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외국민 선거의 문제점

2012.04.04 06:57

푸네스 조회 수:1455

몇몇 분들이 이미 재외국민 선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셨지만, 제가 볼 때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봐요. 사실 한국인의 재외국민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데, 땅이 넓은 지역 - 미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중국 등 - 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만족할 수 있는 투표소 개수를 마련하는 것은 여러 모로 힘들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투표소를 늘리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우편 접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다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제가 볼 때 더 큰 문제는 영주권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투표권을 모두 주었다는데 있어요. 지금의 재외국민 선거는 해외부재자투표와 재외국민 선거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해외부재자투표는 한국에 주민등록이 있고 외국의 영주권이 없는 사람으로 유학생, 기업 주재원, 해외 파견 공무원 등등이 여기 포함되지요. 즉, 장단기로 해외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다시 귀국하거나 여전히 한국 국민으로 당연히 간주되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에게 투표권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요. 그리고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재외국민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어요. 한국의 국적법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해외의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해외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 포함되지요. 대한민국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국민의 자격을 상실하므로 당연히 투표권은 가지지 않고, 영주권자일 경우에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하므로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투표권 부여의 논리이지요. 


http://www.hrkorea.org/pp/pp_003.htm


위 링크에서 보듯이 대분의 재외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외국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아주 당연한 것 같지요.


하지만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해외에 거주한지 15년 20년이 넘으면서 한국에도 거의 오지 않고 그 나라의 시민권만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생긴다는 점이에요. 위의 링크를 다시 자세히 본다면, 각 나라마다 외국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할 때 일종의 제한을 두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캐나다의 외국영주권자와 이중국적자는 5년이상 해외 거주자는 제외. 덴마크의 해외일시체류자와 이중국적자는 출국전 국내투표권 행사 신청자에 한함. 독일의 외국영주권자는 EU이외 국가에 25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경우 미부여. 뉴질랜드의 외국영주권자는 과거 1년이상 뉴질랜드 미거주자 제외. 이중국적자는 과거 3년이상 뉴질랜드 미거주자 제외. 스웨덴의 모든 부여대상 범위는 국내주민등록 10년 미만 경과자에 한함. 영국의 모든 부여대상 범위는 국내 주소지에 투표자 등록한 자에 한함. 헝가리의 해외일시체류자는 선거기간중 귀국, 주소와 투표권자 등록시 부여. 이스라엘의 해외일시체류자는 외교관 및 그 가족, 유대인 협회 및 유대인국가 기금직원 등 공무수행자에 한함.

뉴스위크 한국어판 2005년 3월 9일자


즉, 외국영주권자의 경우에도 본국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에는 그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지요. 이러한 기간은 5년에서 25년까지 다양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논리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해외 영주권을 가지고 본국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나라에 살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서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위의 링크를 보시면 더 자세히 각 나라들이 어떻게 해외영주권자 투표에 제한을 두고 있는지가 자세히 나와있어요. 예를들면, 영국은 해외거주 15년 이내 해외거주자에게만, 호주는 6년 이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만, 싱가포르는 국내에 2년 이상 거주한 기록이 있어야만 투표를 할 수 있지요. 


아마 이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가지 정치적 꼼수와 부처간 이기주의가 결합해서 모든 영주권자에게 투표를 다 부여하자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여요. 즉,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있어서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간 권리를 박탈당했던 국민에게 권리를 돌려준다는 명분아래에서, 대부분 극도로 보수적인 시민권이 없는 해외동포들의 표를 원했던 보수정당이 그들을 투표권자에 포함시켰을테고, 가능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여야 예산과 인원을 크게 확충할 수 있을 선관위의 지지까지 작동하면서 지금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제 한국에서도 이러한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에 대해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선거 실시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나왔을 것이라고 보고, 그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텐데, 단지 실행상의 어려움 뿐 아니라 누구에게 투표권을 줘야 하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국민으로써 이러한 논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이것이에요. 과연 나는 15-25년 동안 한국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았고, 한국에서 살 의사가 없으며,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우리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투표를 하게 허락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물론 얼마만큼 해외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산 사람의 권리를 박탈해야 하는가는 논의를 더 해봐야 하겠지만,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저는 단호히 장기간 해외에 살고 한국에 돌아갈 의사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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