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하나가 취업상담을 해왔는데 희한하더군요. 연봉을 물어보니 연봉에 성과급은 물론이고 퇴직금이 포함이래요. 예를 들어 그쪽이 부른 연봉이 1,300만원이면, 매 달 100만원씩 지급하고, 연말 되면 퇴직금이라고 100만원 준다는군요. 이렇게 매년 퇴직금을 정산해버린데요. 그런데 알아보니 이건 그나마 양반이네요. 의외로 많은 회사들이 매 달 월급 100만원을 줘서 연봉 1,200만원으로 해놓고서 월급명세서에 한 칸에 "퇴직금"이라는 이름으로 약 10만원 정도를 끼워넣고서 퇴직금을 이미 다 줬다고 주장하고 있더군요.

 

물론 법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그냥 빙긋 웃으면서 "나중에 소송 해. 퇴직금 선불로 준 거 아무 효과 없어. 확고한 대법원 판례야." 라고 말해줍니다. 문제는 그동안 하급심에서 "그럼 그동안 받아간 돈은 어떻게 하나?"에 대한 판단이 엇갈려왔다는 거죠. 한 쪽에서는 그것도 임금 받은 거니까 근로자가 꿀꺽 하고 사장은 퇴직금을 따로 줘야한다고 판단했고, 다른 편에서는 퇴직금 효과도 없는 돈을 퇴직금으로 받았으니 부당이득이므로 다 뱉어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얼마 전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퇴직금 효과는 없으므로 퇴직금 다시 줘야함. 단, 이미 준 건 부당이득이므로 빼고 줘도 됨." 적당히 양쪽 손을 들어준 것 같고, 일부 언론에서는 월급에 퇴직금을 넣어 지급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냥 회사가 이긴 것 같네요. 이미 준 게 부당이득이라 다시 뺏어와도 된다면 결국 회사가 다시 줘야 할 퇴직금이 확 줄어드니까요. 취업 당시에 절대적인 약자 위치에 있는 근로자가 월급 속에 퇴직금을 넣어 주겠다고 한다고 거부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과연 회사들은 월급에다 정말 퇴직금 해당분을 '얹어서' 줄까요? 기존 임금에서 항목 하나 빼서 '퇴직금' 이라고 써놓진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서 "부당이득 아니니까 근로자가 그 돈 먹고 퇴직금도 받아도 됨"이라고 한 대법관은 2명. 누구 말로는 "판사들이 월급이나 퇴직금 못받아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ㅡㅡ;

 

아직까진 제가 그렇게 퇴직금 가지고 장난치는 회사에 걸려본 적은 없는데, 평소에 돈을 어떻게 받았건 간에 퇴직할 때 목돈이 안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좀 암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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