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8 17:21
현재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내달로 열 한 살이 되어요.
(요런 녀석입죠.)
제가 조만간 공간의 여유가 생길 일이 있어서, 한 마리 더 들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나는 것이 유기동물보호소라 요즘 이래저래 둘러보고 있습니다.
아픈 애들도 있긴 하지만 예쁘고 튼튼해보이는 아깽이들 정말 많더군요. (아깽이 생각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둘러보심도 ^^;)
그런데 이렇게 둘러보다 보니 예전 캐나다에 있을 때 많이 보았던, 나이든 노묘들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캐나다가 개나 고양이와 같이 살기 좋은 나라긴 하죠. 책임감을 갖고 오래도록 한 생명을 돌보는 경우도 많고요.
개나 고양이나 십년은 우습게 사는 동물들이라 열 살 이상 된 노묘, 노견들을 주변에서 보는 게 어렵잖습니다.
그런데요, 캐나다의 동물보호소 사이트를 둘러보면 이런 나이든 동물이 참 많아요.
오래 기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텐데 단순 변심으로 데려다 놓는 게 아니라, 같이 살던 노인(주인)이 사망하거나, 혹은 노부부 중 한 쪽이 사망하면서 나머지 한 쪽이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서 주인과 같이 살던 동물들이 갈 곳을 잃게 되는 거죠.
이런 노묘들은 쉘터의 설명만 봐도 '그냥 편안히 "죽을 자리"를 찾는구나.' 싶은 일이 많아요.
저도 소심한 성격의 나이든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보니 이런 일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당장 제 고양이만 생각해봐도, 어렸을 때부터 단 둘이 오래 살아온 지라 제가 아닌 타인에게 도통 정을 못 붙이거든요. 같이 2년을 산 제 낭군님에게도 정을 안 붙여요. 그냥 밥셔틀취급. ( -_)
사람 일 모르는 건데, 제 신변에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블랙키녀석 혼자 남게 되면 얘가 기분이 어떨까, 운좋게 다른 집에 보낸다고 적응이나 할까 싶은 걱정이 가끔 듭니다.
저렇게 동물보호소에 보내진 노묘들도 별 다를 건 없겠죠. 갑작스레 오랫동안 살아온 환경도 바뀌고, 주인도 바뀌고, 자신도 나이들어서 몸이 불편하고... 삶의 마무리가 참 낯설 것 같아요.
새로운 주인에게 정을 못 붙이기도 하겠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죽는 그 순간까지 삶은 또 끊어지는 게 아닌 걸요.
...그런 고로 요즘은 이렇게 나이들고 힘든 사연의 고양이를 혹시 보살펴 줄 수도 있잖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꼼꼼한 성격이 아닌 터라 좀 걱정스럽지만요.
예전에 알아볼 때에도 참 씁쓸했는데, 이렇게 다시 입양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이런 처지의 노묘들이 밟히네요.
표현이 참 잘 안되는데, 사람도 고양이도... 삶의 마무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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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있는 고양이들은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어찌나 당황했던지.
워낙에 슬프거나 힘든 감정은 잘 드러내는 성격이 아닌데 그날은 수술실 들여보내기 전부터
눈물이 터져서는 멈추질 않더라고요. 병원에 앉아 줄줄 울면서 챙피해서 고개 푸욱 숙이고
아주 혼났죠. 하지만 선생님이 '집에서 보약먹이세요?' 라고 할 정도로 금새 쌩쌩해져서
지금은 저도 다시 쌩쌩해졌죠:) 그래도 끝까지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살아야할텐데.. 하는 마음에
가끔씩은 그냥 먹먹해지고 그래요. 그냥, 이 글 읽으니 또 마음속에서 또 뭔가 스륵-하고 움직여서.
덕분에 이 게시판에선 거의 처음 글 써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