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어집니다. 헐. 길다;)

 

 

11.

 

제가 최초로 자애명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MBSR프로그램을 듣던 와중이었어요.  MBSR은 존 카밧진이 만든 위빠사나 명상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으로, 최초에는 만성 통증 환자들의 통증 감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서서히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활용되고, 또한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섭식장애 등 정신과 질병 치료에도 넓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지요.  8회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들을 조금씩 소개해주고 있어요. 호흡명상 (아나파나싸티), 걷기 명상(경행), 바디 스캔, 먹기 명상, 자애 명상, 요가 등등. 언젠가 존 카밧진은 달라이라마에게 자신의 프로그램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어요. 달라이라마는 서구의 뇌과학자, 신경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등과 수년간 컨퍼런스를 가지며 동서양의 지혜를 교류하고 있는데, 서양 측 참석자로 존 카밧진이 초대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 때 '한 프로그램에 왜 그렇게 다양한 명상을 소개하였느냐'는 달라이라마의 질문에, '명상 초심자들이 최대한 다양한 명상을 접해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하나라도 찾아서 그것을 꾸준히 하기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밝힌 바 있어요. 달라이라마는 이 프로그램이 불교 교리에 적합한지 존 카밧진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할 목적이었던 것인지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고, 그 대답을 듣고 난 후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극찬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여튼 프로그램 창시자의 의도에 맞게, 저는 특정 명상들, 즉 바디스캔과 호흡명상을 상당히 좋아했죠. 하지만 당시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자애명상과, 저를 가만히 지켜보시던 명상선생님이 추천하셨던 카르마요가 (저도 잘 모르는 흰두교 교리가 들어가서 복잡한데, 아주 쉽게 말하면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위에 충실하는 것. 대가를 바라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죠.)였던 것 같아요. 사실상 당시의 저는 본격적인 명상을 시작할 수 있는 내면의 준비조차 되지 못한 상태였어요. 항우울제를 먹으며 뇌내 호르몬은 그럭저럭 안정시켜놨지만, 그럼에도 본격적인 좌선을 하기에는 자아에 대한 통제력도 현저히 떨어져 있었고 정신적인 힘도 충분하지 않았으며, 특히 속에 있는 갈등과 화와 쌓인 감정들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상태였죠.  그래서인지, 나중에 한 선원에서 사마타 수행을 하다가 통곡하고 상태가 많이 악화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었죠. 

 

 

 정신적 문제가 심한 사람들이 혼자서 명상을 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요.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스님들의 지도를 받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되는 사람이 실제로 정신적 질병으로 진단 받은 상태고 그 정도가 심각한데, 스님들이 심리치료나 정신분석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게 아니라면요. 수행 경지가 높으신 스님들이라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쪽에 무지한 것은 보통사람과 같은지라, 흔한 정신질환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으신 경우도 많거든요. 특정 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 동기 없고 집중하지 못하고 성공할 거라는 자기 믿음이 없어서 노력을 안(못)하는 것이 '게을러서, 인성이 글러서.'가 아니라, 사실 그 것 자체가 병의 증세라는 것을, 사실 환자 본인도 '병 핑계 대지 말자. 내가 못나서 그렇다.'며 인정하기 거부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본인들도 그런데 타인들은 오죽하겠어요. 이해가 안 되지.

 

 

그러고 보면 불교의 수행자들, 적어도 초기 불교의 수행자들은 애초 수행을 시작할 때 부터 이미 정신적인 엘리트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수행으로 깊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더욱. 사실 수행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인격신의 은총을 바라지 않은 채 인간 내면의 힘 만으로 하늘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를 초월하려는 노력이잖아요. 이를 제대로 해낸 수행자의 자아가 가진 힘과, 의지력, 자기통제력이 얼마가 강한지 상상해보세요. 자아를 놓아버리는 것도, 자아가 강력한 힘을 지닌 상태에서도 훌륭히 단련되어 잘 통제되어 있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강한 추진력,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을 때 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자아가 혼동되어 있거나 제멋대로 폭주하거나 지나치게 약한 상태라서 지속적이고 깊은 수행이 힘든 것 같기도 하고요. 심리상담 초창기에, 불교교리나 데이비드 호킨스의 책등에 열광하는 저를 보고 상담선생님이 '넌 아직 그런 거에 관심가질 단계가 아니다.'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이제 이해가 가요. 자아를 버리는 것에 앞서서, 전 스스로가 가하는 폭격에 산산히 부서져 형체도 못 갖춘 채 혼돈 그 자체 상태인 자아를 잘 통합하고 보듬고 서서히 훈련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그렇게 하여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적절한 의지력으로 꾸준한 노력을 하며 장애가 닥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었던 거죠. 우선 나를 증오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것 부터 연습해야 했어요. 자아를 초월하니 뭐니 하는 것은 사실 그 후의 이야기였던 거에요.  

