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야구 이야기

2012.10.08 23:41

피로 조회 수:2247

#01


저는 LG팬입니다. 93년때부터 팬이었으니까 19년, 근 20년 다 되어가는 것 같아요.

오랜 팬질의 시간동안, 근래 10년은 참 우울합니다. 요즘은 직관 필패의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거니와,


특히나 요즘처럼 가을 야구가 시작되는 때에는 언제나 제 3자의 입장에서 가을 야구를 본다는게 참 우울합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최근에는 팀을 세탁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사실 동네 친구들은 상당수가 동네에 생긴 연고구단으로 팀을 갈아타거나, 혹은 새롭게 응원하게 되었고 말이죠.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왜 닉 혼비의 [피버피치]였나요. 그런말이 있지 않습니까.

"와이프는 바꿔도 응원하는 팀은 못바꾼다."고.


그냥 LG팬 해야죠. 하아.


뭐, 팬질하기 LG는 나쁘지는 않은 구단이에요.

인기 많고, (경기의 흐름이나 순위 변동이)다이나믹하고.


선수들에게도 LG는 좋은 구단이겠죠.

돈 많이 주고, 훈련 대충하고, 가을에 운동 안하고.



#02.


그렇게 응원팀의 성적에 초탈하다보니(...) 뭔가 야구를 보는 시각이 좀 다양해졌달까요. 그런걸 느낍니다.

이것저것, 야구에 관련된 글들을 찾아보게 되고, 책도 읽고. 뭐 대단하게 뭘 찾아보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알아갈 수록 야구는 색다르더군요.


얼마전...이라고 하기는 꽤 됐지만,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에서 등장하는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해서 처음 접했을때는, 상당히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통계를 '다르게 해석해서' 야구를 분석하는, 세이버 매트릭스는 최초 등장했을때는 '야구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하는 숫자놀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방송에서도 간간히 언급하기도 하고, 또 세이버 매트릭스로 야구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조금은 과격한 주장도 나올 정도로 대중화되었죠.


저도 한때는 세이버 매트릭스를 꽤나 신뢰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세이버 매트릭스만으로 야구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얘기하는 야구 내적인 부분 - 투구폼, 볼카운트 싸움, 타격폼, 수비, 심리전 등등 -의 세계는 참 넓고도 방대합니다.

예전에 SK야구를 보면서 그런 걸 깨달았어요. 김성근감독의 야구가 그런 야구 내적인 부분에서 치밀하게 짜여있는, 그런 야구였죠.

SK 이전에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두고 데이터 야구라는 말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김성근 감독의 선수에 대한 관찰력이나 심리전, 그리고 풍부한 야구 이론에 대해서 더 많은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그의 아들인 김정준 해설의 칼럼을 봐도 느낄 수 있죠.(그는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해서 알긴 하지만,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답니다. 결국 야구는 투수와 타자, 그리고 수비수와 주자가 누구인지,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죠.)


뭐, 세이버 매트릭스는 세이버 매트릭스 나름대로의 의의도 있고, 또 현장에서, 그리고 경기를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김성근 감독 식의 접근도 중요하겠죠. 정답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03.


야구에 대한 교양서적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이는 없습니다. 뭐 야구를 처음 접하시는 분을 위한 개론서나,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다룬 책 몇권을 빼면, 딱히 읽을만한 책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뭐, 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 돌파니 어쩌니 하는 세상에, 야구 서적이 빈약하다는 것은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만.. 뭐 지나치게 코어한 야구 이론을 공부하자는 건 아니니까요.



공교롭게도 야구 서적 가운데에서는 꽤나 유명할 것으로 보이는(...) [머니볼]은 경영 관련 서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읽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머니볼]은 야구서적이라기 보다는 빌리 빈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그가 팀을 어떻게 이끌었는지에 대한 소개를 하는 책이죠.

그래도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야구를 보는 관점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알기에는 꽤나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고요.



차라리 야구에 대한 이론서, 혹은 개론서보다는 이런 만화를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봐요.

위 만화는 [크게 휘두르며]입니다. 뭐 흔히 야구만화 걸작이라면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나 [H2]같은 작품이 유명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뭐랄까, 야구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나 야구를 하는 소년들의 심리묘사 등등 뭐랄까요,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작가의 접근이 꽤나 마음에 들어요.



#04.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꽤나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응원하는 팀을 가진다던지,

야구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본다던지,

야구 관련 서적이나, 혹은 영화나 만화를 즐긴다던지.


또는 그냥 야구장에 가서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군요.


여러분은 야구를 즐기시나요? 어떻게 즐기시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93
126071 [왓챠바낭] 전 이런 거 딱 싫어하는데요. '헌터 헌터' 잡담입니다 [4] new 로이배티 2024.04.25 113
126070 에피소드 #86 [2] new Lunagazer 2024.04.25 33
126069 프레임드 #776 [2] new Lunagazer 2024.04.25 31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new soboo 2024.04.25 359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new daviddain 2024.04.25 26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new catgotmy 2024.04.25 58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1] 상수 2024.04.25 197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7] update Sonny 2024.04.25 588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daviddain 2024.04.25 87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155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288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4.25 156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46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93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81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9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catgotmy 2024.04.24 174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319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40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