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 미제라블 보고 왔습니다. 엠바고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주변 상황을 묘사하자면, 기자고 평론가고 다들 토끼눈이더군요. 상영 도중에도 잠깐 옆을 보니 훌쩍훌쩍 수준이 아니라 뺨이 아예 흥건히 젖은 상태. 왜 옆을 봤냐면,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제 눈도 이미 고장이 난 상태라 민망해서지요. 여튼 제게는 '올해의 최고' 정도가 아니라 최근 몇년 간 가장 뭉클했던 순간이라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2. 영화를 보면서 한 후보를 떠올렸죠. 단일화 여부를 떠나서 그가 걸어온 길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시대는 변했고 개인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가'를 자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런 귀결이었죠. 그런데 선택과는 별개로 몇 시간만에 아픈 결말이 났네요. 어떤 이들에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란 말은 공염불처럼 들리겠지만, 이번 일처럼 그 말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사례도 없을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공동의 투쟁 대상을 두고도 늘 내부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바리케이트 저편에서 사악하게 웃고 있는 자들을 보면 답답한 심정이에요. 그들은 아직 칼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우리의 칼엔 서로의 피만 잔뜩.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미 지치고, 아픕니다. 고된 인생을 마감하고 팡틴의 인도로 홀가분하게 저 세상으로 향하는 장발장이 우릴 보고 말할 것 같습니다. "레 미제라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