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힐러 감독의 1970년작 러브 스토리에 대한 제작 비화는 많이 와전되었죠. 그래서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제작과정이 잘못 알려진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국내에 출시된 dvd코멘터리에 한글자막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잘못 알려진것들이 아직까지도 사실인것처럼 둔갑된것 같습니다.

흔히들 영화 러브 스토리가 에릭 시걸이 쓴 원작을 감명깊게 읽은 알리 맥그로우가 당시 파라마운트사 부사장이었던 남편 로버트 에반즈를 설득해 영화로 만들어진걸로

아는데 아닙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진짜 제작 비화를 알 수 있는데 이미 와전된 얘기가 너무 많이 퍼져서 마치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처럼 비춰지고 있네요.

 

진짜 비화는 이렇습니다. 에릭 시걸은 러브스토리란 제목의 시나리오를 써서 여러 영화사에 찾아갔지만 너무 진부하고 뻔한 신파드라마라는 이유로 여러 영화사로부터

퇴짜를 맞습니다. 그러다 파라마운트사에서 저예산으로 만들기로 하죠. 그러나 당시 파라마운트사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고 흥행을 낙관할 수 없는

러브스토리 같은 영화기획에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한푼이 아쉬운 마당이었기 때문에 최소 손해는 안 봐야했죠. 파라마운트 간부들은 에릭 시걸에게 이 작품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소설로 각색하길 권유합니다. 그래서 에릭 시걸은 시나리오를 소설로 만들어서 영화 제작 중 출간시켰고 누구도 예상 못한 빅히트를 기록하며

미국 전역에 러브 스토리 열풍을 일으킵니다.

 

영화 러브 스토리는 저예산 영화이고 스타가 없는 작품이었죠. 라이언 오닐이나 알리 맥그로우는 이 작품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른것이지 그 전까지만 해도

라이언 오닐은 T.V에서 알려진 배우였고 알리 맥그로우는 모델출신이었을 뿐입니다. 둘 다 영화 출연 경력도 거의 없었어요. 단역 출연을 제외하면

알리 맥그로우나 라이언 오늘에게 러브 스토리는 겨우 두세번째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알려진것처럼 원작소설을 읽은 알리 맥그로우가 영화사 부사장인 남편을 설득해 영화로 만들어진것이라면 이렇게 스타없이 저예산으로 제작되진 않았겠죠.

당연히 알리 맥그로우가 남편을 설득해 러브스토리를 제작한것도 아닙니다.

알리 맥그로우의 캐스팅은 로버트 에반즈와 결혼 전에 이루어진것이니까요.

 

러브 스토리는 남녀 배우 캐스팅에 있어 난항을 겪은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도 하려고 나서질 않았어요. 영화가 성공을 해서 그렇지 제작 당시의 캐스팅은 한숨나옵니다.

오죽 맡길 배우가 없었으면 당시 영화계쪽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는 알리 맥그로우와 라이언 오닐을 캐스팅했을까요. 당시 라이언 오닐은 페이튼 플레이스 시리즈에

출연하는것이 너무 지겨워 자진하차했고 바로 액션 영화 한편을 찍었지만 쫄딱 망했습니다.

어느날 어디서 러브스토리 시나리오를 구해 읽은 초짜 배우 알리 맥그로우는 자신이 제니퍼 역을 맡아야 한다며 영화사에 당당히 들어옵니다.

연기 경력은 일천하다시피 하고 내세울만한게 없었는데 콧대도 높았고 아주 자신만만했죠. 배우 캐스팅에 진이 빠진 영화사 간부들은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알리 맥그로우를 로버트 에반즈에게 보냅니다. 로버트 에반즈 집에 찾아간 알리 맥그로우는 로버트 에반즈의 호화스러운 저택과

헐리우드 스타일에 흠뻑 빠져 정신을 못차렸고 얼마 뒤 로버트 에반즈와 결혼합니다. 알리 맥그로우가 로버트 에반즈와 결혼했던게 1969년, 러브 스토리가 기획되던 무렵이었습니다.

 

실제로 알리 맥그로우가 소설을 보고 남편을 졸라 영화로 만든건 러브스토리가 아닌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나도 한번 오스카상을 받아보고 싶다며 위대한 개츠비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서 영화로 만들어줄것을 종용했고 그래서

영화화가 결정된건데 알리 맥그로우가 겟어웨이를 찍으며 스티브 맥퀸과 불륜이 나서 출연견이 엎어진거죠.

요약하자면 러브 스토리는 시나리오가 먼저 나왔고 이후 소설로 변환됐으며 그 전에 시나리오만으로 영화 제작이 결정된겁니다.

소설과 영화가 나온 간격이 짧아서 많은 곳에서 혼동하고 있는것같아요.

