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논란에 대한 그냥 좀 긴 글

2013.05.24 11:39

메피스토 조회 수:1630

*. 그동안의 관련글들에서 얘기했던 제 생각을 나열한거라 두서없을 수 있습니다. 텍스트로 작성해놓은걸 복사, 붙여넣기한거라 비문 및 오-탈자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

어디서 부터 이야기해야 좋을까요. 아, 이것부터 얘기해보죠. 며칠전 탁현민교수가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사람;결국 이 사람도 평범한 사람이고,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되도록 만들었을까....하는 고민을 실은 이야기를 트위터에 남겼더군요. 전 이 이야기를 듣고 (빈정거리는 의미가 아니라)탁현민 교수가 참 순진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보통의 사람입니다. 다들 우리들의 이웃이죠. KKK단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도 공격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겐 그저 평범한 이웃이었을겁니다. 연쇄살인범이라고 해서 다를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을 괴물이라고 부르는건 관형적인 의미이죠 일베를 비롯하여 일베적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서 다를건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일베 문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들은 결국 보통의 사람들이고, 전라도 사람을 잡아 죽여야 한다는 그 믿음도 결국은 보통 사람들 일부의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것이 확대 및 과장, 위악적으로 꾸며진 것이라해도 말입니다. 그 썩고 곯아가는 생각들이 보통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각종 차별이나 편견이라는 일상적인 현상 뿐만 아니라 살인이나 테러 등의 극적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잡아먹는 눈에 보이는 괴물이라면 온갖 현대무기를 동원해 그 괴물만 때려잡으면 됩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머릿속에 숨어 있는 괴물은 그럴 수 없습니다.

 

 

전 일베가 일종에 다크나이트의 조커같은 존재들이라 생각합니다. 방금 보통사람이라고 해놓고 타자화를 너무 쉽게 하는 것일까요. 아뇨. 보통 사람들이라해도 머릿속에 괴물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단지 그것이 환경에 맞춰 어떤 형태로든 발현되냐 안되냐의 차이일뿐이죠. 일단 발현된 괴물을 보통사람의 부분을 잡아먹습니다. 괴물이 발현하는 환경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상관없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여과없이 받아주는 분위기, 혹은 아무리 심한 이야기를 해도 어떤 처벌도 없는 환경, 함께 낄낄대는 동지들....한가지 분명한건, 그들에게 관용을 베푼다해서 그들이 개선되거나 갱생의 길을 걷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발달 이후 지난 수년의 생활동안 견고하게 구축된 내적논리와 변명으로 무장한 그들에게 교육과 계몽은 효과가 없거나 비웃음의 대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는 보통의 과정을 거쳐 성장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표현이나 행위를 태연하게 저지르는 그들의 특성에 근거한 이야기입니다. 계몽은 한계치안의 사람들에게만 유효하지 규격외 사람들에겐 의미가 없습니다. 만일 규격외 사람들이 갑자기 보통사람처럼 군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이 정말 변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자들이 자신안의 괴물을 풀어놓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간사한 것이 보통사람다운 일이기도 하고요.  

 

 

메피스토는 교육-계몽에 의한 인식변화에 대단히 회의적입니다. 그 자체에 회의적이라기보단 사회가 변화하기 위한 동력원으론 부족하다는 이야기죠. 어떤 못된 행위를 여기 던져놓아보죠. 무엇이 되었건 이 행위를 사회에서 근절시키는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하나하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현대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겠죠. 그렇기에 강제성을 가진 법과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겠죠. 물론 법과 제도 역시 어떤 행위를 근절시킬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어떤 행위를 근절 시킬 수 없다는 것과, 법과 제도로도 근절되진 않으니 큰의미가 없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입니다. 도둑질이 근절되지 않는다해서 절도관련 범죄에 관한 법률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십시오. 강간관련 처벌법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십시오. 가장 바람직한건 인간 모두가 나쁜짓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대부분의 욕구와 바램이 충족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건 이상주의조차 되지 못한 비현실적 망상에 불과합니다. 교육과 계몽을 통해 그 행위가 가지는 부정적 의미를 각인시키고, 법과 제도로 행위 자체를 물리적으로 통제하는 와중에 그릇된 행위가 줄어들 수 있는 견실한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이 현대국가가 발전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적인 과정일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것이 마치 국가권력에 한없이 거대한 힘을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처럼 여겨지는 것이 전 못마땅합니다. 법과 제도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행위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수단입니다. 물론 한국의 근현대사가 국가권력이 법을 이용해 시민들을 억압했던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다는건 감안해야겠죠.

 

 

요즘 한창 일베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개 온라인 커뮤니티가 뉴스에까지 수차례 오르내리는건 분명 이례적인 일일겁니다. 최근의 이목집중으로 그들의 활동이 약해진다면 그건 분명 바람직한 일이겠죠. 그러나 반대로, 지금이 아니면 일베를 정리할 수 없을겁니다.  일베를 없애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몇몇 심각한 게시물을 올린 자들을 구속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베적 가치관;여성혐오, 특정지역혐오, 민주화운동비하, 제노포비아 등등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발현되는걸 막는 일련의 과정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죠. 그것이 폐쇄를 통한 단발적인 쇼크가 되었건 게시물을 올린 자들을 민형사상으로 처벌하는 것이건, 무엇이건 상관없습니다. 일베뿐만 아니라 여러 커뮤니티, 사회에서 전방위적으로 실시되어야 겠죠. 물론 그렇게 한다해도 그것이 일베적 가치관을 근절시키진 못할겁니다. 하지만, 일베적 가치관이 사회적인 제재를 받는 썩은 가치관이라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합법적이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하여 지금 일베를 없애지 않는다면, 최근의 탄압과 멸시 등으로 내성이 생긴 벌레들은 앞으로 더욱 날뛰게 될 것입니다.

 

 

온라인에만 한정한다면 커뮤니티 단위에선 그 악영향이 더욱 클 것 입니다. 일베애들도 제재받지 않았는데 우리정도가 뭐 대수냐...의 형태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진짜' 보통사람들이 입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느림과 시행착오로 대변되는 것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거기간 등과 관련한 물리적인 의미의 시간을 제외한다면, 민주주의는 속도와 상관 없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길어지고 시행착오가 발생하는건 그게 여러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민주주의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판단력때문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전 이 논란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같은 이야기가 나와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권력층이나 사회적인 불의를 대상으로 삼는 표현의 자유들이 그들에게서 탄압받는 것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지, 약자를 대상으로 테러에 가까운 행위-발언을 하는 것을 보호해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조차도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불과하니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이는 허울만 갖춘 민주주의를 독재와 기득권의 보호 & 유지를 위한 충실한 번견으로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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