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3728.html

 

부모를 잘 만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기회의 불평등을 누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제가 보기엔 불가능해 보입니다. 막드 중 하나였던 "신기생뎐"에서 재벌2세인 남자는 아버지가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아버지는 그에 대한 응징으로 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중단합니다. 그러자 아들은 취직을 하기로 하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그것도 막아버리죠. 아들이 치사하다고 항의하자, 아버지가 당당하게 답합니다. "니가 지금 가진 그 좋은 스펙들, 그거 다 내 돈으로 해준거다. 정말 독립하고 싶으면 그 스펙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나 해." 결국 아들은 막노동에 나서죠. 그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 태어나서 미성년 시절을 보낼 동안만 지원받는다고 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 그래서 우리는 상속세, 증여세를 부과합니다. 부모가 잘 살지 못한 덕분에 환경이 안좋았던 학생들을 위해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갈 기회를 주기도 하죠.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나마라도 포기할 순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민감한 선에 서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탈세 의혹이 나옵니다. "홍길동 후보자는 자녀가 결혼할 때 1억원을 줬다. 이에 대해 증여세는 내지 않았다. 탈세다." 후보자는 사과하고 부랴부랴 세금을 계산해 납부합니다만... 사실 이 지적을 하기 시작하면 아마 걸릴 사람이 무지 많을 겁니다. 자식 결혼 시키면서 서울에 전세집이라도 얻어준 부모는 죄다 걸리죠. 그래서 과연 이걸 잡아야하냐? 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아직까진 엄정한 부의 세습 방지가 부모-자식간의 정을 이기지 못하는 거죠. 욕하면서도 사실 한편으로는 "난 돈 많아도 안물려줄 자신 있다"고는 못하는 겁니다.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도 봤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세법으로는, 내가 자수성가해서 이룬 내 기업을 내 자식에게 물려줄 수가 없는 구조다. 세금 내느라 지분을 팔아야하고, 그러다보면 경영권을 잃기 때문이다. 난 이건 옳지 않다고 본다. 나도 부모 잘 만난 자식이 노력도 않고 잘 나가는 건 배아프긴 하지만, 아마 그 부자는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훨씬 열심히 기업을 했을 것이고, 그 결과 법인세도 많이 내고 고용도 창출했을 것이다. 그 집 자식 끌어내리는 게 국가 경제에 활력을 넣는 것보다 중요한가?"

 

아무리 국가가 노력한다고 해도 상대적 박탈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이고... 그나마 절대적 수준이라도 올려서 큰 불만이라도 없게 하는 게 최선인 걸까요? 뻔한 얘기지만, 지금 이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지는 건... 계층은 예나 지금이나 있지만, 그 사이에 놓여있던 이동 사다리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게 심해져 양극화된 부의 세습이 고착화되면 그건 신분제나 다름이 없어지고... 신분제는 극단적으로 방법으로 깨지게 되겠지요. ㅠㅠ 요즘은 솔직히 좀 무섭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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