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에게 노래 가사 라는 건...

2012.03.20 10:21

도니다코 조회 수:4445

 

0.

SM에서 노래가 나올 때마다 가사가 나름 화제가 되네요 ㅋㅋㅋ

 

SM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자기만의 음악을 찍어내는 회사입니다. 이게 욕이기도 하고 칭찬이 되기도 하고 그렇죠.

SMP가 과연 장르인가에 대한 논쟁도 듀게에서 몇번 오갔던 것 같은데요..

저는 SMP를 장르로 보자면, 영화로 비유하자면, 이탈리아의 '지알로' 장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알로는 크게는 호러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호러와 추리를 항상 함께 가져가죠.

하지만 호러로 봐도 추리로 봐도 별로 성과가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죠. 특히 추리는 항상 시망이에요.

그게 자기만의 색깔로 계속 반복되며 쌓이다보니 지알로식 추리라는 것에 대한 기대와 정의가 내려졌지만요.

 

SM에서 하는 음악도 크게는 댄스 음악인데 안에 힙합이니 락이니 일렉트로닉이니 온갖 장르가 섞여 있어요. 

이번에 샤이니의 셜록은 노래 두 개를 섞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전에도 주변에서 SM 노래 들으면서 '노래 여러 개가 정신 없이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어요.

뉴 예삐오 듣고 그랬던 거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진 않네요..

급격한 멜로디의 반전이 들어가는 노래들이 많잖아요.

어떤 애는 라이징 선 무대를 볼 때는 '슬로우~다운~'한 후에는.. '쟤네 또 노래 하는 거야? ' 라며 다른 노래 시작하는 줄 알더라고요 ㅋㅋㅋ

락이나 힙합이나 전통적인 장르의 기준에서 보면 SM 노래들이 다 이상하지만

이젠 다들 SMP에서 기대하는 락적인 요소가 어떤지 다들 알잖아요?

지알로 호러랑 비슷한 겁니다.

지알로라는 장르보다는 훨씬 길게 살아남을 것 같아요. 폭도 더 넓다고 전 생각해요.

 

1.

이런 면에서..

가사 얘기를 하자면,

영화에서 내러티브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고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거죠.

내러티브가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고 가사는 음악이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죠. 감정이든 뭐든. 전하려는 건 가사에 담겨 있다고들.

 

하지만 지알로 장르에서 내러티브는 거의 중요치 않아요. 인 페르노 같은 영화는 도대체 내용이 뭐냐고요.

아무도 지알로 장르 영화를 보러 가면서 내러티브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알로 특유의 논리적 결함을 기대하며 거기에 쾌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중요한 건 총천연색의 화려한 테크닉으로 제단된 살인 장면들이 그 엉성한 내러티브 위에 화려하게 수놓이는 거죠.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대부분의 지알로 영화들은 도대체 뭔가 싶을 거에요. 저도 젤 첨에 봤을 땐 그랬구요.

 

SM에서 나오는 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 SM에서 모두가 수긍할만한 가사가 나온다면 오히려 실망할 거에요.

당연히 그 회사에 기대하는 가사의 색깔이 있죠.

 

중요한 건 노래의 전체적 모양새, 장르의 교배로 탄생한 괴상한 개성의 '구성'인 거죠.

대부분의 쾌감도 거기서 발생되구요.

구성과 리듬에서 핵심이 만들어지고 가사는 그냥 구겨 넣는 겁니다. 그것도 이상한 가사들로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지알로 장르를 벗어나도 영화에도 많은 예가 있죠.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들은 어때요? 모든 드 팔마 영화들이 그렇진 않지만

그 사람 영화에서도 중요한 건 내러티브가 아니라 구성과 테크닉에서 오는 순간순간적인 쾌감들이잖아요? (동의 안하셔도 이해합니다^^;)

팜므 파탈 같은 영화를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그게 좋은 스릴러이길 하나요 좋은 추리물이길 하나요..;;

 

가끔 SM에서 굉장히 자기 식으로 완성도 높은 곡이 나올 때면 타란티노가 떠오르기도 하죠.

