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잭더리퍼 -

 

2010.08.18 수요일 성남아트센터

 

다니엘 : 안재욱 ,  잭 : 최민철 ,  앤더슨 : 민영기,  글로리아 : 쏘냐 

 

 잭더리퍼는 올 초 살인마 잭이라고 유니버설 아트센터에 올려졌던 체코 라이센스 뮤지컬입니다. 체코 라이센스 뮤지컬로 유명한 것은 드라큐라, 클레오파트라, 삼총사 정도인데 보고 난 뒤 리뷰를 찾아보면 거의 창작뮤지컬에 가까운 자유로운 개작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굳이 체코 뮤지컬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기란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잭더리퍼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5인의 여성을 살해한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인데 알려진 체코버전의 뮤지컬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불구라는 이유로 매춘부들에게서 조차 조롱 받는 잭. 잭에게 악마가 찾아와 제안을 한다. `살인을 할 때마다 너에게 힘(?)을 주겠다.` 그래서 잭은 매춘부와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대신 그 매춘부를 죽여야 했다. 범인을 잡지 못해 쫓겨날 판인 담당 형사 앤더슨은 희생자의 언니인 글로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글로리아는 앤더슨이 경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위 경찰과 결탁하여 매춘부로 위장해 수사를 돕는다. 앤더슨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글로리아를 매춘부로 오해하고 경멸한다. 한편 잭은 글로리아를 죽이려다가 지나가던 미친 여자를 죽인다. 경찰들이 현장에 나타나자 잭은 강물로 뛰어들고, 이후 런던에는 살인마가 나타나지 않는다. -

 

 물론 한국에 라이센스 되면서 위와 같은 이야기는 원형적 캐릭터만 남긴 채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살인마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은 두개의 레퍼런스를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스위니토드와 지킬 앤 하이드 입니다.  이 체코 뮤지컬 또한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이 두 작품의 자장  특히 지킬앤하이드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캐릭터의 구축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무대의 구성 방식이나 군무의 느낌 또한 지킬 앤 하이드를 직접적으로 참조한 것을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명 뮤지컬의 장면장면이 종종 연상되기도 하여 마치 본 뮤지컬은 극의 내용처럼 다른 뮤지컬의 장기를 빼내와서 조립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회전식 무대를 활용한 장면 전환인데 이로 인해 무대 교체에 의한 끊김이나 암전이 거의 없는 자연스러움과 속도감 있는 극의 템포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드라마틱한 극의 구성과 곡의 분위기가 자주 바뀌는 데도 불구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회전 무대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장면과 장면의 연결고리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연출의 수려함은 올해 올려진 대형 뮤지컬 중에서도 돋보인다고 말할 정도인데 듀엣송이 나올 때의 조명 연출이나 객석까지 뻗어오르는 별빛 연출, 효과적으로 사용된 프로젝트 영상 및 연기 효과까지 본 극은 여름용 블록버스터 뮤지컬이 갖추어야 할 화려한 무대장치를 독특하지 않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살인마 잭이라고 명명된 초연의 줄거리와 비교하여 두 번째 공연은 내용을 대폭 수정하였는데 이로 인해 이야기의 인과 관계는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액자 구조의 이야기 구조에 과거와 현재, 환상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는 큰 어려움 없이 이해가 되며 마지막 하일라이트는 반전이라기 보다 예정된 비극의 결론으로 납득되어지기도 합니다. 초연과 가장 변화된 캐릭터는 잭의 모습인데 초연의 잭이 부도덕한 모습으로 묘사되었다면 두 번째 공연의 잭은 무도덕한 모습의 혼돈과 본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다니엘도 순수한 청년이라기 보다 현실과 이상 사이를 고민하는 청년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2부에서 살인 공범을 하게 되는 다니엘과 잭의 모습은 지킬과 하이드의 모습이라기 보다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의외라고 할 만큼 좋은 데 최민철이나 쏘냐가 기존의 자신의 아우라를 힘껏 과시한다고 한다면 다니엘의 안재욱은 예상외의 안정된 성량을 보여주며 본 극의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본 극의 뮤지컬 넘버들이 특별히 모자르지도 않지만 특별하게 귀에 걸릴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평이한 넘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클래식한 느낌의 팝 뮤지컬이 주를 이루는데 잭의 등장시에는 보다 격정적인 편곡을 통해 잭의 파괴적인 자유분방함을 표현했으면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마지막 하이라이트 넘버는 너무도 가볍고 냉소적인 느낌으로 처리되어 그 상황이 가지는 비장함이 퇴색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말은 다니엘의 죄의식과 절망의 산물이므로 당혹과 냉소를 병치하기 보다 비극적인 느낌으로 함몰되어 가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고 여겨집니다.

