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1 01:32
벼르고 벼르던 북촌 방향을 오늘 봤어요.
재밌긴 한데, '하하하'보다는 못한거 같아요. 전 홍감독 작품중에 하하하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이번 영화는 이야기를 하는 장소가 참 한정되어 있더군요.
대표적으로는 밥집 '다정'과 술집 '소설'...
그리고 그 여배우 계속 마주치는 거리.
그러다보니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대사도 나오고, 앞에서 나왔던 상황이나 대사를 살짝 변주한 장면도 나오고요.
예를 들면, 소설 처음 가서는 김상중이 배 부르니 간단한 안주를 달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배고프니깐 요기 될만한거 달라고 하고,
소설에 갈때 마다 가게 비우고 늦게오는 주인장에게 송선미가 매번 같은 대사를 치지만, 막판에는 빽하니 화내는 모드로 같은 대사를 치더군요.
전 여기서 김상중 캐릭터가 재미나더군요.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술자리에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남이 뭐라고 하면,
"아 나도 그런 경험 있었어." " 내가 전에 얘기 해준적 있지 않았나?" 하면서 숟가락 한개 얹어 가려는 스타일.
유준상의 썰에 김상중에 전에 자기가 이런 이야기 해준적 있지 않냐고 하니깐... 송선미가 아뇨~ 완전 신선한 이야긴데요. 하면서 김상중 무안주는데 웃겨죽겠더군요.ㅎ
근데 송선미가 술자리에서 말한 영화계 사람 4명을 10분도 안되서 연달아 봤다면서 신나서 이야기 하던걸...
유준상이 별일 아니다라고 하고선... 나중에 유준상이 똑같은 상황을 겪는데... 이건 뭔가요? 무슨 의미죠?
그리고 소설의 주인장과 문자녀(초반에 유준상이 집 찾아간 여자)가 같은 배우가 연기한거 맞았군요.
어? 둘이 같은 사람 아니야. 하고 긴가민가 했는데... 역시나 김보경 1인2역이였네요.
홍상수 영화는 술집에서 옆 테이블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테이블 술자리를 보거나 듣게 되는 기분의 영화에요.
근데 그게 참 재밌단 말이에요. 때로는 개똥 철학 같은 이야기도 나오고, 오~ 그럴싸한데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