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금기가 완전히 사라진 사회

2012.05.03 23:21

amenic 조회 수:5142

제목은 좀 도발적으로 잡아봤는데요 도발적인 글은 아니예요. 오히려 바낭에 가까울걸로 생각해요. 십여년 전 쯤인가요. 지금은 없어진 종로1가의 코아아트홀에서 독립영화 한편을 본 적 있어요.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였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한 중국집에서 맞선을 보는 젊은 남녀가 등장해요. 두 사람은 간간이 어색한 대화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격렬한 키스를 시작으로 섹스를 해요. 물론 둘은 처음 만난 사이죠. 그런데 그 와중에 중국집 주인이 "이 사람들이"하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와요. 그러더니 "이불을 깔고 해야지"하면서 이불을 어디선가 꺼내서 깔아주고 나가죠. 성적으로 완전히 개방된 가상의 세계를 그린거예요.  전 그 영화를 보면서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심리학 교재가 생각났어요.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었는데 그 책 중에 그런 가상의 세계를 그린 짤막한 꽁트가 나와요. 우리들이 갖고 있는 관념들이 과연 절대적인 것인가에 질문을 던지는 꽁트였죠.

이야기의 배경은 지구와 많이 흡사한 어느 별이예요. 지구와 같이 입시문제 있고, 세대간 갈등, 빈부격차 등등이 있는 것은 비슷한데 한가지 다른 것은 성에 대한 관념이죠.

이 별에서는 자손의 번식은 시험관에서 DNA 합성을 통해 이뤄지고 섹스는 전적으로 쾌락을 얻기 위한 도구예요. 일종의 레저 스포츠처럼 취급되는거죠. 방송 황금 시간대엔 섹스 에티켓과 테크닉에 대한 교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성에 대해선 어떤 거리낌도 없는 사회예요. 그런데 이곳에서도 한가지 금기시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예요. 그리고 맛을 위해서 먹는 행위도 부도덕한 것으로 취급된다고 해요. 이곳에서 포르노는 풀코스 정식을 먹는 장면을 찍은 영상물이고 학교 화장실엔 이런 낙서가 써져 있대요. "낸시는 치즈 케익을 좋아한다" 물론 숨어서 집단으로 맛있는 것을 먹는 일탈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달달한 간식 종류를 파는 불법업자들도 존재하지만 떳떳하게 나서서 그런 행동을 하진 못하죠.

그 섹션을 읽으면서 전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섹스가 은밀한 사적 영역인 사회와 먹는것이 은밀한 사적 영역인 사회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어느 쪽을 택할까라는 것이죠.

그런데 제 결론은 그래도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낫다는 것이었어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유혹을 전 버릴 수 없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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