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꽁꽁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던져주며

 잠들지 말라고 꿈꾸지 말라고 속닥속닥 속삭이는 밤

 

 이런 밤들에 매혹되어서 건강을 좀먹이며 청춘을 보냈고

 

 참 좋아했지요 이런 밤

 

 2.

 

 그렇게 기다렸던 시월이 이렇게 아무말없이 쓸쓸하게

 모른 척 돌아서는 그리웠던 옛연인처럼 지나가는 밤에는요 삐삐삐 짝짝짝

 피리를 불거나 박수를 쳐도 쓸쓸한 밤에는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오늘은 제 주변 사람들 아무도 지나가는 시월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혹시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시월이란 계절이 사라져버린 건 아니겠지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무슨 일이든 진행됐고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저는

 

 쓸쓸해졌어요

 

 3.

 

 제가 살고 싶었던 삶은

 

 술을 마시지 않고

 집안일과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미룰 수 있는 때까지 미뤘다가 하는 게 아니라

 의욕적으로 제때제때 하는 것

 또 일주일에 두번이상은 수영을 하고

 미리미리 여행계획을 세워놓고 짬나면 여행을 다녀오는 것인데요

 

 뭐 얼마 전까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은데 뭔가 삶이 두어달 사이에 일순간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에요

 

 이번주에 바쁜 일들이 모두 무사히 정리가 될 듯한 분위기라

 다음 주에는 교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마음 상태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제대로 준비한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여행가서 호텔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올 수도 없고 말이죠

 

 벌써 한번 티켓을 취소해서 환불 수수료를 지불한 전력이 있어서

 아직 발권은 하지 않았어요 여행사에 물어보니 금요일 아침까지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방콕가서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놀다올까 싶기도 하고

 만일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직지사에 가서 템플스테이를 며칠 하고 올 생각입니다

 

 아 생각해보니 방콕 가고 싶네요 그런데 문제는 방콕 다녀온지가 오래되지 않았고 11월 말에 또 방콕을 갈 기회가 생긴다는 거죠

 교토와 오사카는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고...

 

 오사카와 교토 가면 좋겠죠? 적당히 쓸쓸하고 또 조용하고

 

 방콕 가고 싶네요... 오사카 가면 좋겠죠?

 - 여러분에게 5박 6일의 휴가와 적당한 휴가비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아무튼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밤인데 분명한 것 한가지는 술을 끊어야겠다는 것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닌데 요즘 술을 마시고 나면 며칠씩 몸도 마음도 좀 힘들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술을 완전히 끊는 방향으로 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분명 그편이 훨씬 더 즐거운 삶이 될 것 같아요

 

 술을 끊어야겠다고 이렇게까지 절실하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계속 술을 마시고 회복하고 다시 술을 마시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생각해보면 그간에 술 때문에 쓸쓸해졌던 밤이 참 많았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끊기 위해 노력해보려고요 이게 뭐 낭만이라고 쳇

 

 4.

 

 Though no one can go back and make a brand new start,

 anyone can start from now and make a brand new ending.

 

                                                                           - Carl Bard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 카를 바르트

 

 5.

 

 한동안 돈은 벌어서 뭐하나 싶었는데 이젠 다시 맘 잡고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이라도 있어야겠죠

 

 불운이 있으면 행운도 있는 거고

 

 불운이나 행운이나 모두 제가 기대하고 염려했던 것만큼

 극적으로 다가온 적은 아직 없었으니까

 

 이제 다시 침착한 행운이 저에게 오기를 오래된 장신구 하나를 끊어버리고

 기원하고 있어요 오소서 아무 것도 아닌

 

 고요함이여

 

 6.

 

 치유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세상에는 또 쓸쓸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

 제가 교만했구나 제가 참 철이 없고 어리석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에게 철없다고 핀잔을 주고 가르치려는 사람들 보면

 뭔가 기분은 좀 별로고요 팔짱끼고 그렇게 살지말라고

 

 늘 충고해주던 똑똑하고 성공한 아저씨들 어떤 밤은 그런 사람들을 불러오는데

 다시는 그 어떤 밤 속으로 나가지 않을래요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다시는 그곳에

 

 7.

 

 어두운 밤 유혹하는 밤 마침내 나를 매혹하고야 마는 밤

 

 사실 행복이란 것은 무정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만일 있다면 고요함 속에 있는 거겠지요

 

 다시 시작해봅시다 어쨌거나 당신도 나도 사는 동안에는

 살아가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거니까

 

 8.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밤에는 설거지를 하면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고

 해마다 시월의 마지막밤에 방송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는 배리 매닐로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올해는 좀 바빠서 그러질 못했네요 좀 더 멋지게 홀로

 남산길 단풍 걸으며 시월의 마지막밤을 보내려고 했는데

 

 바쁘고 비가 왔어요 

 

 그래도 한번은 다시 들어봅시다 쓸쓸한 밤을 보내고 계신 분들 같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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