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로버트 하인라인의 '시간의 블랙홀' 이라는 SF를 읽었는데, 그 세계관에도 상대성이론을 따라 초광속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사실 좀 복잡하지만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렇게만 쓸게요.)

그런데 초능력 쌍둥이끼리는 아무리 먼 거리에 있어도 '동시에'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초광속 통신은 가능하다는 설정입니다. 텔레파시는 속도나 공간 개념이 없이 동시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통신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1. 초능력 쌍둥이 중 형은 우주선에 타고 동생은 지구에 남습니다. 텔레파시를 통해 통신을 하지요.

2. 우주선이 점차 가속합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라 우주선에 탄 형보다 지구에 남은 동생의 시간이 더 빨리 흐릅니다.

   그래서 통신하기 위해 형은 최대한 빨리 말(생각)하고, 동생은 최대한 천천히 말(생각)해서 간신히 텔레파시를 나눕니다.

3. 우주선이 거의 빛에 속도에 가깝게 가속되어 최고속도에서 등속운동을 합니다. 이제 형과 동생의 시간의 흐름 차이가 너무 커져서 통신을 할 수 없습니다.

   형이 아무리 빨리 말해도 동생에게는 한 마디가 일 년에 걸쳐 늘어진 테이프처럼 들리고, 동생이 아무리 천천히 말해도 형에게는 순간적으로 틱 쏘는 잡음처럼 들리는 거죠.

4. 목적지 부근에서 우주선이 감속합니다. 다시 형이 빨리 말하고 동생이 천천히 말하며 통신을 합니다. 형은 별로 안 늙었지만 동생은 이미 수십년의 나이를 먹은 후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위의 3번 과정 말이죠.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등속운동하는 물체 사이의 속도는 항상 상대속도잖아요.

우주선 입장에서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지구를 포함한 온 우주가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일방적으로 형의 시간은 천천히 가고 있고, 동생의 시간은 빨리 가고 있다고 가정하고 통신이 불가능하다고 설정하는 건 모순되지 않나요?

그렇다면 가속 구간 중에는 통신이 힘들어졌다가, 최고 속도에 이르면 다시 통신이 재개된다고 봐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저 논의 속에서 '동시'라는 개념을 무리하고 가정하고 있고, 세상에 엄밀한 '동시'는 없기 때문에 애초에 초광속 통신은 모순 없이는 불가능한 걸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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