 

 

 

 

 

12.

 

그렇게,  저는 우선 자아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나에 대한 양가감정이나 극심한 갈등 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고, 안전하고 평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전 작업에 가장 잘 맞는 명상법 중 하나가 '자애명상'이었다는 걸, 후에 알게 되었어요.  실제로 자애명상은 정식 아나파나싸티(호흡명상)등의 수련을 하기 전 준비명상으로 하거나, 불안이나 강박, 두려움이 심하거나 타인 혹은 자신에 대한 공격성이 심하거나 시니컬한 태도 등의 문제로 (대부분 이런 분들은 자기 자신을 증오하고, 더 심한 경우는 자부심은 극대화되어 있지만 깊은 곳에선 본인도 모르는 공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수행에 도저히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고 평안하게 하기 위해 먼저 행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애명상은 집중명상의 일종으로, 부처님이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알려주신 명상 중 하나래요. 다른 집중명상으로 깊은 선정 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그 나름대로 많은 훈련이 필요한데, 희한하게 자애명상에서 적절한 집중 상태가 되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요. 전 그게 사랑이 가진 치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자애명상의 기본은, 자신이 자애의 화신이 되어서 자기 자신을 기점으로 서서히 범위를 넓혀가면서 종국에는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에요. '나는 나를 사랑한다'라고 의식적으로 단호하게 선언하거나, 내 속의 어린 나에게 실제로 사랑을 직접 전달해주는 것과는 좀 다른 형태죠. 본인 스스로 자애 (사랑) 그 자체가 되어 나와 모든 생명체에게 자애를 계속 방사하는 것이랄까.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애를 방사하는 최초 대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어야 해요. 스스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하지 못하며,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도 줄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지요.

 

 

자애명상은 대강의 얼개를, <붓다의 러브레터> (정신세계사, 샤론 살스버그 지음, 김재성 옮김)를 참조해서 써볼게요.

 

 우선 가부좌를 틀거나, 혹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몸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호흡을 가만히 알아차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어느정도 안정이 되었다면 자신을 향해 온 마음을 담아 다음의 경구를 외웁니다.

 

내가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정신적인 행복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육체적인 행복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마음 편하기를 기원합니다.

 

처음은 모든 종류의 괴로움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안식처에서 안전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이에요.  "내가 안전하기를 기원합니다." 같은 문구도 괜찮아요. 두 번째는 내가 정신적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기를 기원하는 것이에요.  세 번째는 육체적인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죠. 육체적인 고통이 없기를, 혹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인내심있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원하지요.  "내가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같은 문구도 좋아요. 네 번째는 일상의 고내와 괴로움에서 벗어나 순간순간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것이에요. "내가 편하게 살기를 기원합니다." , "내가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같은 문구도 괜찮아요.

 

 

그리고 경구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또 자신에게 와 닿는 형태로 바꾸어도 된대요. 저는 '내가 안전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하겠어요. 심적으로 너무 힘든 상태면 '내가 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마음 편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같은 것도 좋죠. 자신이 하기로 결정한 경구들을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는 생각으로, 말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조용하고 따스하게 지속적으로 반복합니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자애명상을 하는 전체 시간에 따라 다른데, 자애명상을 집중적으로 할 때는 자신에게 자애를 보내는 것을 10분 정도를 한다고 합니다. 호흡명상 전에 짧게 자애명상을 했을 때는, 1분만에 휙 지나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자신이 강한 존경심이나 감사를 느끼는 가까운 사람을 하나 선정한 후, 그를 떠올리며 다시 저 경구를 외웁니다.

 

그가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그가 정신적인 행복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그가 육체적인 행복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그가 마음 편하기를 기원합니다.

