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영화 <우먼 인 블랙> 보고 왔는데 결말에 충격(?) 먹었습니다.
요점부터 말할게요. 원작 소설도 영화랑 똑같은 결말인가요?
결말이 맘에 안 들어서 그렇지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습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해리 포터를 의식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괜찮아요.
초반의 기차 장면에선 속으로 '쟤를 기차에 태우다니 감독 제정신이냐!'를 외쳤지만
중반쯤부턴 별로 해리 포터 생각하지 않고 잘 봤는데, 외모 때문에 배역에 몰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눈이 너무 커서 어려 보이는 얼굴이 아님에도 어딘가 소년 같은 느낌이 나는 점,
전신샷이 나올 때도 비례가 도저히 백인 성인 남성으론 안 보인다는 점... 뭐 이런 거요.
적고 보니 다니엘이 괜찮았던 게 아니라 제가 괜찮길 바라는 쪽일 수도 있겠군요.
이 아래로는 당연히 영화 결말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아서 킵스가 원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아들이랑 같이 죽여버리다니
검은 옷을 입은 여인 저거 진짜 못된 년이네! 이러면서 돌아왔어요.
전 재닛이 구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를 강조하길래 마지막 기차역 장면이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서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선로에 뛰어들었으니 살려줄 거라고 예상했어요.
아서는 죽더라도 최소한 아들내미는 살아남아 그 부유한 노부부가 조셉을 길러준다든가
뭐 이런 결말을 상상했단 말입니다.(덤으로 엘리자베스도 제정신 되고요)
그런데 아서도, 아서 아들도 몽땅 죽어버려서 동생이랑 같이 귀신 욕하면서 영화관을 나왔네요.
또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원작에선 재닛이 아들을 빼앗기고 또 그 아들이 사고사 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동조하거나 방조한 게 있나요?
뭔가 자꾸 원혼한테 이성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것 같아 웃깁니다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마을의 아이들을 자꾸 죽게 만든다면
이건 그냥 미치광이 연쇄유아살해범의 유령 버전일 뿐이잖아요.
설마 이 결말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아서에겐 일종의 구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