 

잭더리퍼는 고유한 개성이 발현된 작품이 아닙니다. 다만 기존의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뮤지컬의 성공 공식을 적절히 발췌하여 조립한 작품입니다. 때문에 이 작품만이 가지는 고유한 색채나 감동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기 보다 세련된 공산품처럼 매끈하게 잘 조립되어 나온 결합품입니다. 갈라쇼 같았던 모짜르트나 과잉된 의욕을 주체하지 못했던 몬테 크리스토에 비한다면 본 뮤지컬의 새끈함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년이나 그 후에  한 번 더 다듬어져 나온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잭더리퍼의 살인극에 동참할 의사가 있습니다.

  

 

- 미스 사이공 -

 

2010.08.19 목요일 충무아트홀

 

엔지니어 : 김성기,  킴 : 김보경,  크리스 : 이건명

 

 이 뮤지컬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언급할 수 밖에 것은 전 뮤지컬의 원전이 되는 나비부인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남녀 주인공 모두 어리석기 그지 없는 선택과 변명의 연속인 이 끔찍한 내용의 오페라가 세계적으로 찬미를 받고 빼어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은 솔직히 너무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 사이공이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볼 엄두가 나지를 않았는데 오페라의 유령 또한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무대 연출이 좋기에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뮤지컬의 압권이라 할 수 있는 헬기 탈출신에 대한 궁금함으로 인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장관리녀와 스토커의 사랑 이야기는 비견도 할 수 없는 비루한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는 미스 사이공은 내용상으로 본다면 정말 미덕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력이 부재한데 특히 남자주인공을 맡은 크리스의 놀라운 위선과 변명은 예술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휘둘려서 인생을 망치게 되는 킴은 일견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서도 그 어리석음의 연속에 혀를 끌끌 찰 수 밖에 없습니다.  표피적인 베트남 사회의 묘사와 얄팍한 동정은 본 극을 보는데 상당한 몰입감의 저하를 발생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굉장히 작은 충무아트홀의 무대입니다. 올해 고양과 성남에서 공연을 했던 이 대형 뮤지컬은 막상 서울 공연에서는 중극장 크기를 조금 벗어난 충무아트홀의 무대를 선택했는데 그로 인해 굉장히 무대가 좁고 번잡하게 느껴집니다. 무대 변형이 발생될 때마다 부산스럽게 느껴지는데 때문에 베트남 거리의 디테일한 묘사나 베트남 탈출시의 장엄한 연출이 매우 제한적으로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팝 뮤지컬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본 극의 넘버들의 멜로디의 유려함은 평이하게 들릴지라도 그 감정선을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 아쉽게도 본 극의 주인공을 맡은 킴역의 김보경씨와 크리스 역의 이건명씨는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초반부에 멜로디를 명징하게 들려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음색적인 측면에서 본 극이 요구하는 여리고 가는 목소리에 부합되는 색깔을 가진 김보경씨는 성량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차례 토로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극이 진행됨에 따라 고음역에서 힘이 붙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명씨는 여유가 없이 지나치게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있어 OST에서 느껴졌던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실연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는 실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 극의 화자인 엔지니어의 김성기씨는 빼어난 노래실력을 자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대연출과 다른 배우와의 앙상블이 좋은 편이라 본 극의 윤활유 같은 역활을 잘 소화해 내었습니다.

