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기사

http://www.bbc.co.uk/news/world-europe-19349921

닭튀김특공대님이 올리신 관련 포스트

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EB%B2%BD%ED%99%94&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4600087

Clancy님의 포스트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5&document_srl=4682660

 

 

첫번째 옹호론의 근거처럼 할머니의 그림이 결과적으로 봤을때 웃기고 재미가 있는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암산셋이나 누가 로저레빗을 모함했나에서 나오듯, 사람 위로 냉장고나 피아노가 떨어져 죽는 것도 생각해보면 유머러스합니다.

둘이 같다는게 아니라, 결과적인 희극성이 행위에 대한 옹호의 근거는 절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결과물이 재미있다, 화제성 있다" 외에 할머니의 행위에 대한 옹호론 두번째는 원화가 어차피 방치가 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Clancy님도 그렇고 댓글의 다른 분들도 그렇고, 헐머니가 복원을 한다고 저러기 전까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것이 그나마 할머니의 행위로 인해 주목을 받은 것이라는 내용의 주장들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Clancy님을 비롯, 댓글을 쓰신 분들이 많이들 지나치신 부분이 원문 기사의 바로 이 부분입니다.

Our correspondent says that to make matters worse, the local centre that works to preserve artworks had just received a donation from the painter's granddaughter which they had planned to use to restore the original fresco.

즉, 이 일이 있기 바로 직전에 마침 지역의 미술보전센터(?)가 해당 화가의 손녀로부터 기부를 받았고 그 돈으로 이 프레스코화를 복원하려고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방치되고 있던게 아니라 손녀딸과 지역단체에서 복원하려고 계획중이던 그림을 할머니가 난입해 망쳐놓은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그림 복원을 무슨 사진 보고 똑같이 덪칠해서 그리면 되는 것 쯤으로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듯 한데,

미술이나 미술사쪽 전공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술품 복원이라는게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예컨데 많은 색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되거나 색이 바래는 것은 다들 아실텐데 문제는 시대마다 안료의 성분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원본에 정확하게 어떤 안료의 어떤 배합이 쓰였는지 성분을 분석해서 똑같이 만들어 사용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변색이 되면서 얼룩덜룩해지거나, 건조되면서 갈라지거나 벗겨진다던가 등등 그림을 완전 망쳐버릴 확률이 99%입니다.

제대로 된 연구와 고증을 거치지 않은 복원 시도는 신윤복이나 김홍도 그림을 복원한다고 한지에 유화물감 칠하는 격이죠.

 

참고로 한지에 그려진 우리나라의 오래된 회화들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는 아예 복원이 불가능해서 일본에 보내서 복원을 해 옵니다.

우리나선 왜 복원이 불가능한가 하면,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것과 똑같은 재질의 한지, 똑같은 풀, 똑같은 안료가 있어야 하고, 수익성 전혀 없으면서 시간과 노력은 엄청 투자해야 하고 그렇거든요.

그러다보니 국내에선 이런 재료를 만들 사람도 없고, 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복원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고, 결국 일본의 장연구소나 장인들에게 다 맞기는 것이죠.

 

미술이나 문화재 복원이란게 과정도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걸리고, 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번 잘못 건드리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니까요.

즉 문화재의 관리와 복원은 매년마다 가서 조금씩 새로 칠을 해주고 그럴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 상태를 보다가 마음잡고 대대적으로 복구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러려던 참이었는데, 저 할머니가 유화물감으로 저렇게 칠을 해버림에 따라 게획 중이던 그림 복원은 아예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망한거죠.

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엄청 가치있는 그림은 아닐지 몰라도 지역민들에겐 센티멘털한 가치를 지니는 그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의 훼손을 낄낄거리며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있겠으나 지역민들 중 이러한 훼손을 마음아퍼 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을 것입니다.

 

 

 

세번째 옹호론은 선의의 행동이였다. 의도는 좋았다는 것입니다만..이건 뭐 할머니 딴에는 선의 맞다고 인정은 합니다.

다만 선의가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여전히 어쨌든 선의였으니 좋게 봐야 하는가에 대해선 결국 개인 가치관 문제라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 주절주절 써봐야 손가락만 아프죠.

 

 

 

솔직히 저도 저 그림이 엄청 웃기다고 생각을 하고 패러디물도 재미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스터 빈도 생각이 나고.

그런데 여기에 대해

"화가의 자손들이 할아버지의 그림에 관심이 있을지 없을지는 저도 모르는 일이죠. 그리고 훼손된 모른 예술품들을 반드시 복원 시켜야만 할 이유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사건이 있기 전까지 세계의 대다수는 이 그림의 존재자체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죠."

라던가

"글쎄요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작가의 있는지조차 몰랐던 19세기의 작품보다는 지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21세기의 '훼손'쪽이 더 가치가 있는것 같은데요?"

같은 댓글이 일부 달리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멘붕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결국 한국에서 고미술품 복원이 아예 불가능하고, 예술이 무시당하고, 이명박이 아무렇지도 않게 독도에 자기이름 비석 세운다고 기존 예술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하고 하는 것들이 뭐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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