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8강전을 제대로 못봤어요. 축구 보겠다고 새벽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어서 눈을 떠보니 4세트 중이더라구요.

아쉬운 마음에 태업하면서 몰래몰래 다시보기로 경기를 다 봤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지만, 2세트 중반에 세터가 교체된 후 조직력이 살아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그동안 김사니 세터가 열심히 하긴 했지만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특히 많은 경우 볼이 네트에 붙어서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었죠.

물론 이도희 세터 정도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김사니 세터가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저러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엠사 중계 들을 때는 떠올리지 못했던 사실을 스브스 중계를 보면서 생각해 냈네요. 김사니 선수 심각한 어깨부상 중이라는 거요. 그래서 두 달전 그랑프리에도 출전하지 못하고 귀국했었던 게 생각나 기사를 찾아보니, 당시 의사 소견이 양쪽 어깨 모두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 후에는 6개월간 안정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헌데 김사니 선수는 이번 올림픽을 마치고 더 경기를 못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래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합류하게 된 거였더군요. 김 선수 나이가 30살, 그 마음이 이해가 되고 그럼에도 대단하다 싶고 그러네요. 그간 불안정한 볼 배급이나 힘이 떨어지는 토스가 어깨부상으로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특히 터키전 부터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하더군요. 그간 김사니 선수 플레이를 아쉬워했던 게 많이 미안해지더군요.

사실 김사니 선수 뿐 아니라 여러 선수들이 부상 중인 거 같아요. 정대영 선수도 그랑프리에서 발목을 접질렀는데 뛸 수 있는 상태일 뿐 완벽히 나은 것 같지는 않구요. 4세트 경기 중에 한송이 선수가 황연주 선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듀게에서도 회자되었었는데 황 선수도 그랑프리 중 오른손을 크게 다쳤었다고 해요. 아마 한 선수가 황연주 선수의 아픈 손을 잡아주었던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김연경 선수도 어깨 쪽이 안 좋은 것 같던데...

이렇게 부상이 많은 건 아무래도 자국 리그가 탄탄해서 선수층이 두터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부실한 탓이 제일 크겠죠. 거기에 대표팀 차출에 비협조적인 협회와 각 구단들도 한 몫 했을 거구요. 물론 무조건 대표팀에 흔쾌히 선수를 보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무직원 한 명 파견하지 않은 협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금의 이 성과에 은근슬쩍 숟가락 얹으려고 한다면 그건 우스운 일이 될 거라고 봅니다. 저는 아마 화가 많이 날 테구요. 협회가 잘한 거라고는 푸대접을 거듭해 대표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준 거 정도일까요? 아마 협회나 흥국생명은 대표팀 성적이 좋아서 가시방석일 거에요.

대회 초반에는 경기 다섯번은 볼 수 있을 거라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8강 진출 만으로도 꿈만 같았는데, 이탈리아를 이기고 4강에 오르니 정말 좋네요. 이젠 메달 욕심도 살짝은 생기구요. 하지만 다음 상대는 적수가 없다는 미국. 아마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는 쉰다는 기분으로 수월하게 치르면서 체력을 확보했을 것 같네요. 큰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선수들이 부상없이 무사히 원하는 경기를 맘껏 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다음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목요일 11시군요. 다행히 이번엔 전 세트를 맨정신으로 볼 수 있겠죠.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선수들과 코치진의 선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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