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먼저, 신앙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또는 닫힌 논리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논리와는 수만광년 멀어져버렸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희극이죠. 무언가를 '믿는' 것이 논리적 증거에 따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천지차이니까, 전 가장 먼저 포기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강요도 안해요.

2 창조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신이 쓴 소설 속의 수많은 등장인물 중 하나가 저라는 거죠. 신이 연필을 집어들고 '빛이 있으라'고 쓰니 '정말' 빛이 있었다. 백지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글을 씀으로서 (사람이 읽으면서 생각해낼 때처럼) 순식간에 전부 전부터 있어왔던 것이 될 수 있죠. 등장인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체화시킨다 치면 자신일 수 있다는 것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3 '세상의 끝이 머지 않았다' 저는 이에 대해서는 매우 간결하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종말로 생각하면 간단하죠. 적어도 태어나서 150년 이내에는 다들 죽잖아요? 잠깐 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세상의 끝은 찾아옵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요. 100년이면 무한대에 비해서야 별로 긴 시간이 아니죠.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 끝날 세상을 관망할 수 있어야 세계 멸망이진 않죠.

4 한국의 기독교에 대해서는 한국 특유의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지레짐작 해 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개신교의 대표 발언권자를 누구로 결정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이명박으로 선출되었다고 해서 이명박이 주장하는 것들을 한국의 주장으로 듣는다면 어떠신가요. (사실, 국민이 뽑긴 했습니다만.) 개신교는 투표로 목사를 뽑는 것도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장로나 집사도. 많은 사람이 나오는 큰 교회 목사님들의 말이 개신교를 대표하듯이 들리는건 끔찍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내어주면서 섬기는 사람들은 어느 집단에서나 정치적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 합니다. 게다가 직위와 신성과 권위가 (변질된) 군대식으로 짬뽕된 한국이라면 더더욱요. (그 것을 활용하여 휘두르는 사람들은 높이 올라 가겠지요. 하지만 자기를 낮추면 얕잡아 볼 수 있어요..) 제 기독교적 정치관은 <'기독교 정당 과연 올바른가?' 토론 전문> 여기서의 이만열 교수님의 정치관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기독교 내부에서 정치/종교 분리나 과거부터 해왔던 정치 참여에 대한 이해가 재미있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흥미롭더군요) 그런데 보세요, 사회자도 전광훈 편을 들고 있잖아요. (한숨만 나오네요. 댓글은 또 뭔가요.) 개신교 내에서도 진보와 보수 단체와 모임이 나눠있어요. FTA 찬성/반대파가 따로 있구요. 참고할만한 관련기사

개신교 내부에 대해서 관심 없으시다면 모르셔도 상관 없는 부분들이죠.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한국 교회도 일정량의 늙은이와 일정량의 젊은이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한국 사회에서 상명하복은 여러 방식으로 변주되어 골치를 썩게 합니다. 제가 죽기전에 한국에서 권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거 같습니다. 아, 요즘 중고등학교는 좀 괜찮나요? (좋지 않은 쪽으로..? 전 그래도 그 잡음마져 행복합니다)

5 성경에서 말하는 종말은 해피엔딩이라기에는 매우 미심쩍습니다. 내세에서야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현세는 시궁창이 되죠. 천년왕국이네 뭐네 한다 하더라도 세상이 깨박살 난 이후에야 세워지는 거고, 모든 사람이 같은 종교를 믿게 되어서 우리 모두 행복한 기독교 세상- 이런 식으로 오지도 않습니다. 왠만한 SF의 디스토피아 빰치는 세계관이에요. 저는 그래서 국가 전체나, 세계 전체가 기독교인으로 가득차서 행복의 나라로 가자, 같은 말도 안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러기에는 중세시대를 겪었잖아요. 그런 결말이라면 중세 시대에서 다들 행복하게 끝났어야죠. (사실 유럽이나 그렇지 아시아는 빠져버리니..)

6 한국의 현세구복적인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는 매우 미심쩍게 생각합니다. 성경을 찬찬히 읽어보면 돈 많이 벌고, 배부르고 따뜻하게 산다고 예수님께서 말하는 부분은 찾기 힘들죠. 이리 살면 무지 빡세고 힘들고 어렵게 살 수 있다, 하긴 합니다만. 예수님처럼 살고 싶다거나, 제자들처럼 살고 싶다는 분들은 정말로 다 버림받고 죽겠다는 뜻은 아니겠죠. (한국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십자가 자살 사건이 떠오르는군요..) 헌금 봉투에 이름을 써서 주보 뒷면에 이름이 전부 표시되는 제도는 저도 무지 싫어라합니다. 낼 때는 언제나 무명으로 내요.

7 전도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말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인망 어선도 아니고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과 인간과의 새로운 약속에 대한 즐거운 사실을 전한다는게 기본인데, 기본 구도는 이미 많이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한국에 살면서 유년시절에 이야기를 안 들어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믿는다는 것이 온전히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되는데,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해서 바뀔건 아니죠. 정황 설명이 끝나면 그 선택은 개인에 있다고 봅니다. 설명 끝났으면 더 이상 덧붙일게 없어요. 이미 믿는 사람들이 삶으로 보여주는거 외에는..

8 하고 많은 종교 중에 왜? 반복해서 말했지만, 신앙이란 온전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개인적이죠. 옛날처럼 성경이 라틴어로만 쓰여서 소수만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신이 집단의 대표에게만 말을 하는 구약의 시대도 아니고. 성전의 휘장이 찢어진지 이미 이천년이 넘었는데도 개인적 신앙이 계몽주의나 권위주의에 의해 재단되는 걸 보면 서글픕니다. 저는 개인적인 체험이 있었기 때문에 믿고 있습니다. 신은 독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독대 안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멱살잡고 따져보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개인적으로 따져봅시다.

신에 대해 왈가왈부 할 때 이말년의 대응이 가장 맘에 들더군요.
이말년이 세계의 신에 대해서 만화를 그렸는데 '신성모독'이다면서 말이 많았었습니다.
... 그에 대한 답변 : 죄송합니다. 따로 기도로 사과해서 당사자와 잘 해결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3
126070 에피소드 #86 new Lunagazer 2024.04.25 6
126069 프레임드 #776 [1] new Lunagazer 2024.04.25 8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new soboo 2024.04.25 97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new daviddain 2024.04.25 11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new catgotmy 2024.04.25 40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1] new 상수 2024.04.25 137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5] new Sonny 2024.04.25 304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new daviddain 2024.04.25 65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new catgotmy 2024.04.25 121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255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4.25 141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23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78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77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8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update catgotmy 2024.04.24 161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299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40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05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6] update ND 2024.04.24 34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