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8 10:26
1.
5.18이네요. 솔직히 저라고 뭐 대단한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솔직히 5.16 이니 12.12니 하는 군사반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요. 그에 비해 5.18에 대해서는 좀 더 알고있고, 좀 더 가슴아프게 느끼고 있습니다. 무고한 일반인들이 너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죠.
그런 대규모 학살을 저지른 주범이 지금 너무나 평온하게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멀었구나 싶습니다. 세계사에 워낙 무지하긴 합니다만, 전두환만큼 말로가 편안하고 좋은 독재자가 또 있을까요? 특히 세습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많은 독재자는 독재 와중에 죽거나 권좌에서 내려오고 나면 제대로 발려버리던데 말입니다. 국격이라는게 정말 있다면, 다른게 아니라 이런게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을 알게된 외국인들은 우릴 어떻게 보겠습니까?
2.
작년에도 이맘때 퇴근하고서 티비에서 영화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봤는데, "화려한 휴가"를 해주는 채널이 없더군요. VOD로는 무료 컨텐츠로 풀려있어서 가끔 보기도 했습니다만, 솔직히 제대로 못보겠습니다. 영화로만 봐도 잔인하고 기분이 우울해지고 겁이 나는데, 현장에 있었다면 오죽했을까요. 게다가 성격상 전 분명히 그 날 '살아남는 쪽'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평생 상처가 되었겠지요.
3.
관련 글이 올라올 때마다 반복했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전두환, 노태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지 간략 정리.
(1)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12.12 군사반란 당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등이 전두환, 노태우 등을 고소. 검찰은 "무혐의" "기소유예" 결론. 즉 12.12는 내란 의도로 일으킨 행위가 아니거나, 군사반란이긴 한데 이제와서 이거 기소해서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걍 덮는게 낫겠다는 이야기. 고소인들은 열받아서 헌법재판소까지 찾아갔지만, 헌재 역시 검찰의 결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 쌍으로 욕먹음.
(2) 5.18 피해자들이 전두환, 노태우를 고소. 검찰은 이번엔 "공소권없음" 결정. 그 유명한, 이른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 대박 욕먹고 고소인들은 또 헌법재판소로 찾아감. 고민하던 헌재는 결국 검찰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결론내리고, 이제 발표만 남았음. 근데 이 정보가 정치권으로 들어갔고, 그동안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며 전두환, 노태우 처벌을 계속 거부하던 김영삼측이 난데없이 "5.18 특별법을 제정해 전두환, 노태우를 쳐넣겠다"고 선언. 목적이 달성되자 5.18 피해자들은 헌법소원을 취소.
(3) 5.18 특별법이 생기고, 천문학적인 대통령 비자금이 폭로되어 처벌 분위기 조성. 이번엔 공수교대. 전두환 측이 5.18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로 찾아옴. 합헌 결정.
(4) 5.18 특별법에 의해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를 기소. 이것도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로 또 찾아왔으나 각하.
(5) 1심에서 전두환 사형, 노태우 무기징역. 2심에서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22년 몇개월. 대법원에서 확정.
(6) 확정되자마자 여당(지금의 새누리당 계열)에서는 사면 이야기 나옴
(7)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여당의 이회창 후보는 물론이고, 야당의 김대중 후보 역시 둘의 사면 이야기를 슬슬 함. 대선 승리에는 경상도의 표가 필요함. ㅠㅠ
(8) 김대중 대통령 당선. 국민 화합 차원에서 김영삼 대통령에 두 명의 사면 건의. 김영삼의 사면권 행사로 둘 다 풀려남.
(9) 전직 대통령 예우는 법적으로는 대부분 박탈당했으나 경호 등 일부 서비스가 아직 계속되고 있음. 둘 다 돈이 없다며 추징금을 다 내지 않았고, 돈 없는 사람치고 되게 잘살고있음.
4.
12.12는 군사 쿠데타이고, 민간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민주정부를 엎어놓은 것도 아니고, 똑같이 군사 독재인데 사람만 바뀌는 셈이니까요. 그런 이유로, 당시 사회 혼란 어쩌구 하며 정당화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5.18은 쉽게 정당화하지 못합니다. 무고한 시민들이 너무 많이 죽었으니까요.
현재까지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정당화 논리는, 죽은 시민들은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 "북한이 내려보낸 간첩"이거나 "간첩에게 선동당해 간첩과 마찬가지로 행동한 바보"라는 겁니다. 계엄군이 간첩을 잡는(죽이는) 것은 당연하고, 간첩이 아닌 사람들은 결과적으로는 미안하게 됐지만 멍청하게 간첩에게 선동당해 간첩과 똑같이 행동하는데 간첩처럼 때려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근데 또 한편에서는 시민들에게 총을 쏜 군인이 우리 군인이 아니라 "우리 군인으로 위장한 북한 간첩"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5.18은... 북한 간첩이 굳이 광주로 해외 로케이션을 와서 서로 치고받은 이벤트라는 거군요. 휴.
2012.05.18 10:42
2012.05.18 10:42
2012.05.18 10:45
2012.05.18 12:27
광주시내 북한 사보타주 근거로 드는 얘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최초 발포자가 진압군쪽이 아니라는 떡밥이고 두 번째는 사용 총기의 상흔이 우리 게 아니라는 건데, 둘 다 인터넷 떡밥 수준입니다. (뭐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특히 상흔 운운은 김일병 사건에서 보듯 판단이 그렇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총기 발포 소리와는 다릅니다. 이 쪽은 탄약량이나 구경 등으로 인해 소리가 미세하게 다르다고 하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