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7 23:38
닭고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닭이요. 닭이 들어있는지는 몰랐는데 들어 올리니까 닭이 울더라고요. -_-
스물몇 살 여름이었어요. 타이트한 스커트에 뮬(이라고 쓰고 쓰레빠라고 읽는 신발)을 신고 골목길을 빠져나가는데 웬 남자가 저더러 상자를 들어달랍니다. 모르는 남자였어요. 오십대 정도 돼 보였는데 낯 모르는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한테 힘쓰는 일 좀 해 달라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요? 집어달라니 뭐 그리 힘 쓰는 일인가 싶은데 겉보기에 상자가 라면상자 크기였고 꽤 무거웠어요. 집어달라는 그 남자 표현.이미 남자가 상자 여러 개를 들었거나 갑자기 물건이 쏟아져서 당황한 상황은 아니었어요. 멀쩡히 빈 손으로 서 있었단 말이죠.
상자 들다가 갑자기 닭이 울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걸 왜 들어줬는지 저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고 바보라서 갑자기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대처를 잘 못 해요.
아무튼 닭상자를 자전거 뒤에 올려주니 유유히 사라졌어요. 자전거를 잡고 있느라 상자를 못 올린 것 역시 아니고, 그 남자 정말 '그냥' 서 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관문 할머니 글을 보고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버렸네요. 부탁 잘 하는 사람도 있고 상황이 꼬여서 이상한 상황으로 '보이는' 일도 꽤 잘 일어나더군요. 그렇지만 거절하신 건 역시 잘 하셨다고 생각해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요정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여태 그런 건 못 봤습니다.
2012.02.17 23:53
2012.02.17 23:53
2012.02.18 00:00
(책을 다시 읽으면서, 아 이 때 이렇게 마주쳤구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