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8 11:29
<돈의 맛>
감독이 영화 내내 이기죽거리는 게 들리는 듯 합니다. 막장 상류층 집안을 비꼬로 조롱하고 싶어하는 건 알겠는데
조금 절제하고 차가웠다면 좋았을 장면들이 감독의 유머 본능(?)과 풍자 정신에 희생됩니다...
처음에 백윤식 역이 왜 저러나 했는데 나중에 이해는 되더군요.
허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 얘기를 하면, 손녀랑 같이 밥 먹으면서 하녀 엉덩이를 주무르고(...)
역시 손녀랑 김효진, 윤여정이 함께 영화를 보는데 그게 임상수 감독의 19세 관람가 작품인 <하녀>입니다 ㄷㄷㄷ
아무리 막 나가는 집안이라 해도 아이를 앞에 두고 뭣들 하는 건가 싶어서 황당하더군요.
이 정도로 미친 집안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 의도는 제대로 전달되었습니다만.
가족이 모여 <하녀>를 보는 장면의 문제점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악의 축(...) 가운데 하나인
윤여정이 이 영화를 얌전히 앉아 보는 건 캐릭터 성격과도 맞지 않습니다. 차라리 진보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김효진 혼자 영화를 보는데 윤여정이 들어와 "뭐 보니? 넌 무슨 이런 영화를 보니?"하는 게 어울리죠.
개인적으로는 <하녀>에서 윤여정이 나오는 장면을 본 백금옥 여사가
"저 여자 나랑 비슷하게 생겼네. 근데 인생은 딴판이구나. 역시 사람 팔자는 타고나는 거야."라고 말하는,
동일배우로 가능한 유머나 쳤으면 좀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윤여정과 백윤식 연기는 좋은 편입니다. 부잣집 아들로 온주완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왜 숨긴 거냐.
김강우 연기는 근래에 본 것 중 최악입니다. 표정이고 대사고 너무 과장되고 작위적이예요.
김효진 연기는 좋은 것 반 안 좋은 것 반 뒤섞여 있더군요. 예쁘긴 예뻤지만.
그리고 엔딩은 최악입니다. 촌스러운 장면과 쓸데없이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섞여 있어요.
p.s. 그래도 김강우 몸은 멋있더군요. 옆자리 아주머니들이 "어머 쟤 몸 좀 봐! 너무 예뻐." 하시더군요. ㅋㅋㅋ
<내 아내의 모든 것>
초반부의 대사나 장면은 지나치게 빠릅니다. 그렇지만 재기발랄한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를 증오하던 남자가 아내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아내를 붙잡으려 한다'는
장르 공식을 따라가다 보니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더군요.
문제는 이 영화가 공평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 부부의 문제점은 철저하게
임수정이 맡은 아내 캐릭터에서 출발했어요. 남편이 먹기 싫다는 녹즙과 오렌지 주스를
화장실까지 갖고 들어와 마시게 하는데, 이런 여자가 애엄마가 되면
지각했다며 서두르는 자식 붙잡고 "한 숟가락만 먹고 가. 응? 딱 한 숟가락만."하게 되죠(...)
게다가 자기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하죠. 독설이나 짜증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이게 부부생활의 갈등이나 전업주부로서 겪는 무료함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본래 성격이 그렇습니다. 영화 첫 장면 보면 이미 싱글 시절부터 엄마에게서 온 전화를 받으면서
엄마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랩하듯이 쏟아붓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결국 이런 아내에게 지쳐서 이혼을 꿈꾸는 이선균이 옆집 카사노바 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했다는 것을 빌미로 들어 이선균이 임수정에게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빌면서
매달리는 전개로 나아갑니다. 완전 '남자가 잘못했군요' 수준입니다. 여자의 잘못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내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말입니다.
제대로 한다면 부부가 서로 사과를 해야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사과할 일은 아니지요.
덕분에 영화는 그저 그런 소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류승룡의 느끼한 카사노바 연기는 정말 일품이지만 그래도 <건축학개론> 납뜩이가 갑이죠 ;-)
<데인저러스 메소드>
융과 프로이드, 그리고 융의 여자환자 세 사람을 주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제목만큼 파격적이진 않아요. 밍숭맹숭하죠. 저라면 피가 튀고 살이 찢겨지는 뭔가를 만들었겠지만.
키이라 나이틀리가 환자 역을 맡는 초반부는 그녀의 턱을 길게 빼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참...
마이클 파스벤더는 적당히 매력적이고, 뱅상 카셀은 카메오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전 프로이드 맡은 배우가 누구지 했는데 영화 보고 나와 전단지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비고 모텐슨이었다니!!! ㄷㄷㄷ
이 영화대로 모텐슨이 늙어간다면 노년 간지남이 되겠어요. 멋있더군요.
나이틀리 앞에서 울면서 떠나지 말라고 매달리는 파스벤더를 보면서 아주 약간
아니마와 아니무스 생각도...
<믹막:티르라리고 사람들>
정말 통쾌하더군요. 짱!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의 상영관이 적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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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믹막>은 때깔 좋은(아트 디렉션 잘된) 우뢰매더만요. 유딩 수준의 세계관과 내러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