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카지 이야기

2012.08.24 21:53

태시 조회 수:5055

 

후기가 간혹 올라오는데, 다 남경주-정성화페어의 후기이길래 전 다른 페어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전캐찍은 김에 캐스팅별 다른 배우들 부분도요.

 


0. 먼저 공연 외적으로 연출-조연출들 구설수가 좀 있어요.
공연 좀 본다는 사람은 거의 다 알 정도로 연출도 말로 깎아먹는 타입이고
(개인적으로는 심미안 탁월하고 배우들도 잘 꽂을 줄 알고 좋은 작품 라센도 고르지만 창작 잘못하면 꽝이고
- 광화문연가 초연의 스토리 텔링과 캐릭터는 재앙 수준 -
무엇보다 트위터와 인터뷰로 잡은 표도 놓게 만드는 또라이, 라고 생각합니다 -_-)
조연출 둘은 전부터 생각없이 굴더니 결국 사고를 치네요.
본격_스텝이_공연을_디스하네.AVI

 

 

1. 화려한 볼거리나 쇼뮤지컬, 무겁지 않고 웃으며 볼 수 있는 극 좋아하는 관객에겐 잘 맞을거에요.
이야기의 논리 전개를 치열하게 따지거나 여장 남자가 불편하신 분들은 싫으실지도.
앙상블 12명중 10명의 남자들이 여장하고 나옵니다.

 

 

2. 이야기 한 줄 요약 : 그 게이부부는 호모 포빅 정치인 집안에 어떻게 헤테로 아들을 장가보내는가.

  

 

2.' 주연 캐스팅 한 문장 요약 : 연륜과 노련미를 택한다면 남경주, 정성화페어를,
난 얼빠고 춤빠다 싶고 염장질을 즐긴다면 고영빈, 김다현 페어를 추천합니다.

 

 

 

3. 게이커플 이야기지만 일반 관객들이 불편해하는 경우을 본적이 없어요,
랄까 이렇게까지 일반인 호응 좋은 대극장 뮤지컬 처음입니다;

 

 

4. 정성화-남경주가 정말 20년 징글징글 살아온 연륜의 부부라면 고영빈-김다현 페어는 20년째 죽고 못 살게 연애하는 부부입니다.
꽁냥대는 수준이 상당해요. 게이-헤테로 막론하고 최근 1-2년간 본 연극/뮤지컬중 주인공 커플의 케미가 가장 좋습니다.
...솔로는 짜증나요.

 


 

연습실 현장과 커튼콜.

 

 
5. 그리고 비쥬얼도 재능이라는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특히 여장한 김다현씨는 객석의 여자관객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외모에요.
작년 김재욱의 헤드위을 보며 더 이상 아름다운 여장은 못 보겠다 싶었는데 이쪽의 우아함이라니.

 



 

(참고삼아, 라기보다 제가 보고싶어서 올리는 작년 김재욱 헤드윅의 여장)

 

애칭이 괜히 꽃다가 아니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꽃은 이런 사람한테만 붙여줘야해요 -_-

 



 

김다현의 마담 자자 / 앨빈


키도 크고 훤칠한데다 얇은 뼈대도 아니지만 드레스에 가발 쓰면 와...
1막 중간에 두번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순간 객석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집니다;
여자친구랑 같이 온 청년들 입에서 나오던 탄식은 옆에서 보면 재미져요 :D

전작 연애시대에선 연기도 외모도 다소 심심하다고 느꼈는데 라카지에선
눈부신 미모 + 저 얼굴로 저게 뭐야 싶게 망가지며 안겨주는 개그 + 또 미모 + 꽁냥댈땐 백치미
+ 순간 순간 진지한 씬에서 보이는 표정과 현실 아빠가 보여주던 모성 +
쇼의 메인게스트일때 교태(-_-)와 외모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하기, 로 많은 이들을 홀렸습니다;
더블인 정성화에 비해 노래가 아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노래도 좋았어요.
(그리고 라카지 메인 곡들의 음역대 자체가 안 높기도 합니다;)
......길게 썼지만 그냥 예뻐요. 뭐 저런 남자가 다? 싶으니까요. 사랑스러운 캐릭터이기도 하구요.

 

 

 6. 고영빈의 조지는 확실히 남경주에 비해 노련미, 특히 쇼 호스트로써의 카리스마랄까 연륜은 밀립니다.
초반에 비해 훨씬 나아졌지만 사실 좀 손발 오그라드는 씬도 있구요.
20대 아들의 생부이기에 나이를 표현하기 위해 염색한 머리때문에 전작에 비해 미모도 다소 떨어져요.

 

그런데 이 남자, 보고 있으면 탐납니다.
이런 남자가 결혼해준다면 살면서 빡세게 지켜온 독신주의를 기꺼이 깰 수 있어요.
혹자는 뮤지컬계의 방귀남이라던데 제가 넝쿨담을 안 봐서;
미남에 훈훈한 기럭지(다리 길기로 유명한 배우;), 클럽의 사장이자 안무가라는 역할을 살려주는 우아한 춤사위.
춤출 때 손 끝 발 끝이 이렇게까지 우아한 사람 처음 봤을 정도.

