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를 걷는데 라일락 향기가 나고
어둑한 거리가 더 이상 춥지 않고
바람을 맞아도 어깨가 움츠러들지 않고
지긋지긋한 스타킹은 벗은지 오래!
오렌지와 청포도를 듬뿍 넣은 화이트와인 여름 샹그리아를 담가놓고
이제 일주일 숙성시켜야지 하고 냉장고 닫고 누운 마음은 무척 뿌듯하네요.
(사과랑 오렌지로 만드는 레드와인 샹그리아가 가을 샹그리아)
지금 전 패배자이고
결국 평생 이게 나라고 생각해온 자아가 붕괴하고 있고
미래도 현재도 불안하고
속물적인 마음으로 가득하고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와 문제가 있는데 그걸 말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뭐 기타등등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추락하는 비행기같은 심정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요...
위안이 되는 것이라면
내가 경비행기라서 추락으로 얻을 피해가 내 한 목숨뿐?이라는 거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이 연료로 불시착 정도로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정도네요.
매일 매일
나는 현실도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묻고
매일 매일
나와 내 재능의 부족함을 확인받는 나날들이네요.
하지만 그래도 이 여름밤과
이 집과
이 부엌이 고맙고
어떻게든 견뎌내보려고 나 자신의 한계점을 밀어보려고 애쓰는 내가 한편으로는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좀 더 절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용기있는분이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