 

역시 온 마음을 담아서 지속적으로 반복합니다. 진실한 말이 현실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특별한 애정이나 불만도 없는, 그저 알고 있는 타인을 하나 선정합니다. 구체적으로 떠올려도 좋겠죠. 그리고 다시 저 문구를 반복해서 외우며 자애의 감정을 뿝어내봅니다.  타인을 향한 자애심이 잘 생기지 않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인식하고 넘어가시거나, '내가 평화롭기를 바라는 것 처럼, 당신도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평화를 기원합니다.'하는 식으로 말을 바꾸어서 해봐도 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택해, 그를 생생하게 그리며, 저 문구를 외우며 자애심을 내어봅니다. 이 부분이 잘 안된다면 우선 넘어가도 좋아요. 이렇게 나, 존경하는 타인, 특별한 감정이 없는 아는 타인, 증오하는 타인으로 서서히 자애를 확대하다가, 내 주변의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과 생명체들을 향해 저 경구를 외우며 자애를 품어내고, 점점 더 범위를 확장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자애의 경구를 외웁니다.

 

 

 대상을 선정할 때 중요한 것. 내가 존경하는 사람, 아는 타인을 선택할 때 이성은 택하지 마세요.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는 동성은 선택하지 마세요.)  불교에서는 성적인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집착에 준하는 감정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피합니다. 그러니까 짝사랑상대 내 남친 여친 이런 대상을 선정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자애명상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대요. 또 애정의 대상은 아니지만 내가 유독 집착하며 좋아하는 듯 싶은 친구나, 내가 팬질하는 아이돌들도 자애명상 대상에서 제거하는 것이 좋아요. "집착이 생길만한 대상은 자애명상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네요. 적어도 연습 초기에는요.

 

 

 

 

 

 

13.

 

 

제가 MBSR에서 처음 자애명상을 했을 때, 가장 하기 어려웠던 것은 역시나 첫 단계, '나에게 자애 보내기'였어요. '내가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이 말이 그렇게도 안 나오더라고요.  저 뿐 아니라 같이 수행하던 사람들도 꽤 힘들어하더군요. 보다 못한 선생님이 자신의 모습을 앞에 생생하게 그려보라 하셨어요. 제가 그린 제 모습은, 침대 속에 옆으로 웅크리고 누워있는 모습이었어요. 우울증이 심해질 때면 그런 상태로 몇 날 며칠이고 있었던, 그런 모습이죠. 그렇게 제 모습을 이미지화한 후, 명상 상태 속에서 그런 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토닥토닥 해 줬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우선 저 자신을 대상으로 잡는 것은 성공했어요.

 

 

그런데 또 문제였던 것이, 자애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자애를 준다는 것, 자애로 감싼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도 몰랐고요. 사랑을 받아봤어야 알지. (성적인 애정이나 조건적인 사랑은 자애가 아닙니다-_-;) 그래서 제가 가진 따스한, 무조건적 애정에 해당하는 감정을 찾아봤더니, 막 입양한 강아지를 보는 제 감정이 대강 그러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 감정상태를 그대로 따다가 저에게 보내는 연습을 했죠. 그런 우여곡절 끝에 저를 향한 자애명상이 겨우겨우 되더군요. 그리고 계속하다 보니 나중에는 아주 수월해졌고요. 이 단계를 지나간 후에는 별로 어려운 단계는 없었어요. 제가 선택한 '증오하는 타인'의 경우, 머리로나마 당시 상황이나 그 사람 마음상태를 이해한 상태여서인지, 아주 큰 저항은 발생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정말 안 되는 경우는 무리해서 할 필요는 절대 없는 것 같아요. 우선 그 사람 빼고 자신과 타인과 세상 모든 것에게, 자애를 방사하는 연습부터.

