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가 고픕니다. 근데 나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나가기 귀찮기 때문이죠....

냉장고를 열고 땅콩버터를 가져와 숟가락으로 퍼먹기 시작합니다.

맛있네요. 무의미하게 살찌는 기분이 마구마구 듭니다.

몇 숟가락 퍼먹었더니 지겨워요. 그래도 계속 숟가락을 움직입니다. 이런 종류의 음식에는 마력이 있죠.

맛이 있고 없고, 배가 고프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번 맛을 보기 시작하면 계속 먹게 됩니다.



2. 오늘 빈둥거리다가 찾아간 만화방에서 천재 유교수의 생활 30권을 봤습니다.

유교수의 손녀인 하나코는 우연히 집에서 아빠의 만화책을 보고 그 만화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남자훈련소류의 만화인거 같은데... 하여튼 그 만화에 감명을 받은 하나코는 진정한 사나이, 이 시대의 짱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하지만 유치원에도, 길거리에도 하나코가 찾던 짱은 보이지 않았어요.

현실에서 찾고 싶었던 짱의 모습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하나코는 길거리에 앉아 눈물을 훔칩니다.


이때 하는 짓은 소심하면서 머리만 펑크족인 히로미츠가 멋진 차를 타고 하나코 앞에 나타납니다.



하나코는 눈물을 닦으며 히로미츠에게 묻지요.


"히로미츠는 짱이야?"


히로미츠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 나는 따까리야"



너무도 당당한 표정과 어울어진 이 대사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저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니 히로미츠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는 겁니다.

비록 따까리이지만 거기에서 자신감? 자부심? 같은걸 읽을 수 있었거든요.


하여튼 자신감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덥고 그래서 잠은 안오고, 따라서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외롭습니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여자라면 더 좋고요.


누군가 나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보람찬 오늘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기대되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내 삶이나 순간들에 어떤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 ve not forgotten all the tricks that you've done

i just need some fun, (i just need someone)


이라는 가사를 문득 드디어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 무언가가 필요할 뿐이라고. 누군가를 필요로 할 뿐이라고.



그러니까, 따라서, 그렇기 때문에


hang on, hang on입니다. 길고 짜증나는 여름 밤이라도 거기 잠깐 기다려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6
126026 [KBS1 독립영화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36] new underground 2024.04.19 44
126025 프레임드 #770 [2] new Lunagazer 2024.04.19 22
126024 아래 글-80년대 책 삽화 관련 new 김전일 2024.04.19 77
126023 요즘 계속 반복해서 듣는 노래 new Ll 2024.04.19 75
126022 PSG 단장 소르본느 대학 강연에서 이강인 언급 new daviddain 2024.04.19 80
126021 링클레이터 히트맨, M 나이트 샤말란 트랩 예고편 상수 2024.04.19 120
126020 [왓챠바낭] 괴이한 북유럽 갬성 다크 코미디, '맨 앤 치킨' 잡담입니다 [1] 로이배티 2024.04.18 183
126019 오늘 엘꼴도 심상치 않네요 [7] daviddain 2024.04.18 155
126018 프레임드 #769 [4] update Lunagazer 2024.04.18 49
126017 [근조] 작가,언론인,사회활동가 홍세화 씨 [11] 영화처럼 2024.04.18 509
126016 80년대 국민학생이 봤던 책 삽화 [8] update 김전일 2024.04.18 338
126015 나도 놀란이라는 조너선 놀란 파일럿 연출 아마존 시리즈 - 폴아웃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82
126014 체인소맨 작가의 룩백 극장 애니메이션 예고편 [1] 상수 2024.04.18 119
126013 [웨이브바낭] 소더버그 아저씨의 끝 없는 솜씨 자랑, '노 서든 무브'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4.04.18 252
126012 이제야 엘꼴스럽네요 [3] daviddain 2024.04.17 190
126011 프레임드 #768 [4] Lunagazer 2024.04.17 61
126010 킹콩과 고지라의 인연? 돌도끼 2024.04.17 139
126009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찍은 파리 바게트 광고 [1] daviddain 2024.04.17 209
126008 농알못도 몇 명 이름 들어봤을 파리 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 daviddain 2024.04.17 134
126007 아카페라 커피 [1] catgotmy 2024.04.17 13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