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겨레입니다.

14층 은마아파트 경고문 붙여
배달원들 죄인처럼 주민 눈치

7일 새벽 3시4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들머리. 40대 박은자(가명)씨의 손에는 신문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박씨는 14층짜리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경비실을 살폈다. 경비원은 잠들어 있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다. 비슷한 시각 정영자(가명·53)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이 아파트 입구에 나타났다. 우유팩 30개가 담긴 상자를 든 정씨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복도를 살폈다. 밖에 나온 주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박씨와 정씨는 벌써 열흘째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을 피해 다니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전체 27개 동 입구마다 ‘배달사원 승강기 사용 자제’라고 적힌 경고문(사진)을 붙였다. “배달사원(신문·우유 등)들은 배달시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여 배달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배달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간 뒤 층층이 내려 우유 또는 신문을 넣는다. 이를 입주민들이 문제삼았다. 경고문에는 “배달사원들이 각 층마다 승강기 버튼을 눌러 사용하므로 주민들의 불편과 전기료 발생 등으로 인해 입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폭염 때문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자 주민들이 배달원들에게 그 ‘책임’의 일부를 물은 셈이다.

배달원들은 엘리베이터 이용을 완전히 포기하진 못했다. 폭염 탓에 새벽 기온조차 30도를 웃도는 요즘, 14층 아파트 몇개 동을 오르내리는 일은 이들에게 불가능에 가깝다. 배달 시간이 늦어지면 주민들은 그것도 문제삼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배달원들은 주민과 경비원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얼마 전, 우유상자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주민이 쳐다보면서 ‘전기세 내고 이용하는 거냐’고 따졌어요. 할 말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개만 숙였지요.” 10년 동안 강남구 아파트에서 우유를 배달해온 정씨는 “배달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서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은 있는 사람들 인심이 더 각박하다”고 덧붙였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동부담하는) 엘리베이터 전기료 등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입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고문을 붙였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는 평균 105㎡ 넓이의 중형 아파트가 대부분인데 한 채당 8억~10억원 사이에 매매되는 고가 주거단지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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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자꾸 두 문장이 자꾸 걸려서요. 

첫째로 폭염 때문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자 주민들이 배달원들에게 그 ‘책임’의 일부를 물은 셈이다. 

기사를 두번 세번 읽어보아도, 어떤 인터뷰이도 폭염때문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저런 문구를 붙혔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사 내에서도 추측이 불가능하고요. 그리고 여름에 저 공고가 붙었는지 2~3월부터 붙었는지도 안나와 있고요. 기자의 주관적 생각이 저렇게 떡하니 들어가도 되는건가요?


둘째는 역시 은마아파트는 평균 105㎡ 넓이의 중형 아파트가 대부분인데 한 채당 8억~10억원 사이에 매매되는 고가 주거단지다.

아니.. 아파트가 고가 주거단지이다. 이게 저 보도에서 꼭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좀 뜬금없지 않나요.. 뭐 '은마'에는 과연 부유층만 사느냐 이런 구체적인 문제는 떠나서요.


뭐.. 저 공고문이 분명 너무 야박하다 싶은건 맞죠. 

근데 같은 보도를 한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전기료 부담·이용 불편 이유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최근 배달사원의 승강기 이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었다. 배달사원들이 매 층마다 승강기를 멈추는 바람에 주민들이 이용불편을 겪고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7일부터 은마아파트 27개동 입구에 붙어 있는 관리사무소장 명의의 경고문에는 당 아파트에 출입하는 배달사원(신문·우유 등)들이 배달 시 각 층마다 승강기 버튼을 눌러 사용하므로 주민들의 이용불편과 승강기 고장, 유지 및 관리비(전기료) 발생 등으로 인하여 입주민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 배달해 주시기 바라며 개선되지 않을 시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함을 알려드리니 배달 시 유의하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배달사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신문이나 우유를 각 가정에 배달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배달사원들이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세우기 때문에 새벽에 교회에 나가거나 일찍 출근하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지은 지 오래된 은마아파트는 지난 5일 변압기 과부하로 4개동이 45분간 정전되는 등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배달사원들은 경비원과 주민들을 피해다니며 배달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고문을 쓰다보니 배달사원들에게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에서 강력한 조치등을 언급했지만 이제까지 배달사원의 승강기 사용을 제지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사원들도 여전히 승강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에 이 같은 경고문이 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 “그럴 거면 배달을 시키지 마라등 주민들이 야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출근시간 때 배달사원들이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으면 정말 불편하다고 말한 누리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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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배달사원들이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세우기 때문에 새벽에 교회에 나가거나 일찍 출근하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지은 지 오래된 은마아파트는 지난 5일 변압기 과부하로 4개동이 45분간 정전되는 등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고문을 쓰다보니 배달사원들에게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에서 강력한 조치’ 등을 언급했지만 이제까지 배달사원의 승강기 사용을 제지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그는 배달사원들도 여전히 승강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이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 관리사무소 관계자의 이야기는 경향처럼 들어가야 하는거 아닌가요? 

물론 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저 공고문은 너무 야박하다 

이정도의 의사결정은 독자들이 내리겠죠.

하지만 한겨레 기사는 정말 너무하다 싶습니다..

앞에서 두 문장이 걸리다 보니까 인터뷰도 하나도 믿지를 못하겠어요.. 

제가 좀 그냥 예민한걸까요?? 하긴 요즘은 스트레이트와 르포 칼럼 구분이 되지 않는 시대라는 이야기는 듣긴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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