 


 그런데 저 강아지 건이요. 사야도 우 조티카가 쓴 <마음의 지도> (연방죽, pp.28~30) 라는 책에 보면 비슷한 사례가 나와요. 미국 수행센터에서 사야도가 수행 지도를 할 때,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 여자분이 오셨대요. 자기 친구가 수행 후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면서 추천을 해다나봐요. 사야도가 보기에 그분은 겉으로 예의 바르고 친절했지만 기본 성향이 공격적인 듯 싶어 자애명상을 권유했답니다. 그런데 그녀는, 부모님이 너무 증오스럽고 자신도 너무 미워서 자비수행을 할 수 없었다나봐요. 그래서 사야도가 무언이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을 말해달라 했더니, 그 여자분은 자신의 친구가 기르는 개를 보면 사랑과 행복을 조금 느낀다고 했대요. 사야도는 이렇게 썼어요. "어떻게 인간이 개한테서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안타까웠습니다. 본래 자비관의 대상은 동물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저는 그 개를 떠올리고 그 개에게 느끼는 사랑을 자신에게도 느껴보라 했습니다." 그녀는 사야도의 권유 대로 자애명상을 하고, 다른 수행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경행을 하다가 자신이 좋은 사람이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었고, 그 후 그녀는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나봐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심해서, 자애명상을 시작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들. 저만해도 사랑을 느끼기 가장 쉬운 대상은 동물들이었고, 그 다음은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타인들이었어요. 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자애명상 초기에는, 저 역시 강아지에게 보내는 애정을 저에게 돌려서 연습을 시작했죠. 전 지금도 여전히 동물들이 좋아요. 그리고 이 것이 딱히 잘못 된 것 같지도 않아요. 그 애정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다는 점은 문제였지만.  

 

 

 

14.

 

 

자애명상을 하면 자애라는 감정에 익숙해지고 자애심도 커져요. 확실히 사람이 가진 감정들도 훈련하고 키워나가기 나름인가 봐요. 그래서 증오와 불안, 분노 같은 상태들은 최대한 다스리고 진정시키고, 자애나 평정심 같은 감정들은 키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겠죠. 이렇게 자애 명상을 하면 우선 나를 사랑하는 연습 하나는 확실히 됩니다. 또 명상을 할 때 마다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지며,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체험하는 것 자체로도 커다란 치유 효과가 있어요. 또 평안하고 따스한 자애심으로 채워진 마음은 보다 쉽게 집중하고, 더 노력할 수 있게 하며, 인내심도 길러줘요..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표정도 밝아지고 인상도 좋아지고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의 사람으로 변한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좋은 명상법이에요.

 

자애명상에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붓다의 러브레터> (샤론 살스버그 지음, 김재성 옮김, 정신세계사)나, <자비관> (고요한 소리)를 참조하세요. 후자의 책은 제가 읽어본 책은 아니고 미산 스님이 <미산 스님의 초기경전 강의>에서 추천한 책이고요, <붓다의 러브레터> (영문판 페이퍼백 재고도 얼마전까지 남아있었어요.  <Loving-Kindness> by Sharon Salzberg)  경우는 불교 교리에 익숙하지 않으신 상태에서 '자애명상'에 관심이 있으시면 읽으며 아주 행복해지실 책이에요.

 

 

 

 

15.

 

 

제가 처음 접한 불교 경전은 <숫타니파타>였고, 다음은 <법구경>이었어요. 둘 다 법정 스님이 번역하신 것으로, 전 불경이라는 개념도 없이 그냥 '좋은 말씀을 기록한 책' 정도의 생각으로 사왔던 기억이 나요. 아주 예전 일이네요. 둘 다 아주 간결하고 아름다운 경전이에요. 그 <숫타니파타>에는 자애경(Metta-Sutta)이 나와 있어요. 법정 스님의 번역으로 옮겨봐요.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유능하고 정직하고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하지 말아야 한다.

 

만족할 줄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도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각이 안정되고 총명하며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다른 식자들로부터 비난을 살 만한 비열한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겁에 떨거나 강하고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큰 것이건 중간치건, 짧고 가는 것이건, 또는 조잡하고 거대한 것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또는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어느 누구도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또 어디서나 남을 경멸해서도 안 된다. 남을 골려줄 생각으로 화를 내어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를 행하라. 위 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가 없는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 이러한 상태를 신성한 경지라 부른다.

 

온갖 삿된 소견에 팔리지 말고, 계행을 지키고 지견을 갖추어 모든 욕망에 대한 탐착을 머린 사람은 결코 다시는 모태에 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숫타니파타 - 제 143~152 게송>, 법정 옮김. 샘터, 1991년. pp 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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