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4 01:03
* 어제던가 말씀드렸다시피 일을 그만뒀습니다.
5시에 일어나서 6시 출근 8시 이후 퇴근이라는 강행군을 얼마간 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생기더군요.
결정적으로 적성에도 도저히 안맞는 듯하여 때려치웠죠.
친구를 만났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데, 수척해졌다고 합니다. 하긴, 그 고생을 떠올리면 수척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직장을 잃은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자 달콤한걸 실컷 먹고 있는데 친구가 이런 얘길 꺼냅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여행가서 쉬었다오는건 어때"
* 아,..아,...아,...정색 30%쯤 섞어서 이렇게 대답해줬습니다.
헐...내가 여행을 가서 쉰다고? 나한테 여행은 그냥 월급안받는 '일'인데?
정색이 30%쯤 섞였다지만 사실 짜증이 섞인것도 아니었고, 그냥 무심결에 내뱉어본 말인데 이게 그 친구에겐 충격이었나봅니다.
어떻게 여행이 '일'이냐에서 시작해서 여행가서 넓은 바다나 산에 올라 탁트인 경치를 보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같은 얘기들.
부분적으로 그럴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건 12000원짜리 사우나를 이용해도 상쾌해지죠.
메피스토의 친구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나봅니다.
그럼 쉬는게 뭐냐고합니다. 뭐긴. 말그대로 쉬는거지. 전기장판 따땃하게 데운 뒤 기어들어가 낮잠을 하루종일 즐김과 동시에 간식을 먹고 게임도 하고 보고싶은 책도 보고.
독서도, 게임도, 낮잠도 취미가 없는 그 친구는 제 취미와 휴식이 재미없고 무가치하며 삶을 갉아먹고 보람차지도 않은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략 제 취미를 듣는 표정이나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뉘앙...아니, 그냥 내용이 그렇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된 경로나 이유를 추리하기 시작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안물어봤지만 뻔합니다 무슨 심리상담하는 태도였으니까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or싫어한다'라는 성향이 무슨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거죠.
메피스토는 이런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히 심리학 학위도 없는 사람에게 그나마도 남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취향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가치판단을 받는거 말입니다.
그냥 예 예 예 하고 들어줬습니다만, 대화주제를 돌리기 위한 예 예 예 일 뿐이죠. 어쨌든 '무슨 재미로 사냐'라는 평가를 받은 뒤 대화주제를 돌릴 수 있었습니다.
* 여행 좋죠. 간만에 소환사의 협곡으로 여행이나 떠나볼까요. 내셔남작의 생태도 구경해보고 부시속에서의 미지의 습격을 예상하며 긴장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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