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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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져 링크 : http://youtu.be/R4emgKN940g)
씨네21 평에서 애묘인들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 란 평을 봤던 것 같네요. 하지만 자칭 애묘인(이런 이름이 정말 어울리는 분들에 비하자면 명함 내밀기도 참 거시기하지만)인 제가 보자면 애묘인들보단 고양이에 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 좋을 영화가 아닌가 싶었어요. 개봉관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보시기가 쉽진 않으시겠지만, 만약 보시러 간다면 주위에서 그런 분 찾아서 꼭 데려가시면 좋지 않을까 하네요.
고양이. 정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죠. 왜냐면 묘(猫)하잖아요. 하하.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시거나 읽어보셨을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작가인 이용한 씨와 그 책을 보고 감명을 받은 CF 감독 출신의 윤기형 씨가, 두 분이 겪은 길고양이들과의 묘연(猫緣)에 관해 이야기한 길고양이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에요. 그러고보면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독립영화네요. <워낭소리>는 SBS 특집영화로 봤었기 때문에...
길 위엔 사람이 살고, 고양이가 살아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하는 일상의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우릴 피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며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이야기들을 사진과 카메라와 목소리로 담담하게 풀어내는 영화죠.
시작 부분부터, 곱씹게 되는 간디의 말과, "여기에 나온 고양이들이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막의 말은 먹먹하게 가슴에 와닿았어요. 무지개다리, 고양이별로 돌아간다란 표현도 그렇죠.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자라나고, 길 위에서 사랑을 하고,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도둑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들. 도둑고양이란 표현에 담긴 우리의 시각은 얼마나 잔인한가요. 이전 여러 매체에서 종종 접하곤 했던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 대한 충격적인 학대는, 그런 단어에서부터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혹은 그런 시각에서 그런 단어가 낳아졌거나.
서울에서 10여년을 살다 울산 바닷가의 마을로 이사가 또 10여년을 산 저에게 서울의 골목길은 향수에 젖어들게 만드는 장소에요. 올해 초에 찾아가봤던 옛 동네는 개발 문제로 여기저기 내붙은 주민들의 현수막만 자리 잡고 사람들은 떠나간 황량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자면, 고양이들은 아직도 거기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먹이가 없어서 떠나갔으려나.
저에게 '첫 고양이'는, 아파트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찾았던 노랑둥이 새끼고양이었어요. 아파트 건물 뒤켠의 구석진 곳에 데려다놓고, 밥도 주고 우유도 주고 하면서 매일같이 찾아갔던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가 찾아왔고 떠나간 비구름과 함께 녀석도 정처없이 사라져버렸었죠.
오늘 영화를 보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그 기억을 떠올렸네요. 다음 주에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도 반갑겠지만 까망이도 참 반가울 것 같아요. 부비부비해줘야지. 하지만 그러고 보면, 어느새 까망이도 몇 년을 살았는지.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나날은 얼마나 남았을지. 정말 이번에 돌아가면, 꼭 껴안아 주고 싶네요.
P.S
근데 영문명이 왜 Dancing Cat인지 모르겠네요. 크게 상관은 없으려나.
P.S2
중간중간에 음악들이 좋아요. 엔딩송은 더욱 더. 찾아보니 Fin의 Melodia란 곡이네요. 빠라빠라빠라빠라바라~
2011.11.19 23:17
2011.11.19 23:28
2011.11.20 00:16
2011.11.20 00:36
2011.11.20 01:09
검색해보니 여기도 상영관이 있긴하군요. 내일 보러갈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