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내달로 열 한 살이 되어요.


(요런 녀석입죠.)


제가 조만간 공간의 여유가 생길 일이 있어서, 한 마리 더 들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나는 것이 유기동물보호소라 요즘 이래저래 둘러보고 있습니다.

아픈 애들도 있긴 하지만 예쁘고 튼튼해보이는 아깽이들 정말 많더군요. (아깽이 생각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둘러보심도 ^^;)

그런데 이렇게 둘러보다 보니 예전 캐나다에 있을 때 많이 보았던, 나이든 노묘들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캐나다가 개나 고양이와 같이 살기 좋은 나라긴 하죠. 책임감을 갖고 오래도록 한 생명을 돌보는 경우도 많고요.

개나 고양이나 십년은 우습게 사는 동물들이라 열 살 이상 된 노묘, 노견들을 주변에서 보는 게 어렵잖습니다.

그런데요, 캐나다의 동물보호소 사이트를 둘러보면 이런 나이든 동물이 참 많아요.

오래 기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텐데 단순 변심으로 데려다 놓는 게 아니라, 같이 살던 노인(주인)이 사망하거나, 혹은 노부부 중 한 쪽이 사망하면서 나머지 한 쪽이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서 주인과 같이 살던 동물들이 갈 곳을 잃게 되는 거죠.

이런 노묘들은 쉘터의 설명만 봐도 '그냥 편안히 "죽을 자리"를 찾는구나.' 싶은 일이 많아요.

저도 소심한 성격의 나이든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보니 이런 일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당장 제 고양이만 생각해봐도, 어렸을 때부터 단 둘이 오래 살아온 지라 제가 아닌 타인에게 도통 정을 못 붙이거든요. 같이 2년을 산 제 낭군님에게도 정을 안 붙여요. 그냥 밥셔틀취급. ( -_)

사람 일 모르는 건데, 제 신변에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블랙키녀석 혼자 남게 되면 얘가 기분이 어떨까, 운좋게 다른 집에 보낸다고 적응이나 할까 싶은 걱정이 가끔 듭니다.

저렇게 동물보호소에 보내진 노묘들도 별 다를 건 없겠죠. 갑작스레 오랫동안 살아온 환경도 바뀌고, 주인도 바뀌고, 자신도 나이들어서 몸이 불편하고... 삶의 마무리가 참 낯설 것 같아요.

새로운 주인에게 정을 못 붙이기도 하겠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죽는 그 순간까지 삶은 또 끊어지는 게 아닌 걸요.


...그런 고로 요즘은 이렇게 나이들고 힘든 사연의 고양이를 혹시 보살펴 줄 수도 있잖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꼼꼼한 성격이 아닌 터라 좀 걱정스럽지만요.

예전에 알아볼 때에도 참 씁쓸했는데, 이렇게 다시 입양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이런 처지의 노묘들이 밟히네요.

표현이 참 잘 안되는데, 사람도 고양이도... 삶의 마무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29
125848 프레임드 #748 [1] new Lunagazer 2024.03.28 32
125847 의사 증원 2000명이 천공 밈화 되는 걸 보면서.. new 으랏차 2024.03.28 211
125846 이미 망한 커뮤에 쓰는 실시간 망하는중인 커뮤 이야기 [5] new bubble 2024.03.28 395
125845 몬스터버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update 돌도끼 2024.03.28 78
125844 롯데 인스타에 [12] update daviddain 2024.03.28 154
125843 고질라 곱하기 콩 봤어요 [3] update 돌도끼 2024.03.28 195
12584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update 조성용 2024.03.28 288
125841 데드풀 & 울버린, 배드 보이즈:라이드 오어 다이, 더 배트맨 스핀오프 시리즈 더 펭귄 티저 상수 2024.03.27 115
125840 하이브 새 아이돌 아일릿(illit) - Magnetic MV(슈퍼 이끌림) [2] 상수 2024.03.27 149
125839 프레임드 #747 [4] update Lunagazer 2024.03.27 44
125838 [핵바낭] 다들 잊고 계신 듯 하지만 사실 이 게시판에는 포인트란 것이 존재합니다... [10] update 로이배티 2024.03.27 392
125837 예전 조국이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지 않습니까? [4] 머루다래 2024.03.27 633
125836 ZOOM 소통 [8] update Sonny 2024.03.27 260
125835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 catgotmy 2024.03.27 212
125834 문득 생각난 책 [1] daviddain 2024.03.27 138
125833 종교 유튜브 catgotmy 2024.03.27 106
125832 [왓챠바낭] 엉망진창 난장판 코믹 호러, '좀비오2'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3.27 149
125831 보아 신곡 -정말 없니?/그거 아세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것은... 상수 2024.03.27 178
125830 토드 헤인즈 감독,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의 메이 디셈버를 보고 - 나는 괜찮고, 알고 있다는 착각들(스포있음, 내용 보충) 상수 2024.03.27 199
125829 다시 한번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 (3.27, 3.30, 4.14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8] crumley 2024.03.26 2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