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0 05:23
한의학과 (양)의학 간의 논쟁을 흥미롭게 봤습니다만, 한의학을 비판하는 분의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마디 적어볼까 합니다.
(기우에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결코 한의학을 지금 비호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한의학에 상당히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입장...)
의학은 과학적 방법론 혹은 접근으로 정의되므로 한의학은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순간 의학이 된다는 주장이죠. 따라서 한의학은 결코 과학이 될 수도,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학문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는 운명이라는 주장입니다. 과연 이런 의학의 정의가 공정하고 적절한지 그리고 일반적인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저는 위의 주장이 본질과 속성을 혼동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어요. 의학을 과학으로 정의하는 것이 좀 의아한 게 의학은 과학에 기반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즉 과학적이기는 하지만 과학 그 자체는 아닙니다. 공학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의학은 사람을 고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 왜 X라는 처방이 Y라는 병을 낫게 하는지 그 기저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데 있지 않죠. 그것은 관련된 진짜 과학 분과의 학문들(생물학 등)이 하고 의학은 그것을 바탕으로 그래서 X가 Y를 낫게 하느냐 안 하느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제도권 의학 내에 다양한 기초과학 분과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상을 위한 과학 분과들의 편의적으로 보조적인 제도적 통합이라 볼 수 있겠죠)
아래 soboo님이 적절히 지적하신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의사들(및 약사들)은 X와 Y 사이의 미시적인 메커니즘이 투명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X가 Y에 효과가 있다는 통계적 근거만 충분히(이게 애매할 수 있긴 합니다만) 있다면 Y라는 병에 X를 처방할 겁니다.
한의학이 (그 실제는 엉망이라고 치더라도) 이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배제되거나 조화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의사들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유지되어 오던 음양오행이니 등등의 비과학적, 유사과학적, 사이비적 이론들, 썰들을 다 쳐내고 기반이 되는 과학 분과들과 손을 잡고 그 위에서 일반화가능한 경험적인 근거들을 바탕으로 한의학을 재정립한다면 그럼 한의학은 의학이 그렇듯 '과학적'이 되겠죠. 의학이 되는 게 아니고요 (물론 저는 이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입니다만 그게 포인트는 아니고요).
그 경우 장기적으로 한의학이 주류 의학으로 결과적으로 점차 수렴되지 않을까라는 예측은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제도권 한의학의 쇠퇴나 몰락으로 귀결될 수도 있겠죠. 그건 또 다른 논의 거리가 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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