장르 교배의 결과물로서 구성과 내러티브가 유려할 때 말이에요.

 

SM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예전에 가사가 장난이냐고 욕 먹었던 티아라의 '야야야' 같은 곡도

사실 가사는 그냥 무시한 거죠. 리듬과 멜로디만 가져가고 가사는 걍 구겨 넣은 거죠.

( 물론 전 SM에서 '야야야'만큼 성의 없는 곡을 던진 적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런 걸 욕하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러티브는 중요하고 가사는 노래가 전달하는 이야기니 여전히 근본입니다.

하지만 그걸 완전히 벗어던진 영화들이 있듯이 노래도 그걸 완전히 벗어던진 노래들이 계속 나올 거에요.

특히나 한철 짧은 흥행을 노리는 노래들이 가사를 아예 집어 던지는 건 오히려 솔직해 보이기도 해요.

야야야 가사가 좀 더 진지하고 좋았다면 노래가 좀 더 진지하게 들렸을까요?

 

게다가 SM에서 가사를 그렇게 버렸다고 생각지도 않아요. 저런 가사를 써내려면 그것도 꽤나 골 아플 겁니다.

그리고 보편적인 방향에서의 예술하는 허세와 다른 아주 이상한 허세가 많이 들어간 거죠.

노래의 모양새나 가사의 모양새나 일관되게 기대치를 갖게 하는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그리고 춤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처음에 유영진이 SMP를 만들었을 당시, 본인도 안무와 무대를 먼저 떠올리며 곡을 쓴다고 했죠.

약자도 에쎔 뮤직 '퍼포먼스'구요.

 

SMP는 퍼포먼스를 위한 음악입니다.

SM 음악들은 대체로 들었을 때 막 신나고 절로 흥이 나지 않아요. 오히려 무거운 느낌이 날 때가 많죠.

그렇다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감수성을 느낄 음악도 전혀 아닙니다.

목적은 하나에요. 무대. 그리고 무대에서 그것을 공연하는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 

(목적이 뮤지컬 음악과 다소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

SM 아이돌들이 유독 빠들이 득실 거리는 것에 이런 음악의 목적도 한몫할 거라 생각합니다.

구간 별로 각각의 멤버들이 돋보일 수 있게끔 곡의 구성이 짜여져 있으니 이건 정말 가수를 위한 노래들이에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노래만 들었을 땐 이게 뭐야? 싶었는데 무대랑 같이 보니 너무 멋있더라.. 이런 반응들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그 노래와 춤을 함께 소화할 수 있으면서 비쥬얼까지 되는 멤버들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구요.

 

그래서 제가 볼 때 SM이 타 기획사보다 월등한 부분은 춤입니다.

리노 같은 세계적인 안무가가 정말 환상적인 안무들을 짜주죠.

이번에 셜록의 안무가 토니 테스타도 춤덕후 댄서 지망생 친구에게 물어보니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안무가라고 하네요.

그 사람이 샤이니를 해줬다고? 하며 호들갑이었습니다. 바로 어젯밤 일이네요 ㅋㅋ

에쎔의 안무들은 춤만 춰도 안무 자체가 마치 훌륭한 액션 영화의 한 시퀀스를 보는 것처럼 (고속도로 추격씬 뭐 이런 것처럼)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스펙터클하면서도 섬세하게 잘 짜여져 있어요.

제와피 쪽은 안무를 누구나 따라하기 쉽게가 목적인 듯 가벼운 양념 정도로만 사용하고

와이쥐 쪽은 거의 안무를 버리고 가잖아요? 그래서 사실 에쎔의 무대가 전 제일 재밌다는 거에요 ^^;;

 

3.