 

에릭 시걸이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에릭 시걸은 러브 스토리를 쓸 당시 예일대에서 고전,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부교수였는데

어느 날 하버드 대학원생인 남편을 뒷바라지 하던 유대계 여성이 사망했다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구축했습니다.

남자주인공인 올리버 배렛의 인물설정이 토미 리 존스와 엘 고에 기반했다는건 유명한 일화죠. 에릭 시걸은 유대인으로

7년에 한번씩 안식년을 갖는데 당시 안식년을 갖기 위해 하버드 기숙사에 들어간 에릭 시걸은 기숙사에서 하버드생이었던

토미 리 존스와 엘 고어와 친해집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활달한 성격은 토미 리 존스에게 따왔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신의 장래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은 엘 고어에게서 빌려 왔습니다.

에릭 시걸이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 웰즐리칼리지에 재학 중이던 알리 맥그로우와 친분이 있었는데 알리 맥그로우의 캐스팅은 그 덕도 좀 봤을겁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제니의 출신 성분은 알리 맥그로우의 주장이 관철된겁니다. 알리 맥그로우는 모계가 유대계, 부계가 스코틀랜드였습니다. 

 

음악을 맡은 프랑스의 작곡가 프렌시스 레이는 미국 방문 없이 영화의 대본과 유선상의 통화로 음악을 만들었는데 정말 환상적인 스코어를 완성했죠.

유명한 센트럴 파크 눈싸움씬은 즉흥적으로 만든 장면입니다. 당시 몇십년만에 폭설이 내렸는데 명장면 하나 만들고 싶었던 아서 힐러가 스텝 몇명과 알리 맥그로우와

라이언 오닐을 데리고 별다른 연출 지시 없이 놀면서 찍은 장면이었죠. 맥락상 불필요한 장면이긴 한데 장면 연출이 너무 아름다워서 러브 스토리 하면

없어선 안될 상징이 되었어요.

 

알리 맥그로우는 레드클리프 음대생으로 나왔는데 그녀는 피아노를 칠 줄 몰랐습니다. 영화에서 알리 맥그로우가 직접 피아노 치는 장면이 있는데 10초도 안 되죠.

알리 맥그로우는 10초 가량만 보여질 수 있도록 레슨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러브 스토리는 재정난에 허덕이던 파라마운트사를 살린 공신이었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인기도

올라갔습니다. 귀티가 좔좔 흐르는 라이언 오닐의 전력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이 꽤 충격을 받았죠. 알고 보니 이혼 경력에 감옥에 수감된적도 있고 아이도 있었죠. 

영화속 이미지와 달리 사생활이 좀 난잡하고 폭력적인 부분이 있어서 이후에는 러브 스토리같은 작품에서의 스마트한 역할과는 거리가 먼 배역들을 맡았습니다.

그중 그가 최고 연기를 보여준 페이퍼 문이 있죠. 전 미스캐스팅이란 얘기가 많았던 배리 린든의 속물 연기가 가장 잘 어울려 보이긴 했습니다만.

 

알리 맥그로우는 두번째 결혼과 함께 영화 경력이 완전히 가라앉았죠. 두번째 남편인 스티브 맥퀸이 연예 생활 하는걸 탐탁치 않아해서 공백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어요.

반짝 경력이었죠. 스티브 맥퀸과 이혼하고 나서 1978년 영화계에 복귀했지만 이미 나이도 찼고 스타성도 사라져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습니다.

로버트 에반즈와 계속 살았다면 괜찮은 영화에 꽤 출연할 수 있었을겁니다. 러브 스토리에서 알리 맥그로우는 미스캐스팅이긴 했지만 당당하고 자신감 차있는 제니의 모습은

실제 알리 맥그로우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배역에 활기를 넣어준 공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금발 미녀가 이 역을 했다면 영화 중반까지 올리버 뒷바라지 하느라 녹초가 됐지만

여전히 씩씩한 제니퍼의 모습이 살지 못했을거에요.

 

에릭 시걸은 이 작품 성공에 고무되어 후속편도 썼는데 올리버 스토리입니다. 올리버 스토리는 범작입니다. 하나 나은 점은 소설보다 영화가 낫다는겁니다.

특히 새로 사귄 방직공장 여사장과 홍콩에서 헤어지는 부분에 있어 여주인공 심경 변화가 좀 더 설득력있습니다. 라이언 오닐은 올리버 스토리 때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잘 나갔는데 이상하게도 1980년대 들어서 커리어가 완전히 죽어버렸죠. 성난 황소를 찍었다면 좀 더 경력이 길어졌을려나요. 라이언 오닐이 성난 황소 제의를

거절한건 전 해에 메인 이벤트에서 복서로 출연했기 때문일거에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말하길 라이언 오닐이 30~40년대 스크러블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메인 이벤트에 출연한건 영화보단 배역 직업에 매료돼서 였을거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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