 

 하지만 4대 뮤지컬이라 불리우는 작품 답게 무대의 기본 연출은 다채롭게 전개됩니다. 초반 술집의 퇴폐적인 모습에서부터 베트남 거리의 북잡스런 풍경, 베트남 군인들의 군무 및 베트남 탈출시의 강렬함 까지  본 극의 장면 장면의 연출은 기본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게 역동적으로 전개되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일반적인 뮤지컬의 인원구성을 뛰어넘는 30명의 인원이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은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뮤지컬을 위해 특별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상은 꽤 성실하다고 볼 수 있으며 비록 직접 헬기 셋트를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영상을 활용한 헬기 등장도 서라운드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무대의 동선을 잘 잡음으로서 나름대로의 위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탈출 시의 바리게이트 연출은 지금에서야 신선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역동적이고 극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어서 당시 베트남전의 급박한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연출에 대한 애착은 크지 않은데 본 뮤지컬은 라이센스가 아닌 굉장한 물량을 투입한 오리지널로 보고 싶어지는 충동을 갖게 됩니다. 기본적인 무대연출의 느낌이나 곡의 멜로디는 매우 좋거든요. 상대적으로 거슬리는 극의 스토리 또한 익숙치 않은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보게 되면 덜 신경쓰게 되는 효과도 있고요. 막공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 고전은 반드시 봐야할 레퍼런스로 권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4대 뮤지컬이라는 위명으로 이 뮤지컬을 선택하기에는 관객들의 취향에 맞는 성실하고 좋은 무대극을 찾기란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 빌리 엘리어트 -

2010. 08.20 LG 아트센터

 

빌리 : 임선우, 마이클 : 이성훈

 

예전에 뮤지컬을 구인하여 보러 갔을 때 그 분에게 제가 본 뮤지컬을 언급하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의 한마디에 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말은 "전 영국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봤지요." 이 한마디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기에 미묘한 동경과 함께 우리나라에선 절대 할 수 없었을 것만 같았던 이 뮤지컬은 무려 3년이란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비영어권 최초의 라이센스 뮤지컬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뮤지컬에 대한 기대와 염려는 빌리에서 시작되어서 빌리로 끝납니다.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빌리들의 영상들은 온전히 빌리들의 능력에 의해서 무대의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그러기에 13세 이하 연령과 키가 150 내외일 것. 빼어난 발레와 탭댄스 실력을 갖출 것, 극을 단독으로 이끌 연기력과 독창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는 노래 실력을 겸비한 배우를 발굴하고 계발해 나간다는 부담은 정말 쉽게 와닿지 않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최적의 빌리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에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세용 빌리를 택했건만 빌리 엘리어트는 공지된 캐스팅 일정이 무색하게 당일 출연하는 빌리들의 변경이 잦은 관계로 제가 본 빌리는 가장 어린 나이의 임선우 비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소감을 말한다면요? 한마디만 필요합니다. 전율입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가장 큰 장기는 무대극이 가지는 살아있는 열정을 가장 순수한 존재를 통해 가장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1막과 2막을 통틀어서 빌리의 인상적인 댄스 장면은 네 번 나오는데 첫번째는 영화의 명장면 중에 하나인 앵그리 댄스 장면의 강렬함,  두번째는 친구인 마이클과 펼치는 커플 댄스의 발랄함, 어른이 된 빌리와 함께 백조의 호수에 맞춘 파드되의 우아함, 그리고 마지막의 일렉트릭 독창과 함께 선보이는 오디션 장면의 의연함까지.  춤 장면은 그야말로 올해의 뮤지컬 무대의 순간이라고 할 만큼 커다란 감동을 안겨 줍니다. 이것은 빌리의 나이에 맞지 않은 춤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명, 음향, 소품, 무대장치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무대연출의 도움이 함께 되어 보다 환상적이고 뭉클한 장면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정말 영화에서는 불가능한 무대극만이 가지는 고유한 매력을 안겨주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OP석에서 관람하였기에 무대장치의 세심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좌우 구조물의 이동을 통해 자유롭게 마을 외부와 실내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화려함은 없지만 단순한 무대의 지루함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마이클과 함께 하는 "네 자신을 표현해 봐"의 재기발랄한 무대 장치는 예측 못한 것이라 매우 기껍기도 했고요. 모든 셋트를 뒤로 미루고 무대 전체를 조명을 감쌀 때는 여느 뮤지컬보다 많은 조명을 활용하건만 조명의 화려함을 강조하기 보다는 차분히 무대를 조망함으로써 빌리의 춤을 무대의 중심으로 하는 것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명을 앞에서 비춘 뒤 거대한 그림자로 빌리의 춤 장면을 묘사한 연출 또한 빠지지 않고요.