무엇보다 자기 아내가 세상에서 최고에요.
늙어서 흰 머리 보기 싫으니 염색이나 하고 오라는 젊은 아내를 보면서 눈에서 하트빔을 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땡깡 달래다 찰지게 맞아도 좋아 죽어요. ...아 쓰다가 좀 짜증나네요-_)
본의 아니게 아들때문에 모질달까, 상처 입히는 말을 해야하는데 제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울고 있습니다.

 

이 페어 보고 나온 지인들이 공통되게 하는 말이 두개 있다면
'우린 여자인데 꽃다앨빈한테 발렸어 뭐 이렇게 처절한 패배감이?'와
'영빈조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나도 쟤처럼 생기면 저 남자 가질 수 있음?!!!' 대충 이러니까요.
젊은 아빠라 그런지 아들하고 붙을때 아이고 저 인간 둘, 싶기도 합니다.
노래가 아쉬운 배우지만 위에도 썼듯 라카지의 넘버들 안 높습니다. 타고난 보이스 자체가 중저음에선 워낙 좋기도 하구요.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people11&a_id=2012071217413205713

 


 

워낙 사진발을 안 받는 배우라 텐아시아 인터뷰 링크와 더뮤지컬 잡지에서 보여준 불혹의 등 사진을 쎄웁니다.

 

 

7. 아들역의 셋.

 

2AM 창민 : 발연기까지는 아니지만 잘 한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그냥 대충 보면 무난해요.
노래야 셋중 가장 낫구요. 예상했듯이 나 지금 연기해요! 스럽게 연기합니다. 아, 노안인게 안습일때가 간혹 있습니다;;

 

유일한 뮤지컬배우 이동하 : 외모 훈훈하고 여러모로 셋중 중간은 됩니다. 그냥 무난한데 서른에 이렇게
연기 안 늘면 진지하게 커리어 고민을 해보게 청년, 싶긴 해요. 전작도 몇 번 봤는데 음...

 

민호(순풍의 정배) : 연기 단연 발군입니다. 다른 아들들일땐 안 그러는데 얘가 아들일때는 울게 되요.
무대 처음 서는 녀석인데 디테일도 살릴줄 알고 흐름도 잘 타서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노래가 대략 헬... 첫공날 보고 객석에서 식은땀이 흘렀으니까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못해서...

 

전 연기 >>>>> 노래,인 쪽이라 민호를 가장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굉장히 못 견뎌했습니다.
참, 연예인인데 TV가 실물보다 낫구나를 처음 느꼈어요. 귀여운데 너무 작고 비율이 일반인 정도라 깜놀.

 

 

8.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호모 포빅인 예비 장인 딩동은 천호진-윤승원 캐릭터가 달라요.
일단 노래는 둘다 못 하고 대사 전달력은 윤승원쪽이 높습니다. 연기로 전달하는 설득력과 압도감은
천호진쪽에 한 표(2막 중반에 처음 등장하는데 천호진아저씨 나오면 객석에서 오오오오오오 오오라다<-이런 분위기).

  

 

9. 딩동은 누굴 봐도 쏘쏘라면 부인인 마리 딩동은 확고하게 전수경씨는 피해야 합니다. 지뢰에요.
부담스러운 연기와 대사톤도 그렇거니와 노래가... 민호보다 나빠요 그렇게 오래된 뮤지컬 배우면서.
보다가 화냈습니다. 심지어 부분 되게 적은데도 화나요.
갑상선암 경력을 듣긴했지만 이렇게 노래할거면 뮤지컬 왜 하지? 란 생각이 절로 났을정도.

 

 

10. 자콥은 두 배우 다 잘합니다. 김호영은 본인 특유의 미친놈스러움이 맛깔나고
이지송은 존재감은 김호영에 비해 약하지만 연기가 조금 더 섬세하고 기본적으로 귀엽습니다;
원단 또라이 Vs 술 취한 귀요미.
누굴봐도 괜찮습니다. 김호영의 경우, 너무 튄다 싶어서 재관람 하다보면 좀 작작 하지? 싶은데 어디까지나 재관람 여러번 할 때니까요.

 

 

11. 앙상블, 라카지걸들.
이 뮤지컬의 단점이라고 지적되는게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군무인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 일단 안무 난이도가 미쳤어요. 보통 대극장 뮤지컬 안무에 비해 발레의 비중도 크거니와 캉캉부터 온갖 춤들이 다 나옵니다.
- 그리고 전 되려 클럽의 걸들이니 칼 같이 맞는거보단 각자 미묘하게 다르게 추지만 내가 최고야!
라고 뽐내며 추는게 더 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클럽에서 춤추는 언니들이 칼군무 추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덜덜덜)

 

 

12. 마무리 어떻게 하죠(.. )
결론은 라카지 재밌습니다<- 쓰다 너무 길어서 말았지만 무대와 조명, 의상 블링블링하고 개그 포인트 충만하며

눈도 즐겁고 무엇보다 공연 끝나고 즐거운 기분에 잔뜩 젖어나올 수 있거든요.
공연장인 LG아트센터는 과학이니 3층에서도 (운이 나빠 앞에 최홍만이 앉지 않는 이상에야) 잘 보이고 잘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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