 마구마구 듭니다.
몇 숟가락 퍼먹었더니 지겨워요. 그래도 계속 숟가락을 움직입니다. 이런 종류의 음식에는 마력이 있죠.
맛이 있고 없고, 배가 고프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번 맛을 보기 시작하면 계속 먹게 됩니다.
2. 오늘 빈둥거리다가 찾아간 만화방에서 천재 유교수의 생활 30권을 봤습니다.
유교수의 손녀인 하나코는 우연히 집에서 아빠의 만화책을 보고 그 만화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남자훈련소류의 만화인거 같은데... 하여튼 그 만화에 감명을 받은 하나코는 진정한 사나이, 이 시대의 짱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하지만 유치원에도, 길거리에도 하나코가 찾던 짱은 보이지 않았어요.
현실에서 찾고 싶었던 짱의 모습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하나코는 길거리에 앉아 눈물을 훔칩니다.
이때 하는 짓은 소심하면서 머리만 펑크족인 히로미츠가 멋진 차를 타고 하나코 앞에 나타납니다.
하나코는 눈물을 닦으며 히로미츠에게 묻지요.
"히로미츠는 짱이야?"
히로미츠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 나는 따까리야"
너무도 당당한 표정과 어울어진 이 대사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저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니 히로미츠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는 겁니다.
비록 따까리이지만 거기에서 자신감? 자부심? 같은걸 읽을 수 있었거든요.
하여튼 자신감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덥고 그래서 잠은 안오고, 따라서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외롭습니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여자라면 더 좋고요.
누군가 나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보람찬 오늘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기대되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내 삶이나 순간들에 어떤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 ve not forgotten all the tricks that you've done
i just need some fun, (i just need someone)
이라는 가사를 문득 드디어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 무언가가 필요할 뿐이라고. 누군가를 필요로 할 뿐이라고.
그러니까, 따라서, 그렇기 때문에
hang on, hang on입니다. 길고 짜증나는 여름 밤이라도 거기 잠깐 기다려줘요.
음죄송...졸려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