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 개인 페북에 올린 글을 옮겨봅니다. 

반말투인점 죄송합니다.


----------------------------------------------------------------

인터넷에서 보게 되는 영화 건축학개론 관련 의견들 중에 주인공 '승민이 나쁜 놈이다' 라는 의견이 많다.

승민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1. 서연이가 그렇게 힌트를 많이 좋는데도 그 맘을 몰라줬고(답답하다 바보다)
2. 종강파티날 서연이 술에취해 건축과 선배와 같이 자취방으로 들어가서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고(강간 방조자)
3. 서연을 피하고 자신을 찾아온 서연에게 '꺼져버려' 라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서연이 '쌍년'이라고 하였고
4. 서연이 첫눈오는 날 자기를 보러 왔다는것을 알면서도 다시 서연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
요 4가지인것 같다.

한 공대 남학생의 자신감 부족, 연애기술 부족, 적극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라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위에서 이야기 되는 것은 그 이상의 비판인것 같고.. 솔찍히 기분 나쁘다.

90년대 공대생이라면 의대정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느과보다 높은 점수로 입학한 학생들이다. 대체로 남들보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는 거다. 또 공대입학생 중에는 상대적으로 타 단과대에 비해 부유층 자제 보다는 중산층과 서민의 자식인 경우가 많고 서울출신보다 지방출신이 많았다.

나는 영화속 승민이 그런 지방출신(물론 영화에서 승민은 서울 변두리 출신으로 나온다)의 평범한 형편의 하지만 남들 못지않게 노력하는 공대생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승민의 자신감 부족은 이와같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신분적 열등감이 있기 때문이고 영화속에서도 그런 열등감이 여러번 묘사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지방출신 공대생들은 대학시절과 군대생활의 몇년간에 걸쳐 그런 열등감을 극복하고 20대 후반쯤 되면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고 떳떳한 사회인으로 나아가게 된다.(내 주변 친구들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대학 신입생이던 승민에게 그것까지 바라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진짜 나쁜놈은 영화속 건축과 선배다.

90년대 캠퍼스에서도 부유하고, 멋 잘부리고, 새내기때부터 자신감있고, 연애잘하는.. 그러면서 장학금, 교환학생 같은 것은 더 잘 챙기는 캐릭터가 실제로 많이 존재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영화속 건축과 선배같이 여러 여자와 즐기며 순진한 여자 상처입히는(그러면서 보너스로 순진한 남학생들의 마음도 찟어지게 아프게하는) 캐릭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승민의 행동에 대해 답답함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그 이상의... 건축과 선배에게 가야할 비판이 승민에게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0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43
126002 넷플릭스 찜한 리스트 new catgotmy 2024.04.16 96
126001 조지아 고티카 커피 [5] new catgotmy 2024.04.16 79
126000 펌ㅡ 롯데 야구를 보는 일주어터의 일침 [3] new daviddain 2024.04.16 77
125999 듄 파트 2, 듄 오프닝 10분 영상 new 상수 2024.04.16 61
125998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세 가지 안부 1시공개 영상 [2] new 상수 2024.04.16 76
125997 [넷플릭스바낭] 성의 넘치는 추억 팔이 코믹 액션, '나이스 가이즈' 잡담입니다 [1] update 로이배티 2024.04.16 163
125996 에피소드 #85 [3] update Lunagazer 2024.04.15 37
125995 프레임드 #766 [3] update Lunagazer 2024.04.15 47
125994 비 오는 4월엔 '4월 이야기' [6] update 하마사탕 2024.04.15 257
125993 삼체를 다 읽었는데 말이죠. [3] 애니하우 2024.04.15 449
125992 [왓챠바낭] 폭풍 소년 '아키라' 간단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4.15 386
125991 두 야구팀 인스타 댓글 수 보니 [6] update daviddain 2024.04.14 160
125990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023) catgotmy 2024.04.14 114
125989 프레임드 #765 [6] Lunagazer 2024.04.14 59
125988 넷플릭스에 오펜하이머 들어왔네요 상수 2024.04.14 165
125987 미국에서의 고지라 [3] update 돌도끼 2024.04.14 199
125986 기생수 더 그레이 (스포) [2] update skelington 2024.04.14 257
125985 [일상바낭] 백수 1주차입니동ㅎㅎㅎ [9] 쏘맥 2024.04.14 235
125984 '라스트 콘서트' [8] 돌도끼 2024.04.14 207
125983 [티빙바낭] 감독들과 배우 이름만 봐도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조합!! 'LTNS' 잡담입니다!!! [8] update 로이배티 2024.04.13 3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