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감상은 저의 주관적인 취향을 기준으로 하여 그 기준점에 얼마나 도달했는가를 따지고 있어서 영화보시는 데에는 거의 참고가 안될....



2.
물랑루즈의 감독이었나요? 거의 같은 분위기더군요. 원작을 보지 않아서, 대충 원작의 내용은 이 화려한 속물 부르주아의 신기루 속을 어떻게든 어떻게든 낙관적으로 헤치고 상승해보려던 청년이 허망하게 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통하여 사회의 문제적인 한 단면을......같은 것이었을까, 하고 짐작해보았습니다.

3.
문제는 이게 로맨스에 초점이 너무 맞춰졌다는 것 같아요. 저는 로맨스를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평생 이뤄지지 못할 짝사랑 때문에 인생 거창하고 비장하게 말아먹는 이야기라면 최고입니다. 이후의 모든 문장은 이 틀에 얼마나 들어맞는가를 기준으로 쓰여졌습니다.

영화에서 본 개츠비는 딱 그런 이야기더군요. 그런데 미묘하게 취향의 핀트가 다 엇나가요. 왜냐면 개츠비의 짝사랑은 실은 '멋진 세계'에 대한 것이고 데이지는 기표에 불과하죠. 짝사랑이란 똑같이 허상이어도 대상이 사람이 아닌 어떤 사회가 되니까 안타깝기보단 안쓰럽고 장절하기보단 호구ㅜㅜ..찌질..하게 되더군요...

우선 데이지는 그만한 사랑을 받을 여자가 아니죠. 원작에서는 데이지가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동경의 기표로서 기능하니까 별 문제 없겠지만....아무튼 여주의 무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로맨스의 반이 깎입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계기도ㅠㅠ....그 회상씬....너무 진부하지 않았나요? 물론 진부해야 그 설정에 맞겠지만....그리고 로맨스의 끝은 그 상대가 아무리 찌질하고 한심해도 내 콩깍지인 것을 어쩌랴, 하고 '알면서도' 목숨을 거는 것에 있는데, 개츠비는 정 반대잖아요. 그냥..속았지요. 꿈결같은 것에게.

정이란 무엇이관대 생사를 가름하느냐, 는 비장함보단 아이고 개츠비씨 세상에게 된통 속으셨소, 하는 말이 나와요..

4. 그렇다고 재미없었느냐? 재미있었어요. 일단 물랑루즈때만큼 확실히 눈요기는 합니다. 그리고 원작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그 신기루를 헤치고 등장하는.....디카프리오의 모습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저는 사실 타이타닉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타이타닉 마지막의 상상씬에서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잭이 손을 내밀었잖아요? 저는 정말 그때 속세의 인간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그 얼굴 그대로 늙은 디카프리오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만면에 등장하니, 아, 잭이 억울해서 성공했구나. (게다가 바다에서 떠돌았더니 더 아귀가 맞는군!) 그리고 다시 로즈를 찾으러 왔구나. 물론 로즈를 데이지에게 비교하는 건 로즈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죠. 그래도 저는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완전히 가버렸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관념을 헤치고 옛 이미지에서 주름만 더한 모습으로 화사하게 나타나는 순간 객관적인 평가는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후반엔 정말 너무 가슴아팠어요. 우리 잭 그만 괴롭혀! 이 속물년놈들아아아아아아!!!!!!!

5.
타이타닉을 다시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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