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8월에는 제게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정말.. 많았어요.

 

전부 제 이력란을 좌우할 만한 일들이었는데, 한꺼번에 몰아쳐 버려서 정말 힘들었어요.

가족관계에 관련된 것도 있었고 그 파장이 미친 진로에 관한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연애까지…


힘들'었'다고 과거형으로 썼는데, 사실 아직도 좀 힘이 듭니다.

결정을 내린 것도 있지만 아직 못 내린 게 있어요.


사실 전 '제가 하는 선택'에 확고한 믿음 같은 게 좀 많이 없는 편입니다.  

일단 결과를 떠나서 어떤 선택을 하기에 앞서 누군가의 조언을 구했을 때, "그래, 그게 좋겠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별로 없었어요.

근데 그렇게 되면 차라리 팔랑귀가 되는 게 살기 편할텐데, 그런 말을 듣고서도 그냥 제 고집대로 한 적이 더 많았어요.

남의 말을 들어야지 그냥 들어야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존심인지 오기인지 하여튼 빌어먹을 뭔지가 발동해서 

그래 남의 눈 일일이 신경쓰다가는 될 일도 안돼 내 인생이니깐 하고 스스로 그 일을 결정해놓고,


또 후회해요.


결과적으로 제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던 때가 더 많았어요.

아주 가ㅡ끔 역시 나야! 했던 때도 있었죠. 그런데 그런 순간은 많지 않았어요. 되돌아보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후회를 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 뒷수습할 생각에 늘 미간을 찌푸리며 잠에 들곤 했죠.


그렇다고 그동안 그런 제 모습이 마구 싫었냐… 하면 솔직히 별로 그렇진 않았어요. 

잘 된때도 있었으니깐. 그 때나 열심히 재생하는거죠. 원래 사람들이 과거를 미화하면서 살잖아요-_-ㅋㅋ


근데 큰 선택을 하게 될 시점이 이렇게 두두두 닥치니깐요.

그동안 내가 때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고, 또 그 결과물은 어땠는지 돌아보니깐

참 두렵네요. 선뜻,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겁나구요. "그렇게 하면 안돼"라는 말을 들을까봐. 아니 꼭 들을 것만 같아요. 이미 듣기도 했구요.

자신감이 마구마구 떨어지네요. 그냥 누구한테 싹 맡겨버리고 거기에 맞춰 흘러가고 싶어져요.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섰을 때 정신을 번쩍 차려야 진짜 그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던데

저는 이렇게 희끄무리하니 회피하고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꾸 이런 생각만 하고

내가 무모한 걸까 아무래도 이건 좀 섣부른걸까 이런 생각 무한반복


…저 이러다 제 인생 잃어버리게 생겼어요.


문득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그냥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으앙 눈물나 젠장…


개소리 마구 시전해볼까요. 

저 보통의 가정에 태어나 

나라에서 해주는 12년 교육받고 대학도 왔습니다.

얘기 들어주는 친구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고 

돌아갈 집도 있고

알바도 해봤고 하고 있고 

장학금 받아서 등록금도 내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자취도 해봤고

남들이 해 봤다는 건 대충 해보고 살아 봤어요.


활자를 안 읽나? 그냥 바보인가? 

근데 저 책이나 신문이나 잡지도 좋아합니다.

시사인도 정기구독하고 있고 한겨레21도 도서관에서나마읽고

책도 좋아해요. 자주 읽어요. 특별히 가리는 것도 아니구요.

자기계발서만 좀 싫어해요. (아 자기 계발서를 안 읽어서 이리 됐나?)

수험생활도 하고 있구요. (아 수험생활을 1년 넘게 해서 이러나… ?)


그렇다고 제가 온실속의 화초처럼 산 것도 아니거든요.

10년 전엔 집이 망해서 왠 기와집^^에서도 살아봤고  지금 또 집이 어려워져서 가족들이랑 새 인생 준비중이에요.

주말마다 아빠 모시고 희망길벗 가서 상담도 받고 옵니다.  

매캐하고 뒤숭숭한 경마장 구석에 마련된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나오는 아빠를 보면서, 

엊그제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죠. .

암튼 이 정도면 인생의 역경도 어느 정도는~ 겪어 본 것 같거든요. 

뭐 부모님이 이혼을 하신 건 아니니 그래도 아직은 상당히 나은 경우일 수도 있어요… 

어쨌든 지금은 다시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으니깐.


여하튼 이 쯤 되면..

뭔가 선택할 짬도 생기고

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줄 알아야 되는 거 아닐까요.

소위 말하는 '철 좀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애가 좀 '똑 부러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저는 제대로 된 선택을 못할까요.

올바를 선택을 못하나요.

왜 항상 후회할 방향으로만 가는 걸까요.

왜 자꾸 쓸데없는 고집이나 쳐부려서 힘든 길로 가나요.

전문용어로 왜 자꾸 '삽질'이나 하는 걸까요.


어떤 분은 그러더라구요. 인생의 정답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거라고.

누군가 너의 선택에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을 설득하면 된다고.

봐라, 하면 된다. 하.면.된.다…


백번을 봐도 맞는 말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들이 되풀이되다 보니깐, 점점 자신감을 잃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괴로워요. 


지난주에는 친구를 만나서 카페에서 메뉴를 고르는데 

버블티가 맛있어보였죠. 그런데 먹어보니 어머 이렇게 맛이 없는 버블티를 봤나…


어제는 알바하는데 같이 일하는 애가 일을 안 해요. 나한테 다 맡겨요.

돌려돌려말해서 한 마디 했는데 그 한 마디가 잘못 돼서 오히려 얘한테 도리어 기분 풀라고 사과해서 달래 보냈어요. 

이게 왠 병신^^같은 짓인지! 일은 하더라구요. 일은 해서 다행인가-_- 아니 근데 훨씬 좋게 풀 수도 있었잖아요?!


사실 카페 메뉴든 알바에서 있었던 일이든 사소한 일이면 사소한 일이지만,

저는 정말 어제 잠자리에서 "난… 그냥 바보일까?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까 그냥? 난 그냥 선택하지 말고 살까. 뭐든지 항상 물어보고 할까." 

계속 이런 생각하다가 잠도 못자고…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떤 선택을 하든 씌원스럽게 하는 데 그게 또 딱 맞고. 

물론 다 시행착오가 있고 뼈를 깎는 고민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는 거 알아요.

그런데 저도 시행착오 하고 나름 고민하는데


왜 

왜 


는 

족…



선택장애냐구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우유부단하지는 않아요. 

기어코 선택을 합니다 어떻게든 뭐든지. 그리고 밀고 나갑니다. 그런데 그게 빗나가요.


이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 돼죠? 역시 다시 태어나는 수 밖에 없…(헉)


전 정말 선택해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런 선택을 하려고 하면 +1, -2 이런 거 해주는 기계요. 

근데 그런 건 없잖아요. '살아간다는 건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따위의 블라블라가 그래서 나온 말인가봐요. 

처음에 저 비슷한 말을 들었을 때 아 참 멋드러지는 말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상황에서 다시 보니깐 저것만큼 무서운 문장이 없네요. 제대로 선택하지 않는 자, 제대로 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거죠.


선택 잘 하시는 분들........ 여러분들은 선택하실 때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나요? 혹은 가장 나중에 생각하시나요? 

뭐든 좋아요. 원래 선택이 복합적이라는 건 알고 있답니다. 


앞이든 뒤든 살아가는 누군가를 위해, 지혜 좀 나눠주세요.

저도 누군가에게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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