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게까지 갈 생각이 없던 걸, 여자친구도 무척이나 가고 싶어 하길래 소셜커머스에 추가분이 풀렸을 때 구입했습니다.

화요일 공연이 볼라벤 때문에 목요일로, 다시 덴빈 때문에 일요일로 미뤄져 드디어 보고 왔네요.

오늘도 저녁에 소나기가 내린 탓에 공연이 예정보다 30분 늦어졌습니다.

공연의 질 자체는 우려했던 것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졸속 운영에 대해선 정말이지 혀를 내두르고 왔습니다.

가격 책정부터 말이 많았죠. 57만 원, 45만 원 짜리 좌석으로 전 좌석의 80% 가까이를 채우질 않나,

제대로 팔리질 않으니 45만 원 짜리 R석을 6만 원, 12만 원에 소셜커머스에 풀어 제 값 준 사람들 뒷통수를 쳤죠.(저야 그 수혜자긴 합니다만...)

게다가 막상 가 보니 VIP석만 극장 좌석 같은 걸 배치해 뒀고, 나머지는 원래 노천극장 돌바닥에 그대로 앉아야 하더군요...

몇 십 만원 주고 와서야 돌바닥에 앉아야 한단 걸 알았을 때, 허탈한 사람들 꽤 많았을 것 같아요.

저희는 담요를 깔고 앉았는데도 엉덩이가 많이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오늘도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VIP석 관객만 용재관 옆 입구로 바로 입장시키고, 나머지 관객들은 죄다 청송대 쪽으로 돌아 입장하게 했는데,

줄을 잔뜩 세워놓고 기다리게 하더니 막상 입장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줄이고 뭐고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들어가는데도 제지를 않더군요.

스탭들은 주변에 많은데 그냥 멀뚱멀뚱 서서 '줄 서서 입장하세요'를 이따금 큰 듯 작은 듯한 목소리로 읊고는 그걸로 끝입니다.

뭐 어차피 좌석이야 지정석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화장실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인터미션 때 VIP석 관객들은 용재관 화장실을 이용케 하고, 나머지 수많은 관객들은 간이 화장실 컨테이너 두 개 놓인 걸 쓰게 했는데...

저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만, 좌석이 그렇게 많이 비었음에도 VIP 외에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관객이 있는데 고작 그걸로 수용이 되겠나 싶더군요.


착석 뒤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셜커머스에서 뿌린 R석은 상대적으로 위치가 좋지 않은, 뒤쪽 블록의 좌석들이었습니다.

그 좌석들 자체가 애초에 45만 원 짜리 좌석이라기에 민망할 정도로 느껴지더군요.

어찌 되었든 '진짜' 45만 원 좌석들은 무대에 가까운 앞쪽 블록들이었습니다.

VIP석을 비롯해 빈 좌석이 정말 많았어요. 정말 망했구나 싶더군요.

티몬에서 뿌린 블록들이 제일 관객 밀도가 높았으니 원.


그런데 방송에서 공연 시작 예고 방송이 나오자 갑자기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이동을 시작하더군요.

VIP석은 아예 의자를 따로 두었으니 거기까지 내려가진 못하고,

R석 좋은 자리들로는 많이들 내려가더군요. 티몬 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앞 블록으로 내려가고, 

3만 원, 8만 원 짜리 블루, 그린, 학생석들에 앉아있던 관객들은 R석 앞 블록 혹은 티몬 석 사람들이 비운 자리들을 채웠습니다.

R석 제 돈 주고 온 사람만 '희대의 호갱님'이 된 순간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정말 난감했던 건, 거기 서 있던 스탭들이 그걸 제대로 막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냥 '제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라고 말만 두어 번 하곤 다시 사라지더군요.


공연 시작 뒤로도 사람들 공연 매너가 정말 안 좋았어요. 티몬으로 간만에 마실 나온다 생각하고 오신 분들이 많으셨는지...

공연 시작 전 에티켓 안내 방송이 있었음에도, 핸드폰 불빛은 사방에서 보이고 애는 울고 촬영이나 녹음을 대놓고 하시는 분들도 더러 보이더군요.

제 옆 좌석 분도 '딸깍' '딸깍' 소리까지 내 가며 아리아들을 녹음하시더니, 공연 중간중간 카카오톡을 하시는데, 불빛 때문에 감상에 심하게 방해되더라고요.

뭐, 그런데 역시 아무도 막질 않습니다. 야외 공연이라 애초부터 포기들 한 건지...


좋은 감상이었습니다만, 

제 돈 주고 보지 않은 저조차도 '이런 거 우리나라에서 제 돈 주고 보면 진짜 호갱 되는 거구나'라고 여실히 느꼈던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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