 

 연기의 앙상블이 매우 좋은 뮤지컬이기도 합니다. 인터미션 포함 2시간 50분을 넘는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송리스트는 많지 않고 연극적인 요소로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2막의 갈등 표현이 대부분 연극적 요소로 표현되어 다소 의아하다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코 위키슨 선생을 연기한 정영주씨인데 그야말로 오리지널 보다 더 오리지널 스러운 자연스러운 위키슨 선생을 연기해 냅니다. 풍성한 성량과 빼어난 연기력, 무대 장악력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흠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역 조원희씨 또한 단순히 영국의 탄광 노동자가 아닌 한국의 아버지상을 투영하여 보다 이질적인 배경을 보다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뮤지컬 넘버들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OST에서도 15곡만을 실었을 정도로 극의 길이에 비해 뮤지컬 넘버들은 많은 편이 아닌데 극의 갈등요소를 대부분 대사로 소화하는데다 극의 클라이막스는 빌리의 댄스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노래는 무대극의 배음으로 한 발 물러서 소임을 다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뮤지컬의 낭만적인 선율을 중심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토로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극이 무거워지는 2막에 이르러서는 뮤지컬 넘버의 비중이 더욱 줄어들어 마치 뮤지컬이 아닌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점이 연극적 요소로 인해 각 등장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빌리 엘리어트의 춤은 단순히 춤이 아닌 사람들의 희망이자 미래가 되는 노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역배우에 대해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였기에 냉정한 시선으로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다소 작고 어린 느낌의 마이클이건만 이성훈의 똘망똘망한 에너지는 극의 활력소가 되기 충분한 것이고 데비 역할의 박예은의 새침함은 극의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유롭지만 극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발레스쿨 학생들의 발랄함도 좋고요.  염려가 앞섰던 임선우 빌리는 어린 나이부터 발레를 해왔던 탓에 섬세한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데 예상외로 표정연기가 빼어나서 매력적인 웃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다만 어린 나이와 발레시 익힌 습관 때문인지 1부에서 탭댄스의 경쾌함은 다소 부족한 편인데 이로 인해 다음 빌리는 가장 탭댄스를 잘한다는 정진호 빌리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섬세한 발레리노의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극이 마치게 되면 그의 키가 한뼘 자라난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본 극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소품은 의자입니다. 의자는 여기서 기다림, 휴식의 의미도 갖고 있지만 때론 사람을 주저 앉히는 현실,  무력감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빌리는 발레를 추면서 의자를 넘거나 뱅글뱅글 돌리는 연출을 자주 하곤 하는데 이는 의자라는 편안함과 무력감에 아랑곳하지 않는 소년의 의지를 상징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마지막 앵콜 무대의 경쾌함은 관객들로 하여금 의자를 떨쳐 일어나게 하는 에너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의자에 앉을 때 새로운 두근거림을 가질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 뮤지컬은 완전함이 아닌 설레임과 성장을 말하는 무대극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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