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귀찮은 심정이라 이미지, 동영상 첨부 같은 거 없이 그냥 깨작거리고 끝내려구요. -_-


별로였습니다. 

왜인고 하니...


한참 전부터 이 게임은 '스토리'를 엄청나게 강조해왔습니다.

아마 '언차티드2' 팀이 만든 게임이니만큼 게임은 잘 만들었는데 스토리가 별로 매력이 없다... 는 얘기에 속이 좀 상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라스트 오브 어스'는 제작 사실이 공개된 이후로 스토리, 정서적 경험, 뭐 이런 데 주로 포인트를 두고 홍보를 했었죠.

성우가 더빙 중에 울었다느니, 엘리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다느니, 대사가 얼마나 많고 또 세계관을 어떻게 구현을 했고 등등등.


근데 그게 별로에요. -_-;;


게임을 쭉 하면서 떠오르는 작품 둘이 있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이미 올해 초에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언급을 했었더군요.

바로 '칠드런 오브 맨'과 '워킹 데드' 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얘긴 안 하겠지만 이건 뭐 영감을 얻은 정도가 아니라 레퍼런스로 활용한 수준.

전자에서 세계관과 주인공 캐릭터, 그리고 초반의 몇몇 장면들을 가져오고 후자에서 주인공과 앨리의 관계를 가져온 거죠.

근데 안타깝게도 '라스트 오브 어스'는 둘 중 어느 작품의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 합니다.

베꼈다고 말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각각 작품들의 핵심 요소들을 가져다 버무렸고, 그 작품들을 넘어서는 뭔가를 보여주지 못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점 들어가구요.


중간중간 '나 드라마틱하지?'라는 듯이 연출되어 들어가는 이런저런 사건들은 하나 같이 다 해당 장르의 클리셰 같은 내용들이라 별 무감흥이었네요.

뭐 그래도 '연출'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언차티드2 시절 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엘리...

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_-;; 그냥 캐릭터 자체가 별로 와닿지가 않아요. 

주인공 캐릭터와 감정을 주고 받으며 점점 서로 의지하게 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어야할 텐데 그게 참 대충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구요.

그래도 명색이 어린 여자애라 온 몸에 피칠갑을 하며 고생하는 걸 보면 짠하단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이 캐릭터의 심리가 그다지 설득력있게 보여지지 않아서 말이죠.

'첨엔 이랬는데, 이런 이유로 요렇게 변화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 다음엔 이러저러그러요러해서 나중엔 이런 관계가 되었어요!!' 라는 게 아니라 그냥

'첨엔 거리감을 두다가 나중엔 부녀처럼 친해진다는 설정이므로 이 쯤에서 이런 장면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감동적이죠?'라는 느낌이랄까요. (뭔 소리냐 이게;;)


주인공 졸졸 따라다니며 서포트 및 짐짝 + 보호 본능 자극하기로는 차라리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엘리자베스가 훨씬 나았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말 한 마디 않고 멍때리면서 플레이어 빡돌게 하던 '이코'의 요르다가 훨씬 매력적이었구요.


마지막으로 또 결정적인 문제가 결말 부분인데.

역시 스포일러는 적지 않겠지만 그냥 뭐랄까. 갑작스럽기도 하고. 또 허탈하기도 하고. 뭐 그랬네요.

주인공들 입장에서 그런 결말이 나와야만 했던 이유나 사정은 알겠는데, 위에서 적은 걸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제가 주인공들에게 영 이입을 하지 못 해서;;


스포일러 빼고 얘기하려니 힘드네요.

그러니 투덜대는 얘긴 이 정도만 하고.



2.

그래픽, 게임 플레이 얘기는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준수합니다. 재미있는 게임이었던 건 분명해요.

플레이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글에 신경쓰지 말고 그냥 해 보시면 됩니다. 아마 재밌을 거에요. 제가 지나치게 꼬인 거겠죠. -_-;



3.

스포일러 밟지 않으려고 1주일간 출입을 참아왔던 루리웹 플스 게시판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소감을 쭉 읽고 있는데...


이건 뭐.

제가 감정이 바짝바짝 말라서 사하라 사막이 되어 있는 건지. 혹은 제가 많이 부족한 인간이라 제작사 너티독느님의 위대하신 뜻을 이해를 못 한 건지.

뭐 루리웹이란 곳이 원래 살벌한 모두 까기와 자기 편(?)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이 일상화된 곳이긴 합니다만.

사람들에게 추천 많이 받은 글이나 리플들을 보면 그런 성향 차이를 떠나서 그냥 다들 제가 한 게임과는 다른 게임을 한 것 같네요(...)



4.

실망한 점 위주로 적다 보니 실제 제 플레이 소감에 비해 너무 비판적인 얘기만 적어 버린 것 같은데;

멸망 후 황폐해진 도시와 그로 인해 되살아 나는 자연이 묘하게 엉켜 있는 배경 묘사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와 오프닝은 훌륭했어요. 그 부분들은 명작.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그냥 수작.

이 정도가 제 소감입니다.



+ 그냥 제가 너티독이랑은 안 맞나봐요. 사실 언차티드2에 대한 찬양도 이해하지 못 했었거든요.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53
126034 프레임드 #771 new Lunagazer 2024.04.20 14
126033 비 오는 날 mlb 벤클 영상 new daviddain 2024.04.20 31
126032 그냥 이런저런 킹콩 잡담 new 돌도끼 2024.04.20 41
126031 페이크 다큐의 먼 조상이자 어쩌면 괴수영화의 성립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는... [1] new 돌도끼 2024.04.20 101
126030 잡담) 관계의 종말 - 우리... 끝난 겁니까? 그렇단다 인간아 영원한 없는 법이지 [2] new 상수 2024.04.20 108
126029 [넷플릭스] '더 시그널' new S.S.S. 2024.04.20 94
126028 [디즈니] 위시. [1] new S.S.S. 2024.04.20 81
126027 조지아 블랙, 라떼 new catgotmy 2024.04.20 47
126026 [KBS1 독립영화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45] update underground 2024.04.19 195
126025 프레임드 #770 [4] update Lunagazer 2024.04.19 38
126024 아래 글-80년대 책 삽화 관련 김전일 2024.04.19 126
126023 요즘 계속 반복해서 듣는 노래 Ll 2024.04.19 128
126022 PSG 단장 소르본느 대학 강연에서 이강인 언급 daviddain 2024.04.19 118
126021 링클레이터 히트맨, M 나이트 샤말란 트랩 예고편 상수 2024.04.19 151
126020 [왓챠바낭] 괴이한 북유럽 갬성 다크 코미디, '맨 앤 치킨' 잡담입니다 [1] 로이배티 2024.04.18 215
126019 오늘 엘꼴도 심상치 않네요 [7] daviddain 2024.04.18 169
126018 프레임드 #769 [4] Lunagazer 2024.04.18 54
126017 [근조] 작가,언론인,사회활동가 홍세화 씨 [11] 영화처럼 2024.04.18 560
126016 80년대 국민학생이 봤던 책 삽화 [8] 김전일 2024.04.18 371
126015 나도 놀란이라는 조너선 놀란 파일럿 연출 아마존 시리즈 - 폴아웃 예고편 [1] 상수 2024.04.18 2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