 

결론적으로 SM은 그냥 개성이 강한 음악을 합니다. 대놓고 상업 음악이고 노골적으로 싸구려일 때도 많지만

어쨌든 그 퀄리티와 특유의 개성이 개척한 넓고 깊은(?) 시장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에요.

SM 음악을 대놓고 '쓰레기'라며 무시하는 시선이 상당히 많은 데 솔직히 그건 반감이 생깁니다.

얼마 전에도 듀게에서 '빅뱅>>>>>>>>>>>>>>>>>>>>>>>>>>>>>>>>>>>>>>>>>아이돌' 이라는 댓글을 봤어요.

네 주로 YG 팬덤 쪽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나본데

솔직히 양쪽 다 그냥 상업 음악입니다. YG는 고전적인 문법의 범위 안에서 곡을 뽑아내는 거고 SM은 말했듯이 좀 이상한 음악을

할 뿐이지 대놓고 상업용 음악인 것 똑같아요. YG는 상술의 전략으로 정통 음악을 하는 뮤지션 같은 걸로 잡은 거고

SM은 노골적으로 천박하게 '나 장사하요' 하는 걸로 잡은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전 노골적이라 솔직하고 실험적이라 좀 더 재밌는 SM 손을 들어주는 정도인데 반대편에서 그렇게 개무시하면서 폄하하고 나오는 걸

많이 보다보니 반감이 생기더군요.

 

4.

얘기가 개인적으로 흘러가니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할게요.

제가 SM 의 팬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저는 성인 남자거든요. 제가 동방신기나 샤이니를 좋아한다고 게이라고 오해한 사람도 많았구요.

그냥 노골적인 비웃음과 조롱의 말은 정말 많이 들었어요.

 

첫째로는 제가 그들을 '사람'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남자 여자는 물론 사람도 아닙니다 제가 소비할 때의 대상으로는.

제가 아까 이들의 무대가 액션 영화의 액션 시퀀스 같다고 했듯이

제가 소비하는 건 하나의 상품입니다. 쾌감을 주는 이미지와 음악들이구요. 완성된 하나의 예술품처럼 그들의 무대를 넋놓고 볼 뿐이에요.

전 얘네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관심 하나도 없어요.

아주 솔직히 얘기하면 개인적으로는 별로 훌륭한 인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요.

 

그리고 제가 음반을 사는 건 정말로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지 얘네들 음반 판매량 늘려주려고 빠짓하느라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SM 빠라도 슈퍼 주니어 음반은 한번도 산 적 없어요. 소녀시대는 꾸준히 사왔는데 음반의 퀄리티가 영 맘에 안 들어

앞으로 살지 안 살지 모르겠구요.  (개인적으로 슈퍼주니어 음악들은  SM 팬으로서 좀 수치스럽습니다. 팬분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앨범의 작곡가들을 먼저 확인해보고 사는 편입니다. 저는 에쎔에 곡 주는 작곡가들 정말 좋아요.

네 저는 유영진 팬이고 켄지 팬입니다. 리노의 팬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토니 테스타도 많이 알아보겠어요.

 

셋째로 저는 SM 말고 다른 음반도 엄청 많이 사고 팬이라 부를만한 가수나 음악이 많습니다.

SM 팬이라고 그렇게 몰상식하고 저급한 취향의 사람이라는 취급 좀 그만 받고 싶네요 (아 점점 한맺힌 저질스런 푸념이 되어가나...;;;;

거의 피해의식이..?? 쿨럭 ㅠㅠ)

 

어쩌다 이렇게 글이 길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ㅋㅋㅋ

너무 길어서 번호를 붙여서 정리를 좀 했어요.

 

어쨌든 샤이니가 돌아오면서 듀게에 얼마전부터 샤이니 관련 글들이 계속 올라오는데 저는 한번도 안 올리다가

오늘은 SM 가사 얘기가 나와서 SM 덕후가 글 보탭니다.  

 

저는 음악이나 한류 산업이나 뭐 그 어떤 것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그냥 팬이기 때문에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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